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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Apr 21. 2019

공연후기) 에미 마이어 첫 내한공연

공연후기) 에미 마이어 첫 내한공연


음악웹진 이명: 2016년 5월 27일

https://diffsound.com/live-review-emi-meyers-concert-in-seoul-2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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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 Meyer 단독 공연 현장 (사진 출처 = Emi Meyer의 SNS)


5월 22일 일요일에 서울 혜화동 JCC 콘서트홀에서 Emi Meyer의 공연이 있었다. 오후 4시와 7시, 두 타임이 있었는데 앞 공연을 보기로 했다. 5월이지만 폭염이라서 그런지 가는 길에 땀이 좀 났다. 작년에 개관한 JCC 콘서트홀에 이번에 처음으로 가봤다. 클래식 연주와 녹음에 최적화된 음향을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들었다. 벽과 천장이 높은 내부 형태가 흡사 올림푸스홀과 비슷했다. 이날 Emi Meyer의 공연에서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시간에 되자 Emi Meyer와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Emi는 관객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한 다음 곧장 ‘Fly to the moon’을 노래했다. 라이브의 울림과 질감이 굉장히 좋았다. Emi는 첫 노래가 끝나자 약간 긴장이 풀렸는지 공연 때 입은 의상이 한국의 디자이너가 해준 것이라며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관객들도 그런 Emi의 모습에 같이 긴장을 풀면서 가볍게 웃음 지었다. 이어서 ‘Smile’과 ‘Cheek to cheek’과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Moon river’가 이어졌다. Emi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멘트를 한 후 바로 다음 곡을 불렀다. 노래도 맛깔나게 잘 했지만 진행 솜씨도 탁월했다. 과연 데뷔 10년차를 앞둔, 정규 앨범을 6장이나 낸 뮤지션다웠다.


‘My funny valentine’은 이날 불렀던 재즈 스탠더드 곡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Emi의 호소력 짙은 보컬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밴드의 연주가 가장 빛을 발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베이시스트 김성수의 솔로 연주는 원곡의 쓸쓸한 정서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기타리스트 박윤우는 절로 술 생각이 나게 할 정도로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내뿜었다. 이번 Emi Meyer 내한 공연의 밴드 구성원은 모두 국내 연주자들로 구성되었다. 피아니스트 비안, 기타리스트 박윤우, 베이시스트 김성수, 드러머 이도헌.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을텐데도 밴드는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훌륭한 합을 들려주었다. 한 무대에 서있는 5명의 모습이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꽤 잘 어울렸다.


최근 발표한 재즈 스탠더드 앨범 [Home] (일본반 제목은 [Monochrome]) 발매 기념 공연답게 초반과 중반까지는 거의 재즈 스탠더드 위주였다. Emi Meyer는 어떤 곡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할 줄 알았는데, 굉장히 여유가 있었고 편안하게 불렀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 수록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지난 앨범까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했다는데 실제로 얼마나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체득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공연 후반부에 Emi는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작곡인 ‘Room blue’, ‘New York’, ‘Galaxy skirt’를 연이어 노래했다. 재즈 스탠더드를 부를 때 이상으로 음악적인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Galaxy skirt’가 정말 끝내줬다. 원래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하고 멋있는 곡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라이브에서 밴드와의 합이 너무 멋있었다. 만약 JCC 콘서트홀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이렇게 좋은 사운드로는 절대 듣지 못했을 것 같았다.


공연 며칠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Emi는 케이팝 한 곡을 커버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앵콜 때 그것을 보여주었다. 바로 소녀시대의 ‘Gee’였던 것이다. 밴드는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는지 이미 무대 뒤로 사라지고 없었다. 혼자 남은 Emi는 잔뜩 쑥쓰러워하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멋져 눈이 눈이 부셔 숨을 못 쉬겠어 떨리는 girl, Gee gee gee gee baby baby…” 준비를 많이 했는지 한국어 발음과 억양이 꽤 능숙했다. 관객들도 즐겁게 Emi의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따라 불렀다. 그 뒤로 한국 투어 때 공개된 싱글 ‘You and I’와 ‘What a wonderful world’이 이어지면서 공연은 마무리 되었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지금도 Emi Meyer가 가진 독특한 색깔과 대중적인 매력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토록 사랑스럽고 완벽한 공연을 보게 될 줄이야! 문득 나중에 크게 될 한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듯해서 더 뜻 깊었다. 그녀는 올해 10월에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고 했다. 편안하고 잔잔한 음악을 찾는 음악팬이라면, 분명 그녀의 노래를 듣는 순간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2JGLuuWf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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