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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Sep 17. 2022

음악영화 둠둠 Doom Doom 후기

한국의 전자음악 씬과 여성 주인공을 다룬 영화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mhIyZ9AKMJg




콜센터와 편의점 알바 같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집에는 종교에 심취하며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가 있고, 사실은 3년 전에 딸을 낳은 미혼모인데, 좋아하는 음악은 하고 싶은.. 인생에 마(?)가 끼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설정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전자음악 씬을 디테일하면서 실감나게 다뤘고, 음악을 좋아하고 다시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으로서 같이 즐거워지고 좋았습니다. 전자음악을 다뤘다는 점에서 실화 바탕인 영화 <에덴: 로스트 인 뮤직>과 비교되는데 <둠둠>은 창작으로 만든 캐릭터를 가지고 스토리가 전개되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인공이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 초반부는 극이 빠르게 전개가 되는 것에 반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 되는 중반서부터 극의 흐름이 너무 느려집니다. 어서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후반부로 가야 하는데 아아, 그 상태로 끝까지 가버리네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결말이 제일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야 하는데... 중간 중간 이정도까지 집어 넣어야 했나 싶은 장면도 있어서 집중과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너무 욕심을 가지신 듯 이거저거 다 담아내려고 한 건지 필요 이상의 장치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음악영화니까 음악팬들을 의식할만한 요소를 꽉꽉 채우고, 음악 씬 이야기도 필요하니까 넣고(강남 EDM과 이태원 테크노 씬의 대립이라든가, 망해가는 클럽과 떠나는 뮤지션들 같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은 은근히 많아서 하나하나 다 살리고 싶고(위탁모와 베트남 여자 같은). 그래서 불필요한 장면이 너무 많아져서(너무 독립영화 같음) 정작 중요한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더라고요. 막판에 드디어 주인공이 엄마를 이해하면서 엄마의 옛 음성으로 노래를 만드는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하필 이걸 호다닥 빠르게 편집해서 넘어가더군요. '아니 이걸 살렸어야지.' 싶었어요. 마지막 베를린 콜링 장면에서는 음악과 영상미가 너무 멋있어서 라이브를 직접 보는 것처럼 몰입되긴 했습니다만 어떤 '사건'이 갑작스레 일어나면서 이것 마저 허무하게 끝나 버립니다. 너무 영화적인 '장치' 같아 산통이 깨진 기분이 들었구요. 그토록 고생했던 주인공이 마지막까지 보여준 게 별로 없는 거잖아요.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 자체는 괜찮았지만 분명 이보다 더 멋지게 포장했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분명 더 있었구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내 심장을 울린 박동>, <포미닛츠> 같은 음악 영화를 보면 배경 설명은 별로 없고 인물들의 연기와 드라마에 집중했습니다만... 딱 필요한 순간에 음악을 아주 기깔나게 넣어서 음악에 진심인 주인공의 심경을 폭발적으로 표현해냈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음악영화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주인공의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었거든요. 스토리는 그렇다치고서 말이죠. 기왕 저지르는 거 조금 더 과감하게 질렀어야 했습니다.


실화가 아닌 픽션으로서 전자음악 씬을 다뤘다는 점과 한국영화로는 음악을 이토록 세세하게 잘 표현한 점은 분명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하임과 이디오테잎의 제제가 만든 음악은 영화 배경음악으로 그치지 않고 살아 숨쉬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같이 봤던 친구가 그쪽 음악을 하는데 뻔하지 않은 음악들이라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제제가 마지막에 직접 출연까지 해서 반가웠고,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SCR)와 이태원 테크노 클럽들을 배경으로 등장해서 좋았습니다.


주인공 이나 역을 맡은 김용지 배우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데 마스크가 독특하고 음악에 몰두하면서 웃을 때의 얼굴이 매력적이더군요. 앞으로 눈여겨볼 배우인 것 같습니다. 엄마 역의 윤유선 배우 연기는 미쳤습니다. 연기를 너무 잘하신다는 의미입니다. 딸을 정신적으로 옥죄는 연기를 보고 있자니 저까지 숨 막히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결론적으로 다 좋은데 위에서 말한 음악과 현실적인 부분의 디테일을 약간만 덜어 냈으면 더 매끄러운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갓띵작은 아니고 갓띵작이 될 뻔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첫 장편이라고 들었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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