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29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런치 클럽
최근 들어 그로스 해킹, 그로스 마케팅 등의 용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덕분에 요즘은 그로스(Growth)라는 단어를 보면, '성장'이라는 뜻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한 무언가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로스 해킹에 대한 입문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인 라이언 홀리데이의 <그로스 해킹>은 무려 4년 전에 출간되었다. 즉,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그로스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언급되고 있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유독 이 단어가 눈에 띄는 건, 이제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최근 그로스와 관련된 많은 강연을 다니던 와중에 정말 명쾌하게 그로스를 이해시켜 준 강연이 있었다. 바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런치 클럽으로 진행된, 눔코리아의 그로스 매니저 양욱진님의 <그로스 만병통치약의 허와 실>이라는 강연이었다. 내용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사전 질문 62개에 모두 답변을 달아놓으셨을 정도로 정성이 담긴 강연이었던터라 열심히 기록해보았다.
눔코리아 그로스 매니저 양욱진
-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
- Most scalable human coaching platform
- 미션 "많은 사람들이 생활습관 변화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자"
- 영역도 체중관리에서 시작해서, 2021년에는 중증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양욱진 / 눔코리아 그로스 매니저
- 화학공학 전공, 엔젤투자사(본엔젤스) 인턴 때 프로그래밍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후 대기업에서 시작해 스타트업으로 이직했고, 눔에서는 30개월 째 근무중
- 그로스 정의 A : 데이터 기반으로 Funnel을 꾸준히 개선해서 회사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
- 그로스 정의 B : 1에서 100을 만들기 위해 A/B테스트를 쉬지 않고 계속 하는 일
- 그로스팀의 역할 : 회사에서 성장이 병목되는 부문을 해결하는 특공대, 그로스 마인드셋을 전파하는 일
- 매출만 올리는 껍데기 뿐인 성장이 아니라, Unit economics 기반으로 성장세와 수익성을 밸런싱하고 있습니다.
- 이 성장의 비결은 그로스 중심의 문화입니다. 전사적으로 매일 1개 이상의 A/B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그로스 방법론은 Product-Market Fit을 찾았을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 그로스는 1에서 100을 만드는 과정이고,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은 초기 멤버들에게 달렸습니다.
- 눔은 현재 체중감량 시장에서 1에서 10까지 왔고, 10에서 100을 만드는 도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100을 달성하면, 중증관리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Product fit : 우리의 솔루션이 문제를 정말 해결해주는가
*Market fit : 이런 솔루션에 대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이 충분히 많은가.
- 아니요. 재현될 확률이 낮습니다.
• 풀려는 문제가 다르고, 타겟 사용자(문화, 나라, 연령대, 성별 등)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눔에서도 한국에서는 잘 되는데 미국, 일본에서는 안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 그래서 눔은 실제로 미국, 일본, 한국 웹페이지가 모두 다릅니다. 미국은 구글스럽고, 일본은 야후재팬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눔은 이 재현될 확률(Confidence)을 정량화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3가지 척도(ICE)중에 하나로 쓰고 있습니다.
• 다른 Pod에서 잘 됐다 → 10점
• 다른 지사에서 잘 됐다 → 9점
• 다른 Pod 또는 지사에서 그럭저럭 잘 됐다 → 8점
• 유사 서비스에서 하고 있다 → 7점
• 블로그에서 잘 됐다 → 5 or 6점
• 5점 밑은.. 굳이 반영할 필요가 없는 실험들이다.
- 10년 전에 핫했던 그로스 해킹은 사례 기반이었습니다.
• 예 : Dropbox의 친구 초대하면 둘 모두에게 추가 용량 제공 등
- 하지만, 이런 사례 기반의 그로스는 영속성이 없었습니다.
• 데이터가 아닌 직관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를 낳았습니다. 또한 판단을 내리고 실험을 런칭할 수 있는 도구들도 부족했습니다.
- 지금의 그로스는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 조직구조부터 시작해 일하는 방법론도 다릅니다(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요즘 그로스 하는 사람들은 해킹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 것 같습니다).
• 데이터를 쉽게 확인하고, 실험을 빠르게 런칭할 수 있도록 돕는 툴도 많이 생겼습니다.
- 대단한 성과를 이뤄낸 기업(Facebook, Uber)들도 별도의 그로스팀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리드하는 사람의 힘이 매우 큰 편입니다(창업자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 (그랬으면 좋겠지만)그렇지 않습니다.
• 왜냐하면 특정 돈을 지불하고 우리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들은 시장에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 남은 사람들을 데려오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 때문에 Product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 그래야 어렵게 모셔 온 고객들이 오랫동안 잔존합니다(Lifetime Value 상승)
• 기능이 개선되면 잠재 고객층도 확장됩니다.
-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최적화가 많이 된)대조군을 이기기 힘들어집니다.
• 갈수록 실패하는 실험이 더 많아집니다. 이 경우, A/B테스트는 크리티컬한 제 2종 오류를 예방합니다.
*1형 오류 : 실제로는 맞았는데,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경우(손해는 아님)
*2형 오류 : 실제로는 틀렸는데, 맞았다고 판단하는 경우(손해가 큼)
- 20% 이상의 개선이 이뤄지는 실험의 빈도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 그로스는 크게 2가지로 분류 됩니다 : Marketing-driven Growth / Product-driven Growth
• 그로스 조직이 독자적으로 없으면, 마케팅 조직 또는 프로덕트 조직에 속하기도 합니다.
- 서비스 초기에는 대부분 Marketing-driven Growth에 초점을 맞춥니다.
• 일단 꾸준한 유입이 있어야 뒷단에서도 실험도 하고, 데이터도 쌓이기 때문입니다.
• 콘텐츠/퍼포먼스 마케팅, Buyflow 등의 획득(Acquisition) 영역이 여기에 속합니다.
- Marketing-driven growth 에서 최적화가 많이 되면 Product-driven growth 로 넘어갑니다.
• 지속 가능하려면 프로덕트가 좋아야 하므로(최고의 product가 최고의 Marketing이라는 말도 있듯이)
• 초기 경험과 잔존율을 관리하는 활성화(Activation), 유지(Retention) 영역이 이에 속합니다.
- 눔은 Marketing-driven growth 에서 시작해, 이제는 Product-driven growth 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지금은 그로스팀이 아닌 팀에서도 A/B 테스트를 하며 지표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 그로스 초기에는 '과학 실험'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 p-value, 통계적 유의미성, 실험에 들어가는 샘플 크기, 실험 알고리즘 등에 크게 집착했습니다.
• 논문 리서치가 도움이 안된 건 아니지만, 적당한 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이 가장 값졌고요.
-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출의 성장이고, 이를 위해 '정확성과 속도 사이 밸런싱'이 중요합니다.
• 한달에 통계적 유의미성 99%짜리 실험 1개 돌리는 것보다,
• 한달에 통계적 유의미성 95%짜리 실험 4개 돌리는게 낫습니다.
• (그래서 눔도 실제로 통계적 유의미성 95%로 실험을 돌리고 있습니다.)
- 한달에 A/B테스트 10개 하는 회사와 0개하는 회사가 있을 때, 1년 뒤가 어떨지는 예측하기 쉽습니다.
- 눔은 전사적으로 하루 1개 이상의 A/B테스트(한국/미국/일본 등, AARRR)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 이것이 24개월간 120배 이상 성장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실수 #1 : 데이터만 보다가 미션/브랜딩과 상충하는 일을 하게 될 때
• 예 : "눔으로 단기간에 급진적으로 살을 뺄 수가 있어요" 라는 메세지가 반응이 좋다고 해서 이를 채택하는 것은 눔의 미션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 실수 #2 :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우리의 셀링 메세지가 다를 때
• 예 : 들어본 적 있는 사용자, 갓 결제한 사용자, 충성 사용자가 이야기하는 가치가 모두 다르다면?
• 모두 다르다면 메세지 전달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점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실수 #3 : Cohort bias : 특정 타겟에만 최적화가 되서 사용자 확장이 힘들어질 때
• 예 : 최적화 끝에 여성비율이 95%까지 달해서 고민이었던 Pinterest
• 이럴 경우, 남성으로 확장하고 싶다면 기존의 최적화를 뜯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한계 #1 : 먼 미래를 예측해야 할 때
• 예 : 정기결제에 의해 4개월 뒤에 나올 결과를 예측하기
• 이런 경우, 평소에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거나, 타율이 좋았던 사람의 의견을 따르게 될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트래픽의 10%정도만 살짝 실험하고 있다가 일정 기간 이후에 근거 데이터로 들이미는 방법을 써보기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 물론, 데이터 확보하면 이후에는 (예측하는 것이)비교적 쉬워집니다.
- 한계 #2 : 성장이 Log 함수를 그릴 때(성장은 하고 있지만, 가속도가 점점 줄어들 때)
• Brand awarness(어? TV에서 본 것 같은데.. 같은 느낌)에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눔은 미국에서 이 단계를 훌륭히 해냈고(미국에선 TV 광고를 많이 합니다), 한국도 2019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시작은 라디오로 해서 내년에는 TV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
- (Product-Market Fit을 찾으셨고, 훌륭한 팀원들이 있다는 가정 하에)
- 제일 중요한 것은 C-level의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로스에 의해 지표가 tipping 하는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눔은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 그러니깐 그 1년 전에는 1억을 소요했다고 가정했을 때, 들어오는 돈은 3천 만원 밖에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 결국 지표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조직의 신뢰를 받기 힘듭니다. 신뢰가 없으면 그로스 마인드셋도 없습니다. 보여주기 전까지는 설득이 정말 어렵습니다.
- 눔은 C-level은 전폭적으로 그로스에 대해 인력과 예산을 지원했고, 직접 리드했습니다.
• Growth lead는 운영이 안정화될 때까지, 인사, 예산을 확보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 팁을 하나 드리자면, 처음부터 큰 개선을 하려고 하지말고, 작은 것부터 개선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ICE로 예를 들자면, Impact 보다는 Confidence와 Easiness가 높은 걸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만약, T/F를 통해 3개월 안에 성과를 만들어서 지속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 굉장히 힘든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강연 내용이었다. 발표 자료는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표자료에는 사전 질문 62개에 대한 답변도 정성껏 달려있으니 꼭 확인해보셨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이만큼 명쾌한 그로스 입문 강의는 없었다. 이 강연과 함께 해적 지표(AARRR)과 같은 그로스가 추적하는 지표들에 대한 공부만 함께 더해준다면, 앞으로 어디가서 그로스가 뭔지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눔은 현재 이러한 그로스 실험을 함께 할 Growth Engineer와 Growth Marketer 직무도 채용 중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은 지원해봐도 좋을 듯 하다.
*함께 참고하면 좋을 자료들
1. 잘 쓰고 잘 버는 스타트업의 경제학 :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
2. 페이스북 마케팅, 고객의 말을 '따라 하는' 마케터가 승리한다 : 눔코리아 김혜연 인터뷰
(ICE 스코어에 대한 설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3. 스타트업을 위한 AARRR(해적지표) 개념잡기
4. [해적지표(AARRR)]스타트업 그로스 지표 활용 방법
5. 모네타이제이션 전략 - 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