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어요 | 아보카도 샌드위치
껍질이 까맣게 잘 익은 아보카도를 한 손에 든다. 반으로 가를 때 스무스하게 칼이 잘 들어가면 'Oh it's a good one.'하고 만족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든다. 칼집을 한 바퀴 쭉 둘러서 반으로 가르면 예쁘고 매끈한 연두색-노란색 그라데이션의 속이 드러난다. 한쪽에 크게 박혀있는 씨앗은 칼로 살짝 찍어 돌리면 부드럽게 빠져나온다. 힘을 주지 않아도 잘 익은 아보카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칼에 쉽게 베인다. 예쁜 접시에 담긴 아보카도 조각들은 딱딱하고 메마른 빵에 발려지고 그 식감을 한껏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신세계
캐나다에 왔던 첫 해인 2008년도. 어느 스시 레스토랑에서 시켰던 캐터필러 롤 위에 가지런히 올려진 아보카도 슬라이스들을 보고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으로 아보카도를 먹어봤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초록색 채소가 있다니!'하며 감탄했다. 워낙 편식이 심하고 특히 어려서부터 채소를 싫어하는지라 초록색 음식은 일단 경계를 하고 보는데 아보카도는 정말 신세계였다. 그 후 알게 된 아보카도를 이용한 푸드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론 아보카도 셰이크, 오븐에 구운 아보카도 같은 요리법 말고 샐러드같이 아보카도 그대로의 식감과 맛을 간직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종종 큐브 모양으로 썰어서 그 위에 소금을 살짝 뿌리기만 하고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
아보카도로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한 건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유학생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 때 카페테리아나 근처 식당에서 점심 사 먹는 돈이 아까워 늘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그중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런치박스푸드 탑 3안에 들어간다. 만들기도 쉽고 간편하고 언제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점심 도시락으로 자주 선택되는 음식이었다.
아보카도 샌드위치 만드는 법
1. 잘 익은 아보카도를 칼로 반으로 가른 다음 씨를 제거한 후 큐브로 썰어서 볼에 넣는다.
2. 마요네즈 2스푼을 아보카도가 든 볼에 넣는다.
3.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넣고 마요네즈와 아보카도를 섞어 스프레드를 만들어준다.
4. 만들어진 아보카도 스프레드를 식빵에 듬뿍 발라준다.
5. 맛있게 먹는다.
좀 심심하다면 슬라이스 토마토와 새싹채소를 같이 넣으면 정말 정말 맛있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 조금 짭짤하고 여러 씨앗들이 들어간 식빵을 고르는 걸 추천한다. 아보카도는 짭짤한 맛과 어울리면 그 맛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마요네즈가 들어갔지만 더더욱 고소한 맛을 원한다면 치즈를 추가해도 괜찮다. 그리고 샌드위치는 대각선으로 잘라준다. 대각선으로 잘린 삼각형 모양의 샌드위치는 그냥 네모난 샌드위치를 와구와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요렇게 만든 샌드위치를 런치박스에 가지런히 담아 학교에 갔다. 가끔 베이커리나 카페에서 파는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보면 클래스 메이트들과 카페테리아에 앉아 학교 과제 얘기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들 돈 없고 밤샘 과제에 힘들었지만 졸업하고 나면 멋진 디자이너가 될 거라는 꿈을 좇으며 열심히 학교 생활을 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같이 점심을 먹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도 연락을 계속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졸업 후 몇 년 동안 연락을 안 한 친구들도 있다. 모두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요즘은 페북도 다들 잘 안 해서 정말 소식을 못 듣고 산다. 새삼 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지지만 성격 탓에 먼저 뜬금없이 연락하기도 뭔가 쉽지 않다.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하다 그냥 부엌에 있는 아보카도 한 꾸러미가 얼른 익기를 기다릴 뿐이다.
아보카도는 인기 있는 식재료이지만 아보카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멕시코에 숲을 벌목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숲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아보카도 농사는 농장 주변을 가뭄으로 시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재배나 아보카도 소비를 줄이는 캠페인 등 좀 더 윤리적인 소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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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ewswatch.kr/news/articleView.html?idxno=15108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7135000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011705001&code=9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