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영화관 #01
이상일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 <분노>, <유랑의 달>를 봤는데, 그중에서도 ‘분노’ 작품을 좋아한다. 아야노 고 배우 연기가 좋으니,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추천합니다.
스레드를 하다가 <국보> 영화가 일본에서 1000만이라는 글을 우연히 봤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아아 이상일 감독님의 신작 영화라니. 보고 싶다. 어떤 내용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감독님을 믿고 보고 싶다.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감사하게도 당일 표를 구해 오후에 보러 갔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영화를 검색해 보니, 러닝타임이 175분(약 3시간)이다. 괜찮습니다, 이상일 감독님. 원작이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더더욱 괜찮습니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님이니까. 생각하면서도. 맨 앞자리라 걱정이 좀 되긴 했다.
결론은 3시간이라는 영화는 몰입해서 보았다(그래도 길긴 길다). 야쿠자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이 가부키로 일본 최고가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가부키라는 예술이 주제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나도 공감이 많이 됐다. 소름 돋는 부분도 많았다. 차갑고 아름답다. 추운 겨울 내리는 함박눈처럼.
어쩌면 그런 게 예술이 아닐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이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다. 어린 딸이 다가와 주인공에게 묻는다.
“아빠는 신에게 소원 빌게 많나 봐.”
“악마와 계약을 한 거란다.”
“무슨 계약?”
“일본 최고가 되게 해 달라고.”
대략 이런 대사였다.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예술이란 악마와의 계약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위험하다. 그러니 더욱 자신을 돌봐야 하는 게 아닐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러지 못하면. 악마가 나를 집어삼킨다.
영화가 끝난 후, 그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서 소변을 봤다(영화가 재미있어서 중간에 나갈 수 없었다).
하아~ 영화 길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