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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Dec 25. 2018

친절한 은지씨

감자 파스타 샐러드

감자 파스타 샐러드




성격이 괴팍하고 친절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온 나는 언젠가부터 그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친절한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다혈질에 인내력이 없고 화를 잘 내고 괴팍한 사람인지 더더욱 명확하게 상기시켜줬다. 고등학생이었을 쯤부터 '아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구나. 다른 사람들은 나 같지 않구나.'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서른이 넘은 지금도 친구들을 만날 때나 연애를 할 때 종종 느끼곤 한다.


난 정말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기분이 나빠있는 상태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유 없이 뭔가가 마음에 안 들고 이유가 분명하지 않는 불안감이 내 멘탈의 디폴트다. 최대한 이 상태를 줄이면 언젠가 친절한 사람에 더 가까워지지 않아 있을까. 마음의 여유는 통장잔고에서 나오고 배려와 친절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을 어디선가 보고 무릎을 쳤다. 태생이 괴팍한 인간이라면 탄수화물을 자주 먹어 기분이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인듯하다. 실제로 케익이나 떡볶이같이 탄수화물을 먹으면서 기분이 안 좋았던 적이 없었으니까. 살이 찌는 건 그 후의 문제다. 


달콤한 탄수화물, 짭짤한 탄수화물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나쁘거나 불안감이 느껴지면 해야 할 나만의 매뉴얼을 몇 가지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일단 시럽을 탄 라떼를 마시거나 케익을 먹는다. 이런 달콤한 탄수화물은 응급처방에 가깝다. 한 입만 먹어도 금세 기분이 황홀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는 게 더 쉬워진다. 달콤한 탄수화물도 좋지만 짭짤하고 고소한 탄수화물도 좋다. 케익이나 쿠키 같은 달콤한 탄수화물은 주로 밥 이외에 먹는 간식이지만 고소한 탄수화물은 끼니가 된다. 그중 고탄수화물 음식인 파스타에 감자까지 넣어서 종종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샐러드를 생각하면 보통 잎채소를 많이 떠올리는데 감자 파스타 샐러드엔 그런 채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고소하고 포근한 느낌만 간직한 순수 탄수화물 요리. 


감자 파스타 샐러드

1. 냄비에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조금 넣은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파스타 면을 넣고 익힌다.

2. 물이 끓을 동안 감자를 깎아 깍둑썰기로 썰어 냄비에 물과 함께 넣고 익힌다.

3. 다 익은 파스타면과 감자를 체에 밭쳐 물기를 빼준다.

4. 물기를 뺀 감자와 파스타면, 잘게 찢은 게맛살을 볼에 넣고 마요네즈, 설탕, 소금, 후추를 넣고 섞는다.

5.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 먹는다.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차갑게 해 먹는걸 개인적으로 더 좋아한다. 영양가가 별로 없어 몸에 그다지 좋지도 않을 거 같지만 하얀 탄수화물의 식재료로 만든 이 음식은 잠시나마 내 괴팍함을 누그러뜨려 준다. 고소하고 짭짤한 감자 파스타 샐러드를 먹고 있을 때만큼은 그 어떤 이에게도 화를 내지 않을 거 같다. 정말 그 순간만큼은 친절한 은지씨가 되나 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또 금세 성질이 괴팍해진다. 지인들은 나를 떠올릴 때 친절한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양의 파스타를 먹었고 빵에 땅콩버터를 듬뿍 발라 먹었고 초콜렛 치즈케익을 먹었다. 난 헬스장 멤버십을 끊었고 여전히 친절하지 않다.













제가 그린 그림을 올려놓은 제 인스타그램에도 한번 놀러 오세요 :)

https://instagram.com/foodiecherry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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