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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선 Jul 26. 2023

영어회화도 '과목'이 아니라 '언어'다.

반드시 인지해야 되는 언어 습득의 3단계



많은 학습자들이 여전히 영어를 하나의 ‘과목’으로서 취급하고 ‘공부’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영어는 또 하나의 언어다. 밑줄을 긋고 연습장에 쓰고 외우는 1차원적인 방법도 분명 자격을 평가하는 시험용 영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통은 언어의 확장성이 결여된 채 그 목적에 맞춰진 수준까지만 성장한다.


한국의 정규 교과과정만 이수한 평균의 학습자 중, 꽤 많은 비중이 리딩(Reading)리스(Listening) 대비 라이팅(Writing)스피킹(Speaking) 실력 편차가 비상식적으로 큰 결과를 초래했다. 무려 최소한 6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불구하고.

      

왜일까?


그 원인은 언어 학습에 대한 접근 방식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언어 습득의 메커니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는 뜻이다.


과거 외국어 교육의 커리큘럼을 돌이켜보면 그저 교과서의 본문을 읽고, 수업시간에 일본식으로 표현된 어려운 문법 용어와 단어의 뜻을 배우고, 객관식으로 시험을 치는 형국이니 의사소통 능력이 늘래야 늘 수가 없었다. 수동적인 학습 방식에 의한 폐해라 할 수 있다.



그 상태로 어른이 돼서 어느 날 회화 공부를 하려고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히 길을 잃는다.


‘필수 원어민 표현 1000개(가제)’ 와 같은 어휘나 표현이 담긴 책을 펴고 무작정 형광펜을 칠하거나, 영어권 국가에서 거주하여 영어에 능통한 실력자가 가르쳐 주는 현지 표현들을 듣고 여태껏 몰랐던 중대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탄식하며 메모장에 뜻을 적는다.


우선 이것들이 절대로 나쁜 방법이라 폄하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문제는 언제나 교육자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교육자의 학습 방식에 존재한다. 시중에 출판된 책과 콘텐츠 모두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고 훌륭하며 이 데이터들 또한 언어의 정확도와 정교함을 다듬기 위한 제련의 재료로서 유용하게 활용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순서가 틀렸다.


시작부터 단순 암기나 청강 식의 방법으로는 궁극적으로 많은 이들이 갈망하는 ‘말의 능력’을 얻어내진 못한다. 필요한 순간에 임시방편으로 잠깐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머릿속에서 휘발된다. 예컨대,


▷ This place is literally out of world!(여기 진짜 쩐다)


위와 같은 관용구를 배웠어도 막상 적절한 상황에서는 까먹거나 혀끝에서 맴돌며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혹자는 유학을 가야 된다고 주장한다. 맞다. 현지에 거주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언어 습득 방식이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역으로 자신의 모국어를 습득한 경로를 되짚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충분한 사람들은 애초에 '공부법'이란 카테고리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모국어를 배우듯 어렸을 때부터 현지 교육을 받고 자연스레 'Bilingual'이 되면 되니까.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평생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방법에 대해 골머리를 앓거나 지름길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순수하게 ‘방법론’에 대해서만 다룬다.


어떤 단어나 표현이 실제 일상생활에서 유용한지, 또는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발음 실수’와 같은 자료를 나열하지 않는다. 이러한 데이터는 이미 시중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류하고 있으며 언제든 간단한 서치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마음속 한 부분에 교과목이라고 뿌리내린 선입견에서 탈피해 영어를 언어로서 새롭게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이라 치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는 필연적으로 시간을 요하는, 호흡이 아주 긴 여정이다.


그 긴 여정의 시간을 이 방법론으로 인해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첫 번째. 자가 검진 - 숙달 정도에 따른 언어 습득의 3단계

- Apple, Postpone은 바로 떠올리면서 persimmon, procrastinate는 왜 말하지 못할까?

         

언어의 습득 단계는 숙달 정도에 따라 임의로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각 단계를 요약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 Level 1 : 텍스트를 봐야 인지 및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 또는 문장 구조(The vocabulary and structure limited to reading and understanding only)     

▷ Level 2 : 작문이 가능한 수준의 어휘 또는 문장 구조(The vocabulary and structure limited to writing but speaking)

▷ Level 3 : 무의식의 영역으로 즉각적으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어휘 또는 문장 구조(The vocabulary and structure instantly come up with and utilizing at a moment)



 · 자가진단 방법(Level 1)

   

말 그대로 숙달의 정도가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 오른 어휘와 문장 구조들의 범주이다. 참고로 여집합은 아예 모르는 단어의 범주라고 볼 수 있다(고로 가장 범위가 넓음). 단순히 단어장을 만들어 눈으로 읽고 외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추가적인 쓰임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텍스트를 보거나 소리로 들으면 이해할 수는 있다.


‘procrastinate(v. 미루다)’라는 단어로 예를 들어 보자. 


 ① 단어를 보자마자 뜻이 떠오른다면 Level 1(모르는 단어면 벤 다이어그램의 바깥에 배치

    되어야 한다).


 ② 뜻은 알지만 작문 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앞서면 Level 2에 위치한 어휘.


 ③ 즉각적으로 말할 수 있으면 Level 3. 


상하위 단계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발적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가 그 기준이다. 아닌 경우에 혹여라도 급하게 외워서 특정 상황에 써먹는다고 해도 대본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 까먹고 재활용할 수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 Level 2

      

이전 단계보다 숙달 정도가 향상되어 자유도가 한층 높아진 영역으로 단순 독해와 청해를 뛰어넘어 내가 작문할 때(생각을 한다면) 끄집어낼 수 있는 수준의 어휘와 문장들이다.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주목하자. 물론 반복된 소리 자극의 노출로 숙련도를 쌓은 경우에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최종 단계에 도달할 수 있지만 단순한 리딩만으로는 부족한 경험치를 쓰기 학습을 통해 채울 수 있다. 객관식 문제가 주를 이루는 우리가 가장 훈련이 덜 된 분야이기도 하다.

   

 · Level 3


마지막으로는 떠올린 모국어의 생각과 치환하고자 하는 영어가 즉각적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수준의 어휘와 문장, 그 외의 구조 등이 해당된다. 


여집합의 영역(0) > Level 1 낮은 숙련도(Low Proficiency) > Level 2 중간 숙련도(Mediocre Proficiency) > Level 3 높은 숙련도(High Proficiency)


다시 정리해서 요점은, 위와 같이 언어는 숙련도에 따라 영역을 구분할 수 있으며 상위 단계의 범위가 넓을수록 명백히 유창성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즉, 회화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Level 3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 각 원에 포진할 어휘와 문장 구조는 개인별로 상이하다. 누군가에게는 Level 1에 위치한 낯선 어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Level 3에 위치할 수도 있다. 구사하는 언어의 평균 수준, 환경, 빈도 등의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온전히 '의사소통'을 목표로 하는 유창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온전히 자신의 생각(남의 생각도, 유창해 보이기 위한 생각도 아닌)을 표현하기 위한 각종 재료들을 최종 단계(Level 3)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을 먼저 인지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대화 주제나 분야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챕터에서 각각의 단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숙련도를 높일 방안에 대해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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