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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언니 Aug 23. 2024

프롤로그 : 두 개의 밸리, 하나의 비전

나파밸리와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에는 두 개의 전설적인 밸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와인의 고장 나파밸리(Napa Valley), 그리고 또 하나는 기술 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예요. 언뜻 보기엔 전혀 달라 보이지만, 이 두 밸리는 점이 무척 많답니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혁신의 아이콘으로 유명한데요, 사실 나파밸리도 실리콘밸리 못지않게 혁신의 DNA를 가진 곳이에요. 밸리는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나파밸리 


우리는 와인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
그 길이 나파밸리를 미래로 이끕니다
- 조셉 펠프스


지금은 고급 와인으로 여겨지는 나파밸리 와인이 예전에는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는 거 아시나요?


미국은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와인 생산지였고,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전통도 기술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얽매일 만한 규칙이나 제약도 없었어요.


그래서 엄격한 규칙을 따르는 전통적인 유럽 와인들과는 달리,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방법을 도입해 다양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냈습니다.


같은 미국인들에게 조차도 외면받았지만, 나파밸리의 와인 메이커들은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실험 결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고 불리는 시음회에서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들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하고 맙니다.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죠. 새파랗게 어린 미국 와인이 수 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프랑스 와인을  이기다니요!


당시에는 프랑스 와인만이 고급 와인이라고 여겨졌는데, 이 사건 이후로 미국도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인 산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엄청난 사건이었어요.





실리콘밸리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아무런 자본도 없던 두 청년이 수중에 있던 500달러를 털어 작은 차고를 임대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창업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술 기업 'HP'의 탄생이에요. 


이 '차고 신화'는 추후 실리콘밸리 창업 문화의 토대가 됩니다. 후에 인텔, 페어차일드와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성공하면서 기술 기반 창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류가 되었고, 이러한 성공 사례는 많은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실리콘밸리는 창업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죠.



벤처 캐피털은 자본으로 스타트업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가속화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돈을 투자받을 수 있었고, 실패해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실패는 자산"이라며 실패를 자랑스러워하고, 그 과정을 공유하며 다 함께 개선해 나갔죠.


기술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 비전, 생태계에도 혁신이 녹아있었고, 실리콘밸리는 신의 중심지가 되었어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몰들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O2O 서비스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선보이면서 실리콘밸리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꿔 버렸습니다.


와인과 기술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지만, 두 밸리 새로움에 도전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IT 업계에서 일하는 와인 애호가로서, 이 두 밸리의 비슷한 면모를 발견했을 때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파밸리와 실리콘밸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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