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게 될 거라고 알았을까?
본업도 아닌 부업도 아닌 그저 생계를 위해 잠시 머물러 간다고는 하지만 배달이라도 없었다면 나는 소위 막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야 생각 없이 배달로 음식을 주문했지만 이젠 남의 일이 아니다. 가끔 뉴스에서 보는 사고들, 신호 위반하는 배달러에 대한 불신, 갑질 고객 등등.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달라고 절대자에게 빌어 본 적은 있지만 이런 식의 경험은 원한 적이 없다. 하기야 가끔 만나는 배달러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었다. 사업 실패, 코로나로 인한 강제 퇴사, 보증 섰다가 망하고 뭐 정말 각자의 사연들이 많았다.
잘 다려진 양복, 향수는 꼭 뿌렸고, 반짝이는 구두, 해외 출장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갔었고, 부하직원들에게 좋은 말도 많이 했고, 골프를 좋아해서 티칭 자격증도 있고, 3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꾸었고, 주식은 억대로 했고, 회식을 가면 한 번은 꼭 계산해야 했었다.
그런 내가 지금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있고, 편의점에 가면 1+1이 아니면 손이 가지 않고, 아이들이 배달 음식 주문할 땐 가격이 먼저 보이고, 골프백은 창고에 1년 넘게 들어가 있고, 모임에는 가지 않고, 세차를 하지 않은지 벌써 반년이 되었고, 추운 겨울에 배달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비웃어도 좋다. 지금 청승 떠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니까. 따뜻한 봄날이 언제 올진 모르지만 반드시 오리라는 희망은 갖고 있다. 희망마저 없으면 안 되잖아. 흐흐흐.
얼마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중환자실로 가게 되었다. 오늘은 병간호를 하고 있다. 인생이 뭘까? 사는 게 뭘까? 성공은 또 무엇일까?
에라이. 모르겠다. 그저 노력해야 한다. 집중해야 한다.
신춘문예 단편과 동화를 이번 주에 응모한다.
좋은 결과는 바라지 않는다.
이 과정이 주는 그 힘을 믿으니까.
동생이랑 맨날 하는 말. 레츠꼬! 그래. 레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