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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0. 2016

이탈리아 그리고 와인1

치비타에서 와인을 마시다. 

이탈리아 소도시 치비타를 여행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만난 이야기. 


이탈리아 로마 근교여행지로 유명한 치비타. 뭔가 천공의 성 라퓨타 느낌의 그런 마을이 있었다. 분지 형태로 주변이 큰 웅덩이에 이 마을 하나만 우뚝 솟아져 있고 입구도 단 하나뿐이였다. 마을이 침식 작용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그 한마디에 이탈리아에서의 2주간의 여행중 하루를 할애하여 방문하기로 결심하였다. 


치비타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그 지역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걸어야 치비타라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지금생각해봐도 정말 잘한 선택이였던 것 같다. (굿굿) 


정말 치비타에서 와인을 마시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니 마실려고 계획을 하였던게 아니였겠지. 치비타로 걸어가는 길에 캐나다에서 왔다는 친구를 만났다. 심심하기도 하고 여행의 묘미는 낯선사람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니까. 잠시 길 동무를 하게 되었다.


이메일 하고 이름을 어딘가 받아 두었는데 시간이 오래되어 분실하고 말았다. 아무튼 이 친구 D 는 캐나다에서 음악교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할아버지가 이탈리아 분이라서 이탈리아어를 조금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몇번 방문했고 그중 치비타는 처음이라 그랬다.


음악교수? 음악에는 관심은 있지만 잼뱅이였기 때문에 급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듣는데 애를 먹었지만 치비타를 향해 걸어가는 그 긴 시간은 심심하지 않게 대화를 하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치비타에 도착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떡~ 하고  벌리수 밖에 없었다. 마치 에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 모습을 보고 흥분을 주체 할 수 없었다. 빨리 가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친구 D 와 인사를 하고 한달음에 치비타를 향해 달려 갔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 마치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에 나는 넋을 읽고 사진셔터를 눌러 대었다. 밧데리를 모두 방전시켜 버리겠다는 각오를 한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자니 배가 너무 고파왔다. 하긴,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는데 점심을 먹지 못했으니, 버스가 오는 4시까지는 시간이 좀 있었으니까 뭐좀 먹을까 했다. 


그렇게 식당을 찾고 있는 와중에 이 친구 D 를 다시 만났다. 


"요!, 점심 먹었어요?"

난 다짜고짜 점심 여부를 물어 보았다. 

"아니요, 아직요. 먹었어요?"

"아뇨, 저도 안먹었어요. 그럼 같이 먹을래요?"

그리고 바로 옆에 식당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좋다고 했다. 

식당은 매우 작고 아담했는데 나는 야외가 좋아서 야외에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으니 주인이 나와서 메뉴판을 건내 주었다. 우리는 식당에 앉아서 주문을 시작했다. 메뉴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영어로 소세지라고 적혀 있어서 난 그걸 먹기로 하였다. 이 친구는 무슨 생선 요리를 시키는 것 같았다. 주인은 우리가 메뉴선정이 끝났는 것을 눈치 챘는지 가게 밖으로 나와 와인은 마시겠냐고 물어 보았다. 난 좋다고 했다. 단 이 친구 D 가 생선 요리를 시켰기 때문에 화이트가 어떠냐고 물어 보았고 친구 D 는 흔쾌히 동의 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주문을 접수하고 요리를 준비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가게 주인은 요리을 올려 놓았는지 잠시 나와서 가게 옆에 있는 지하실로 내려갔다. 난 이 친구 D 와 이야기 하고 있느라 별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데 잠시 뒤에 이 주인 와인 한병을 들고 올라 오는게 아닌가? 난 호기심을 주체 하지 못하고 가게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 혹시.. 지하실에 뭐가 있나요?"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와인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요."

"와인 보관이요?" 

"네, 지하실에 와인을 보관해서 온도를 유지해요."

아!!! 세상에 나는 궁금해졌다. 가볼까 말까 그렇게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이런 나의 태도를 눈치 챘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한번 내려가 볼래요?"

"네? 오! 저는 좋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는 매우 좁았다. 물론 지하실도 좁았는데 세상에 지하실에 온통 와인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이 와인들 저기 보이는 산지에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모두 핸드 메이드이죠."

"오!!! 세상에."

"그래서 와인 퀄리트는 좋을 겁니다."

신기했다. 아무래도 여기가 우리나라처럼 돌 산이 아니라서 가능한 구조 같았다. 지하를 파고 와인 창고를 만들다니. 너무 인상 깊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꼬르륵..' 배가 다시한번 나에게 신호를 줬다. 조금만 더 기다리게 하면 배가 화를 낼 것 같아서 서둘러 올라왔다. 그리고는 아까 서빙해서 주었던 와인을 바로 한모금 하였다. 아.. 세상에 그 청량한 화이트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데 이 와인이란, 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이였다. 그렇게 마른빵에 올리브를 찍어서 홀짝이고 있는데 요리가 나왔다. 


아; 이 비주얼 뭐지? 소세지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체 불명의 소스에 고구마를 갈아놓은 듯한 뭔가 정체불명의 요리가 나왔다. 한입 먹어 보았다. 아풀싸! 짜도 너무 짜다. 뱉을수도 없고 비싼 가격이였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니까. 오히려 와인을 입가심한다고 연신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기가 막힌 경험이였다. 짜디짠 음식과 매우 맛있었던 화이트 와인. 음식을 먹으면서도 화이트의 즐거움을 즐기면서 울다가 웃다가 참 이상한 경험이였다. 정말 인간 승리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와인의 힘을 빌려 최대한 다 먹었다. 와인이 부족해서 더 시키고 싶었지만 취할 것 같아 다음일정이 있어서 패스 하기로 하였다. 


역시나는 역시나,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진리지!! 를 연발하게 하였던 (음식을 제외한) 좋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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