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말을 쓰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지
수천년살이 나무가 있다면
운명이라해도 되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뭘 완성하는게 사명은 아닐거 같아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그런
내가 말했잖아
‘완성’이나 ‘완벽’이나 다
하찮고 짧은 이 삶에는 어울리지가 않는다고
우연의 조각들을 그저그렇게 붙이는
모자이크라고 하자고
나나 너가 그려가는 그림에 대해서
위대하고 영속적인 조각을 새기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슬퍼하지 마
아무리 위대한 일도
하찮은 것들을 위한 위대함이니까
거기에 기대어 하찮음도 위대해 지는거야
모자이크를 붙이다 보면 풀이 엉겨서
항상 손끝이 벗겨진다
갈라진 손끝으로 모자이크화의 표면을 더듬는다
그래, 이게 내가 그린 그림이야
온 몸이 찢어져서 생긴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