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rdoc Jul 08. 2020

Reading에서 Screening으로

정보 과잉 시대에서 촉매로서의 영상

 

'Reading에서 Screening으로'란 문구는 케빈 켈리의 책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란 책에서 읽은 소제목이다.


가끔 그 진의를 모른 채 읽는 순간 인용하고 싶어 지는 글이 있는데, 이 문구도 그러했다.


책의 실제 내용은 내가 생각한, '정보의 전달'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옮겨간다란 아이디어와는 약간 다른, '글을 읽는 행위'가 종이책에서 스크린으로 옮겨가는 흐름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대한 그 논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서술해 보고 싶었다.  


유튜브의 시대에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정보의 전달이 글에서 영상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있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뭔가 알고 싶을 때,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던 사람들은 점차 유튜브에서 영상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영상으로 정보를 찾는 행위에 딴지를 거는 이들도 있다.


글을 읽는 것에 비해 영상으로 보는 건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잠시 휙휙 읽으면 아는 정보를 굳이 영상에서 찾으려면 해당 지점을 찾아가며 시간을 더 쓰게 된다.


그래서 정보 위주의 영상에는 댓글에 영상 요약이나 해당 정보가 나오는 타임스탬프들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영상이 글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글과 영상이 정보를 전달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글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읽어야 하고, 영상은 수동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눈을 움직여가며 텍스트를 인식하고 정보를 구성해야 하는 글보다, 영상의 순서에 따라 듣는 과정은 독자 혹은 청자가 더 적은 에너지를 쓴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어느 쪽이 정보를 더 밀도 있게 취합하고 정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에서 난 약간의 권력 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의 '순서'를 누가 결정하느냐. 페이지의 텍스트를 눈을 옮겨가며 능동적으로 읽는 독자와, 영상의 시퀀스의 결정권을 갖는 편집자. 누가 좀 더 주도적으로 정보의 구성을 결정하느냐는 지점의 차이가 있다.




영상은 그 형식의 특성상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한다. 유튜브 통계 분석 화면에 가면 괜히 시청시간이 주요한 지표로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의 x 축에 따라 편집자가 구성해놓은 순서가 지배적이다. 물론 앞으로 뒤로 옮겨가며 볼 수는 있지만 귀찮고, 일반적이진 않다.


하지만 글은 독자가 그에 비해서는 읽는 순서를 결정할 수 있는 편이다. 물론 머리말부터 맨 뒤의 레퍼런스까지 단방향으로 주파하는 독서 취향도 있겠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읽고 싶은 챕터부터 읽을 수도, 여러 위치의 문장을 바꿔 읽고 의미를 음미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단지, 영상이 좀 더 쉽게, 재밌고 그리고 청자에게 설득력을 더 가진다는 면은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를 근거를 가지고 분석하긴 힘들지만, 영상이 시청각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줘서 그런지, 시청자의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점유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괜히 홈쇼핑 시장 규모가 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유튜브 채널을 구독할 땐 그냥 여기서 정보만 얻겠어라고 다짐하며 클릭하지만, 어느새 그 채널에서 리뷰했던 물품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잠시 곁다리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나 같은 성인이 아닌 성장기의 아이들이 영상에 훨씬 많이 노출되면서 독해력 발달이 우려된다는 기사들을 본 적이 있다. 실제 유의한 인과 관계가 확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는 좀 더 쉬운 글 혹은 만화 등으로라도 읽는 능력을 길러주는 건 앞으로 교육에 있어서 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선 아직은 글을 읽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부분은 전문가들에게 미뤄두고, 개인적으로는 영상의 큰 가능성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엘레건트 유니버스'라는 동명의 책의 내용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해설과 함께 어려운 양자 역학의 개념들을 풍부한 시각화된 화면으로 설명해주는 다큐멘터리였다.


당시 관련 서적을 읽으며 이해하기 힘들었던 개념들이 영상이란 매체를 통하니 얼마나 쉽게 진입할 수 있는지 체감했던 경험이었다. 당시만 해도 뭔가 영상을 만든 다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일이라, 재밌게 즐겼던 경험으로 머릿속에 담아만 두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큰 매체에서는 다루기 힘든 혹은 다루지 않는, 다양하고 유니크한 이야기와 개념들도 얼마든지 개인이 영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3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3Blue1Brown'이란 유튜브 채널은 어려운 수학 개념들을 애니메이션과 함께 설명해주는 유명 채널이다.


물론 이 채널의 운영자는 본인이 직접 만든 파이썬 라이브러리인 'manin'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 정도의 능력자이지만, 끊임없이 발달하는 CG, 애니메이션 툴과 날로 더해지는 오픈 소스 등을 활용하면 개인이 이런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진 않은 시대이다.


이렇게 거대한 채널까진 못되더라도, 영상의 재미만 놓치지 않는 다면 확보할 수 있는 구독자 생태계는 이런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경제를 형성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유튜브에서 돈을 벌기 쉽냐 어렵냐는 문제를 떠나서 영상의 가능성은 이제 막 열린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유튜브에서는 오직 재밌어야 한다'란 말을 한다. 과잉 생산시대가 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왔다. 마케팅이란 명확한 경계를 정하기도 모호한 분야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방법으로까지 정교해지고 발달하고 있다. 많아진 상품들 사이에서 소비자 선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마케팅이 발달해온 건 시대의 흐름이다. 폭발적으로 는 건 상품만이 아니다. 정보도 폭발적으로 늘어왔다. 지금은 어떤 정보가 좋은 걸 몰라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못 받아들이는 시대이다. 이로 인해 정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영상이란 매체는 그에 부합하는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큐 '드리밍 무라카미' 48시간 무료 스트리밍 이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