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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Apr 21. 2019

인터뷰) Emi Meyer

인터뷰) Emi Meyer: 따사로운 봄햇살을 닮은 목소리, 그리고 피아노


음악웹진 이명: 2016년 5월 21일

https://diffsound.com/emi-meyer-%EB%94%B0%EC%82%AC%EB%A1%9C%EC%9A%B4-%EB%B4%84%ED%96%87%EC%82%B4%EC%9D%84-%EB%8B%AE%EC%9D%80-%EB%AA%A9%EC%86%8C%EB%A6%AC-%EA%B7%B8%EB%A6%AC%EA%B3%A0-%ED%94%BC%EC%95%84%EB%85%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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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 Meyer,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 하는 모습 (사진자료=플러스히치)


재즈 보컬리스트, 피아니스트, 그리고 싱어송라이터인 Emi Meyer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시애틀과 LA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는 태어난 고향인 일본 교토에서 유학을 하던 중 2007년에 고베에서 열린 재즈 보컬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이국적인 외모와 선이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풍기는 Emi Meyer만의 매력은 단번의 일본 음악팬들을 사로 잡았다. 자체 제작한 그녀의 데뷔 앨범 [Curious Creature]의 수록곡 ‘Room Blue’는 일본 아이튠즈 차트에서 Single of the Week에 선정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0년에는 래퍼와 프로듀서로 유명한 Shingo Annen(Shing02)와의 공동 작업으로 두 번째 앨범 [Passport]를 발표한다. 이때부터 Emi Meyer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본인의 장기를 잘 살린 팝적인 음악을 선보이는데, 일본 현지에서는 그녀의 곡이 여러번 CM송으로 선정될 정도로 크게 알려지게 된다. 또 2013년작 [Galaxy’s Skirt]에서는 John Mayer의 기타리스트 David Ryan Harris가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2014년에는 기타리스트 Seiichi Nagai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등 다양한 활동도 화제였다.


작년에 Emi Meyer는 재즈 스탠다드 앨범이자 6번째 솔로 앨범인 [Home] (일본반 타이틀은 [Monochrome])을 통해 본격적으로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Fly Me To the Moon’, ‘My Funny Valentine’, ‘Moon River’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재즈 스탠더드 9곡에 본인의 자작곡 2곡을 보탰다. 예상보다 훨씬 재즈다운 기품이 느껴지면서 예전 그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생경하기까지 하다. 이번 앨범이 그녀에게는 어떤 전환점 같은 것일까? 거기에 [Home]은 요즘 같은 봄날씨에 듣기에 너무도 따사롭고 아름다운 앨범이기도 하다.


얼마 전 Emi Meyer는 내한하여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 SBS 라디오에 출연하는 등 2주간의 투어를 숨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이어서 5월 22일 일요일 JCC 콘서트홀에서는 그녀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린다. 이 공연에서는 Emi Meyer의 재즈 밴드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즈 뮤지션인 비안(피아노), 박윤우(기타), 김성수(베이스), 이도헌(드럼)이 참가한다. 그리하여 Emi Meyer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바쁜 와중인데도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준 Emi Meyer에게 감사를 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2JGLuuWfhk


Q: 안녕하세요. 한국 음악팬들에게 간단한 소개와 인사를 부탁합니다.

Emi Meyer: 안녕하세요! 저는 Emi Meyer라고 합니다. 저는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치고 곡을 씁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언제 음악을 시작했나요? 또 어떤 때 음악을 만드나요?

EM: 저는 아주 어렸을 때, 아마도 10살쯤에 피아노를 치면서 작곡을 했어요. ‘Frog’라는 곡을 작곡하려고 했지만 실력이 안 따라줘서 좌절했었던 기억이 나요. 왜냐하면 그때는 재즈를 공부하지 않았거든요. 17살 무렵에 노래하는 것을 시작했어요. 저는 제가 기억하고 싶은 무언가를 남기고자 할 때 곡을 써요. 마치 일기처럼요. 지금은 관객들이 있으니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나 메시지를 쓰는 것처럼 가사를 쓰죠.


Q: 당신에게 가장 영감을 준 음악가는 누군가요?

EM: Thelonious Monk를 엄청 좋아해요. 왜냐하면 그는 참 기묘한 사람이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심하게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그 사람의 음악을 들을 때 단 하나의 코드만으로도 그의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죠.


Q: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지만 자란 곳은 미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음악에 영향을 줬을까요?

EM: 그 점이 항상 저한테 좋은 관점이 되어왔어요. 왜냐하면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유행하는 것들은 미국과는 다르니까요. 물론 전에는 그런 것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음악인이 된 지금은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것은 유행을 좇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제가 지금 있는 곳에서 멋져 보이지 않더라도,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멋진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니까요.


Q: 일본어와 영어를 동시에 구사할 줄 압니다. 당신은 ‘소통’과 ‘문화적 차이’에 관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나요?

EM: 예, 음악은 저의 첫 번째 보편적 언어였습니다. 저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미국 시애틀에서 다양한 밴드에서도 연주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온갖 다양한 배경과 나이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죠. 더 나은 음악가가 될수록 다른 음악가들과도 더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답니다. 말하기로써의 언어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일본어를 정말 못했어요. 하지만 더 많이 사용하면서 일본어 실력이 더 좋아졌고, 깊은 대화와 우정을 가꿔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음악이든 언어든 연습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성인이 된 뒤 교토에서 유학하면서 재즈뿐만 아니라 록, 힙합, 민족 음악 외에 다양한 장르의 현장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인터뷰어로서도 직접 뮤지션들을 인터뷰하러 다녔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당신에게 많은 영감을 줬을 것 같은데요.

EM: 저는 민족음악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프로 뮤지션이 되기 전까지 많은 뮤지션들을 인터뷰 하고자 했죠. 왜 그들이 그 음악을 선택했는지, 또는 어떻게 본인의 이미지를 제시하는지에 관해서 각각의 뮤지션들을 이해하고 싶었고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질문을 하는 것’이 ‘대답하는 것’보다 쉬웠죠. 어떤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경력을 연구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 뮤지션 개인을 독창적이게끔 하는 요소엔 우연도 상당히 작용한다는 것을요. 그건 논문 같은 것으로 요약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Q: 현재 활동하는 다른 음악가들과도 교류가 깊은 것 같은데요.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를 하나만 들려준다면?

EM: 제 전작 [Galaxy’s Skirt]에서 함께한 David Ryan Harris는 제가 처음으로 함께한 외부 프로듀서였어요. 당시에 저는 제 곡들의 편곡을 더 세련되게 해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지금도 재미있는 점은 그가 사전에 어떤 방식으로 편곡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세부적인 내용들을 별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그때 저는 조금 걱정하면서 스튜디오로 들어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순간 그가 이미 완벽한 비전을 가진 채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신뢰하는 것과 지나치게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를 내려놓으면 일어날 수 있는 마법에 대해 제대로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GjKmAmJtho


Q: 이제 앨범 이야기를 해볼게요. 지난 해에 6번째 앨범 [Home]을 발표했어요. [Home]은 재즈 피아니스트 Eric Legnini와 함께 파리에서 녹음한 재즈 스탠더드 앨범인데 전작과 이번 작품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EM: 재즈 스탠더드를 하기에는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었어요. 왜냐하면 작곡하는 것을 좀 쉬려고 했거든요. 서두르기 보다는 저절로 아이디어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번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쓴 가사와 멜로디를 노래하면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스킬을 연마했고, 또 재즈 피아노를 다시 연습했어요. 지금은 다시 저만의 오리지널 앨범을 만들 준비가 된 것 같아요.


Q: [Home]의 앨범 제작과 곡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 또 녹음 기간은 어느 정도였는지도.

EM: 가장 중요한 역할을 피아니스트 Eric Legnini가 했어요. 그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투어를 갔었는데, 이번 앨범에 필요한 유일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의 음악적 색깔은 정말 특별해서 이번 앨범은 그의 피아노와 저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듀엣 앨범이라고 봐도 될 정도예요. 우린 딱 한번의 리허설을 했고 녹음은 단 이틀 만에 끝났어요!


Q: [Home]에서 재즈 보컬 실력이 능숙해서 놀랐어요. 그전보다 더 성장한 것 같은데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EM: 고맙습니다! 재즈곡을 부르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저는 제 스스로도 다른 재즈 싱어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에 저의 노래들은 ‘Emi’식으로 부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이를 위해서 저는 노래에 저만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가사와 맞아떨어지는 제 인생의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대신에 노래하기에만 집중한 것도 저의 역량을 보컬에 100% 담을 수 있었던 훌륭한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피아노와 보컬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싶은가요?

EM: 둘 다예요! 저는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했어요. 그게 편하고요.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는 없어요.


Q: 그나저나 작년에 미국에서 전작 [Galaxy’s Skirt] (Deluxe Edition)을 발표했어요. 이를 통해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려는 것으로 봐도 되는지요?

EM: 예, 그 앨범의 미국 버전은 제 고향인 시애틀의 한 재즈 레이블을 통해 이번 가을에 발매될 예정이에요. 시애틀의 재즈 뮤지션들이 피처링을 해준 보너스 트랙들이 들어가서 재미있어요. 그 분들이 예전에 저의 선생님들이었거든요. 그분들과 함께 음악을 만든 건 영광이죠.


Q: 최근에 자주 듣는 곡 3곡만 말해주세요.

EM: Beyonce의 ‘Hold Up’, Richard Bona의 베이스 솔로 연주, 그리고 요즘에는 The Band의 ‘The Weight’를 듣고 있어요.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서 Emi Meyer (사진자료=플러스히치)


Q: 음악을 하면서 가장 기분 좋았을 때와 힘들었을 때가 있었나요?

EM: 사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어렸을 때는 ‘왜 더 빨리 유명해지지 않는 건지’ 또는 ‘만약 내가 대형 레이블과 매니지먼트의 관리를 받았다면 앨범을 백만 장은 팔았을 텐데’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홀로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내가 어떤 작업을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더군요. 그래서 저는 본능적으로 제가 즐기는 것에 초점을 잡았어요. 저는 저를 100퍼센트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그게 저 자신에 대한 보상인 거죠. 또한 지금 이렇게 2주 동안 한국에서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포상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활동한 보람이 느껴지고요! 아티스트로서 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요. 그렇지만 여기서는 꾸준히 행복해요! 매우 특별하고 저를 놀라게 하죠!


Q: 여행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한국 투어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여러 곳을 다녔잖아요.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즐거워 보였는데 인상적이었던 공연이 있었나요?

EM: 모두 놀라웠어요. 대구에서는 저에게도 팬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김해에서는 공연이 끝나고 맛있는 닭갈비를 먹었죠. 울산의 태화강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정말로 큰 무대였어요. 처음 봤을 때 정말 충격이었죠! 양귀비 꽃밭과 무지개 다리, 열정적인 관객들이 전부 이어지는 듯한, 하나의 아름다운 꿈같았어요.


Q: 5월 22일에 서울 혜화동의 JCC 콘서트홀에서 두 번의 단독 내한 공연이 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EM: 이런 큰 홀에서 두 번의 프로그램을 하게 돼서 놀랐어요! 저의 첫 솔로 투어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저를 알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서 어쩌면 친밀한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저의 아담하고 개인적인 콘서트를 매우 크고 고급스러운 홀에서 보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될 거예요. 마치 전용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처럼요!


▲22일에 서울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가지는 Emi Meyer (사진자료=플러스히치)


Q: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이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EM: 이번 투어의 제 밴드는 모두 한국 분들인데 실력이 대단해요! 그것은 여기 한국의 재즈 씬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보여주는데요, 전세계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저는 이번 JCC홀 공연을 위해서 케이팝을 재즈버전으로 커버하는 시도를 할 겁니다. 무슨 곡인지는 그날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은 아직 제 밴드 멤버들에게는 말하지 않아서, 밴드가 잘 따라와 줄지 모르겠어요!


Q: 서울 공연까지의 스케줄이 끝난 뒤에는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줬으면 합니다.

EM: 서울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광주로 가서 티비쇼에 출연하고, 그 다음에는 여름에 일본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요. 게다가 이번 가을에는 중국과 태국의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해요!


Q: 10년 후에 당신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 것 같은지 말해주세요.

EM: 제 가족들이 건강했으면 바라고, 많은 사랑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어요. 계속 음악을 만들면서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에게 음악은 무엇인가요?

EM: 음악은 제 자신의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접착제입니다.



에미 마이어(Emi Meyer) 첫 내한공연

2016년 5월 22일(일) : 오후 4시 / 오후 7시 JCC 콘서트홀  




Emi Meyer

Website: http://www.emimeyer.com / http://www.emimeyer.jp (일본어)

Facebook: https://www.facebook.com/EmiMeyerMusic

Twitter: https://twitter.com/emimeyer

Myspace: https://myspace.com/emimeyer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emime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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