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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r 26. 2024

패스트 라이브즈 후기

지금보다 나중에 더 회자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영화 스틸컷 몇장과 포스터, 줄거리만 가지고도 기대가 되는 영화가 종종 있다. 나한테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그러했다. 


영화는 서로가 첫 사랑인 어린 남녀가 갑작스레 헤어졌다가 중간에 sns상으로 만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재회는 24년만에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여자는 결혼을 했고 뉴욕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고, 남자는 여행겸 여자를 보러 뉴욕에 들렀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자와 여자는 어렵지 않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또 상대방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조용하면서도 담담하게 담았다. 


장엄한 서사나 큰 사건 없었지만, 번잡한 뉴욕 거리 한복판에 친숙한 한국어로 대화하는 남녀만으로도 흥미로웠고 이국적이었다. 그 묘함이 인상적으로 기억될 영화. 얼핏 홍상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패스트 라이브즈의 남자들은 여자에게 더 상냥하고 배려심 많은 신사들이라는 점이 달랐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있는 동안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과거 선택들과 현재의 위치에 대해 돌이켜 봤다. 또한 첫 사랑의 감정이 강렬한 이유는, 지난 시절의 대한 그리움과도 연결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연'이라는 한국만의 정서를 어렵지 않게 잘 풀어냈고 그것을 대놓고 표현한 연출이 거의 나오질 않는데도 섬세한 화면과 편집, 배경음악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 영화. 아마 이민자가 많이 사는 해외 현지에서는 그런 점 때문에 호평인 것 같다. 그런데 한국인이 나오는 영화임에도, 정작 인생 대부분을 한국에서만 사는 본토 한국인, 혹은 외국에 살더라도 한인 커뮤니티에 속해 있거나 한국과 끈을 놓지 않은 한인 교포들에게는 별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 등 반추해보면 해볼 수록 재미있는 영화.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한편의 아름다운 단편소설을 읽은 듯한 감동을 준 영화였다. 


https://youtu.be/qFH49rqROVA?si=HHDVjmFTs_HQXj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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