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림 May 28. 2021

쓰고 싶다

다시 쓰는 브런치(feat. 김현식 '쓸쓸한 오후'♪)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났어요 T_T 작가님의 소식이 무척 궁금해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더라도, '쓰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


얼마 전 오랜만에 로그인하고 반가운 점이 하나 찍혀있길래 클릭해보니 브런치로부터 메시지가 와있다.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나? 오래전 기사를 갖고 와서 꾸역꾸역 소식을 올렸지만, 실은 그보다 더 오랜 기간이 지난 듯하다.  


그날 저녁, 아이가 잠들기 전 TV를 보겠다 해서 잠깐만 보라고 허락했다. 아이는 안방 침대에 앉아 리모컨을 덥석 잡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자기 전에 또 시시덕거리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걸 보겠다면 곤란한데...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아이의 시선이 하나의 채널에 멈춰있다. 뜻밖에도 EBS 한국기행이라는 프로다.


"엄마, 이거 너무 재미있어." 

"어, 그래. 지호가 이런 프로를 다 보는구나." 

"응. 나 산청 농장도 좋아하고 이런 거 좋아하잖아."


중간부터 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인공인 남자는 30~40대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다. 그는 도심생활을 벗어나 강원도 산골에서 소박하게 생활 중이다. 숲으로 첩첩이 둘러싸인 작은 산속에 직접 지은 오두막집을 소개했다. 겉모습은 창문이 조금씩 기울고 통 나뭇결이 투박하게 보였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깔끔하고 아담했다. 침대와 테이블 등 아쉬울 게 없는 공간이다. 

 

작은 유리창이 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따뜻한 차 한잔을 따르고 음악을 틀었다. 아직은 햇살이 남아있는 오후지만, 집안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백열등이 포근하게 감싼다. 밖에서 바라보던 카메라가 서서히 달리 아웃하며 멀어져 간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부르는 재즈풍 가요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비 오는 날 플랫폼에서 

그대 떠나보내고 

비 오는 마음 

창가에 홀로 앉아 아쉬움 달래 보네'


TV를 끄고 아이는 이내 잠들었다. 나는 그 여운을 잊지 못하고 휴대폰으로 가사를 검색해 노래를 찾았다. 김현식의 '쓸쓸한 오후'라는 곡이다. 김현식의 목소리만으로 거칠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꽉 채웠다. 그의 목소리 없이 플루트로도 표현이 가능할까? 악보를 찾아 프린트했다. 그 계절과 날씨, 공간, 그때 나의 서사에 꼭 들어맞는 곡이 있다. 그 느낌이 왔을 때 연주를 해야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한동안 같은 악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예술이란, 프로란 이런 거야'. 내가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 하는 것. 이런 맹랑한(?) 생각을 하다가 한 달이 지났고 수개월이 지났고 오늘에 이르렀다. 언젠가부터 글도 그러하다. 머릿속이 꽉 차 도저히 침묵하고는 견딜 수 없을 때, 수많은 사유들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나와 자판들을 두드린다. 쓸쓸한 오후 속 비 오는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그 순간이 오기를 메마른 날들을 보내며 기다려본다. 애써 기다림 없이 비 오지 않은 날들이 지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