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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정 Dec 19. 2017

샤이니 종현

퇴사 일기, 열아홉 번째 : 종현 덕분에 행복했던 기자 시절

2015년에 받은 그의 소설집 '산하엽'과 콘서트 티켓

비보를 듣고 두서없이 쓰는 글이다. 오늘은 교토로 여행을 온 첫날이다. 마치 내가 잘 아는 지인이 그렇게 되기라도 한 듯 충격에 휩싸였다. 여행이 즐기는 게 죄라도 된 듯 울적한 기분이 들어 글을 써본다. 이렇게라도 그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또 여행을 즐기려는 내 죄책감과 울적함을 덜고 싶어서.

  

샤이니 종현의 음악과 글을 좋아한다. 연예부 기자 시절 일을 즐기는 방법은 딱 하나, 내가 기사를 쓰는 아티스트의 팬이 된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고 음악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이 좋으면 좋을수록, 감동을 받으면 받을수록 일은 더욱 즐거웠다. 특히 샤이니는 그런 감동을 주는 가수였다.  


그중에서도 종현은 그만의 깊은 감수성과 배려심, 공감이 더욱 큰 울림을 주는 이였다. 그가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했을 때는 그냥 기교를 잘 부리는 메인보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 줄 아는 아티스트였던 것이다. 그런 종현에게 진심으로 탄복하게 된 것은 그가 2015년 소품집 '이야기 Op1'를 낼 때다.     


‘이야기 Op.1’의 타이틀곡 ‘하루의 끝’은 한동안 나의 자장가이자 퇴근송이었다. 처음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이 흘렸다. “지친 너의 하루 끝 포근한 위로가 되기를 / 자연스레 너와 숨을 맞추고파 / 빈틈없이 널 감싸 안는 욕조 속 물처럼 / 따뜻하게 또 하나도 빈틈없게”라며 “수고했어요 / 고생했어요”라고 위로하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로 사람을 따스하게 감싸 안을 줄 알았다.      


특히나 ‘이야기 Op.1’의 모든 노래는 종현이 진행하던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프로젝트 코너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자작곡들을 새롭게 재편곡한 곡들이다. 청취자와 종현이 함께 만든 노래, 그렇게 교감한 노래들은 위로를 선사했고, 그 배경이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워 나는 밤을 새우며 가사의 배경을 조사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추가 수당을 주지 않아도,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리지 않아도 그렇게 아티스트의 노력과 작품의 의미를 찾아내는 노력에 대한 보람을 종현이 알게 해줬다.     


이후에도 이하인 ‘한숨’, 그 이전에 아이유 ‘우울시계’ 등등 종현은 발표하는 음악마다 나에게 큰 위로를 줬다. 위로만 줄 뿐이랴. 가끔은 끈적하고 섹시하고, 또 그의 목소리가 지닌 테크닉의 매력을 살린 곡으로 흥과 기쁨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종현은 정말로 정말로 가요계에서도, 내 연예부 기자 시절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가수였다. 


또 기억하는 장면 하나, 2015년 샤이니가 ‘VIEW’로 컴백했을 때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만난 그에게 가사에 대해 물었다. ‘VIEW’는 가사를 지은 종현의 센스가 돋보이는 곡. 그에게 어떻게 작사를 했는지 물었을 때 그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티스트의 눈빛’이라고 표현하면 진부하겠지만,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또렷한 생각과 방향성을 가진 이만이 말할 수 있는 답을 들었다. 그냥, 어쨌든 나는 그를 존경했다. 당시 내가 샤이니에 대해 쓴 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오늘 하루 종일 “믿기지 않는다”, “거짓말”, “헐”을 가장 많이 말했을 거다. 내가 이런데, 그의 주위 사람들 그리고 팬들을 얼마나 더 큰 충격에 빠졌을까. 그는 “고생했다 말해달라”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단다. 내가 감히 말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해본다. 덕분에 행복했고 보람찼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위로 많이 받았어요. 감사해요. 고생했어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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