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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탈 Jul 27. 2023

마케터의 일

총체적 관점에서 일하기

이런 말 하면 또 라떼냐, 틀딱이냐 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캠페인만이 마케팅이고 브랜드 구축 방법인줄 알았던 시절, 광고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마케터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나만 해도 상품개발을 하면서 광고도 하고 리서치도 하고 이벤트에 제품교육도 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상한 현상들이 보였다. 마케터가 고객과 시장 공부도 안하고, 전략도 안세우고, 메시지도 안만들고, 성과 리뷰도 안하고 다 광고대행사에 시키는거였다. ”그런건“ 원래 대행사가 하는거란 말까지 듣고 충격에 말을 잃었다.


오늘 어센트코리아 박세용대표님이 강의 중 7단계의 대부분을 가리키시며 이거까지 다 하는게 원래 마케터의 일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옛날 생각 나면서 박수 쳐 드리고 싶었다. 왜? 대행사는 내 손으로 하기 어렵거나 하더라도 전문성이나 퀄리티를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곳이다. 마케팅 전략에서 광고가 할 일을 정하는건 마케터, 정해진 방향과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과 효과를 만들어 내는게 대행사다. 오프 이벤트한다고 마케터가 길거리에서 춤추는건 효율과 효과가 좋지 못하고 전문성도 없으니 대행사에게 임팩트 있는 실행을 의뢰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마케터의 일을 보면 거의 대부분은 계획을 위한 공부, 기획, 방향성 정하기, 가이드 만들기 등이라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자기 일을 대행사에 다 시키면 자기 실력은 죽어도 늘지 않는다. 아주 쉬운 보고서 하나도, 기획안 한 장도 제대로 써내기 힘들어진다. 원래! 해야하는 일이라고 하면 그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행사에 시키는게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그럼 내 브랜드에 대해 내가 아는건 뭐냔 말이지. 답답.


그와는 좀 다르지만 요새 마케팅 하는 방식도 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새는 일이 다 분화되어서 어떤 일은 브랜드마케터가, 어떤 일은 퍼포먼스마케터가, 어떤 일은 컨텐츠마케터가 한다. 그만큼 매체도 툴도 고객접점도 늘어났기 때문인데, 덕분에 아는 것만 알고,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는 마케터가 너무 많다. 사실 대부분이 그런거 같다. 그런데 컨텐츠는 전략이 있어야 나오고, 전략은 고객과 시장을 알아야 나오고, 실행을 총체적으로 해야 어디가 약하고 구멍이 뚫려 있는지, 고객 니즈의 층위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데 그걸 조각조각 아니까 브랜드가 왜 잘/못되는지가 안보인다. 일이 분화되는게 전문성에는 도움되지만 전체적 시각과 총체적 통찰력 갖는데는 방해가 된다.


밤새 자료 읽고 분석보고서 쓰고 분기반기연간중장기전략 세우고, 매체 전략, 영업전략 등등 세우고, 공장과 OEM관리도 하고, 원부자재 구매도 관여하고. 솔직히 힘들었고, 재미있기만 한건 아니었고, 멘붕도 많이 왔지만 제일 많이 배우고 클 수 있었다. 지금 공장 운영하는 제조스타트업에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것도, 브랜드빌딩의 처음부터 관여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때 쌓은 경험 덕분이다.


요새 상황을 몰라서 하는 말이고 너무 할게 많아서 옛날처럼 못해요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진짜 그럴까. 지금도 현업 마케팅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는 말은 동의가 안된다. 일에 자신을 갈아넣는게 틀려버린 시대가 되었기에 그렇게 일 할 수 없다고 모두가 생각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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