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은 마샤 푸에블로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는 마샤 푸에블로는 키 작고 콧수염이 있는 한 히스패닉계 범인에게 살해당했다. 유일한 목격자는 후안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만들어진 몽타주도 그와 꼭 닮았다.
다큐멘터리란 장르의 서사는 건조한 인터뷰, 사전에 존재한 사진이나 영상자료나 CG 등으로 이루어지기에 영화적 긴장감이나 리듬을 갖기 쉽지 않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시티즌포>의 경우에도 스노든이 홍콩의 미라 호텔방에서 창백한 얼굴로 진술하던 사실들의 중요성을 모른다면 러닝타임 내내 인터뷰뿐인, 지루하기 그지없는 영화일 수 있다. 모든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스노든 같은 역대급 인터뷰이를 다루는 게 아니므로, 건조한 사실들을 어떻게 펄떡거리는 활어같이 싱싱하게 관객들에게 차려놓느냐는 지난한 문제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그는 야구장에 갔다>는 이 부분에서 뛰어나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후안의 인터뷰와 사건 관련 사진들, 그리고 사건 해결의 키인 다저스 스타디움 야구장에서의 영상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여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알리바이가 애매한 피고인'이란 '그알'같은 프로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이 다큐는 디테일한 인터뷰 구도와 기어를 적절히 바꾸는 듯한 편집으로 더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조리해 냈다.
후안의 알리바이를 두고 LA 다저스 경기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기록 추적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야구 경기의 상황들을 사건의 변곡점들에 적절히 섞은 것도 세련되게 느껴진다. 이 사건에 존재하는 우연의 지점들을 적절히 고조시키며 배치해,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만들어내는 것 같다.
4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큐로 <그는 야구장에 갔다>를 추천할 수 있겠다. 넷플릭스를 이용 중인 이라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netflix.com/browse?jbv=80182115&jbp=0&jb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