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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정 Dec 20. 2017

어떻게 하면 잘 위로할 수 있을까

퇴사일기, 스무 번째 : "너는 퇴사를 할 수 있어 좋겠다"

일기를 쓰고 나니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지금쯤 나는 샤이니 종현의 빈소에 갔고기사를 쓰며 울고 있었겠지. 3년 전걸그룹 레이디스코드 사고 때가 생각난다장례식에 가는 것도 죄스러웠고이슈를 찾는 것도 민망했다. 그럼에도 일을 해야 했다. 너무나 허망하게 보낸 별들에 가슴 아팠는데이번엔 내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아 큰 위로를 줬던 한 아티스트의 마지막이라니.
  
그 선택을 하기까지 그가 버텨냈을 어둡고 더운 그 심연이 너무나 안타깝고 무서워 마음이 무겁다이제 와서 그의 옛날 언행을 찾고 노래의 의미를 찾는 게 무슨 소용이겠나그는 별이 됐는데이제라도 제대로 알아서다시 알아서 영원히 기억하는 걸로 별이 된 그를 위로할 수 있을까있었으면 좋겠다.
  
유서를 보고 그가 예전에 라디오 푸른밤 종현입니다를 진행했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비보 이후 다시 회자가 되는 말이다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저는 세상에서 제일 잘못된 위로법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비교하면서 위로를 하는 것보단 그냥 그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70208 푸른밤)


그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가 했던 말들은 모두 그가 듣고 싶은 말들이지 않았을까. 그의 심정을 내가 멋대로 짐작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를 보며 내 주변을 생각한다. 나는 잘 위로해줄 수 있는가. 모르겠다. 나도 퇴사를 하기 전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이렇게 기계적이고 힘들게 살 바에 죽으면 편해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생각은 점점 더 커져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뭐가 힘들어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첫마디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에게 누구한테도 해본 적 없는 속 얘기를 다하고 나니 속이 조금 풀렸다. 그리고 곧 퇴사를 결심했다. 나를 그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미래를 일단 생각하지 않고, 무의미한 삶을 만드는 직장을 그만두니 다시 밝아졌다.   


퇴사를 할 때, “너는 퇴사를 할 수 있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힘들어도 생계 때문에, 주변의 압박 때문에, 또 여러 가지 사정으로 퇴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일단 퇴사를 해도 부담이 없는 것 자체가 복에 겨운 그런 사회 속에 산다. 이제 와 소용없고, 오지랖이고,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종현은 퇴사를 할 수 없고 제대로 쉴 수 없는 아이돌이고, 스타고, 아티스트였다. 퇴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가 퇴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모르겠다. 이틀째인 지금 베르테르 효과를 실감하기도 하고, 그를 추모하는 많은 글들을 보며 오히려 내가 위로받기도 한다. 그는 별이 돼서도 위로를 준다. 오늘 하루를 사는 것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그냥.. 지금은 그가 편히 쉬기를 바랄 수밖에. 그리고 살고 있는 사람도 견뎌달라고 비는 수밖에. 나의 직접적인 지인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은 내 삶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주며 마음에 스며들어 왔기 때문에 그를 정말로 추모한다.


어떻게 하면 힘든 사람들을 잘 위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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