NASA의 화성탐사선 퍼시비어런스 착륙 임박
UAE와 중국의 화성탐사선이 화성궤도에 속속 진입한 가운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18일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를 착륙시킬 예정입니다. 퍼시비어런스는 지난해 7월 30일 발사된 무인탐사선입니다. 화성의 지질과 대기 등을 분석하고 2031년까지 화성 토양 샘플을 채집해올 임무를 맡은 퍼시비어런스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화성 착륙 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2019년 화성에 도착한 NASA의 인사이트(InSight)의 사례를 다시 살펴보며 화성 대기권을 뚫고 무사히 터치 다운하기까지 '공포의 7분'과 이후 화성 탐사 과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성의 착륙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그동안 화성에 보내진 탐사선들의 성공률은 절반에 못 미칩니다. NASA는 이번 인사이트의 착륙에도 실패 요인을 없애기 위해 철저한 시험을 거쳤습니다. 화성에 먼저 도착해 활동하고 있는 무인 탐사선 큐리오시티도 화성에 착륙할 때 똑같이 겪었던 ‘공포의 7분’을 버티기 위해서입니다.
‘공포의 7분은’ 1억6000만km 떨어진 지구와 화성 간에 신호 하나가 전달되는 데 약 7분이 걸리기 때문에 탐사선이 착륙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발생하는 시간 지연을 말합니다. 착륙하는 순간 지구 상의 도움 없이 탐사선 스스로 모든 조종을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죠.
앞서 무게가 900kg이 넘었던 큐리오시티에 비해 인사이트는 360kg에 불과하기 때문에 착륙은 더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인사이트가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NASA는 화성 적도의 바로 북쪽에 있는 편평하고 고요한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을 착륙지로 택했습니다.
인사이트는 진입, 하강, 착륙의 3단계로 화성 표면에 안착하게 됩니다. 먼저 화성 대기권에 진입하며 추진체에서 분리됩니다. 이때부터 착륙까지 약 7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요. 시속 1만9800km의 속도로 움직이던 탐사선이 화성 지표면에서 약 110km 상공에 도달하면 속도가 떨어지며 아래로 향한 열 방패가 형성됩니다. 이는 1500도에 달하는 기온에서 탐사선의 민감한 장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윽고 화성 표면으로부터 약 10km에 다다르면 초음속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시속 1600km 이하로 늦춥니다. 착륙까지는 약 2분이 남은 긴박한 상황입니다. 방패가 떨어져 나가고 착륙 시 충격을 흡수해줄 다리를 내립니다. 탐사선이 1~2km 높이에 도달하면 낙하산과 함께 후면 캡슐이 떨어지고 반동 추진 엔진이 점화합니다.
이 엔진은 탐사선을 안전한 지점으로 이동시켜 부드럽게 땅에 내려놓습니다. 마침내 착륙한 인사이트는 터치다운 후 약 10초 후에 신호를 보내 생존을 알리고 단단히 지면에 고정돼 있음을 지구의 엔지니어에게 전합니다.
인사이트가 안전하게 착륙했다면 2년 간 화성 탐사를 진행합니다. 큐리오시티가 화성을 돌아다니며 조사한다면, 인사이트는 한 자리에 고정돼 화성 내부의 특성을 신중하게 파헤치게 됩니다. 인사이트의 주 임무는 화성의 지진 활동, 열 실험을 통한 내부의 온도 측정, 핵의 크기 및 모양 분석입니다. 제트 추진 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의 르네 웨버는 “행성의 내부를 설펴보는 것은 행성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표면의 특징들이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도 함께 밝혀낼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과학자들이 지구의 구조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은 지구 내부 지진파의 추적에서 비롯됐습니다. 유고슬라비아의 지구 물리학자 안드리아 모호로비치치는 1909년 지진에 의해 발생한 지진파가 밑에 있는 맨틀의 밀도가 높은 암석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구에 지각이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1936년 덴마크의 지진학자인 잉게 레만은 비슷한 접근법으로 단단한 내핵이 액체 외핵에 숨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지구의 내면을 밝혀낸 지진학을 사용해 화성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화성도 지각, 맨틀, 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두께나 구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화성은 지구에 비해 훨씬 작고, 지구와 달리 판 구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맨틀이 대류에 의해 자극받지 않았으며 지각도 재활용된 적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행성이 처음 탄생한 뒤 식으며 별개의 층으로 분리될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수분이 있고 따뜻한 행성이었던 화성이 오늘날 얼어붙은 행성으로 바뀐 과정을 밝히는 것이죠.
인사이트는 화성에 정착해서 탐사 장비들을 배치하는 데 약 10주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 열 감지 센서를 땅에 꽂는 일을 합니다. 열 감지 센서는 한 달 동안 약 5m가량 파고들어 1500km 아래 핵의 열을 측정해 화성의 내부 구조와 생성 과정을 밝힐 데이터를 확보하게 됩니다.
열 센서로 화성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면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또 화성이 얼마나 빨리 냉각되고 있으며, 전체 수명에서 어느 시점에 도달해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화성이 더 젊었을 때는 내부 열로 인한 화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화산 활동 당시 존재했던 화성의 대기와 지표의 대부분은 수십억 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화성의 중심인 핵의 존재에 다가가야 합니다.
인사이트의 무선 신호 주파수의 미세한 변화를 모니터링함으로써 화성이 회전할 때 흔들림을 추적합니다. 이를 통해 화성 핵의 크기나 액체인지 고체인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삶은 달걀과 생 달걀을 회전시키면 차이가 나는 것처럼 간단한 원리입니다.
이러한 탐사 과정은 매우 정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NASA의 엔지니어들은 인사이트를 쌍둥이처럼 복제한 포어사이트(ForeSight)를 갖고 있습니다. 인사이트가 화성에서 작업 사진을 보내면, 지구 상의 엔지니어들은 포어사이트로 똑같은 경사면의 모래를 파는 작업을 테스트해 봅니다. 그렇게 하면 인사이트의 잘못된 작동을 막을 수 있다고 NASA 측은 설명합니다.
참고 및 출처
https://www.jpl.nasa.gov/news/news.php?feature=7290
https://www.foxnews.com/science/nasa-is-going-through-seven-minutes-of-terror-to-get-to-mars
https://www.latimes.com/science/sciencenow/la-sci-sn-mars-insight-nasa-20181121-story.html
https://www.theverge.com/2018/11/21/18096538/nasa-insight-spacecraft-lander-mars-quakes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기사 원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584&aid=000000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