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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Apr 15. 2024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후기

현실을 반영한 미친 서바이벌 프로그램


살다보면 우리가 원치 않아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날 뿐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현저히 줄어 들게 된다. 그나마 페이스북, X(구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접하게 되는데... 온라인 여론만 보다가 막상 실제로 사람들이 모인 현장을 가게 되면 군집된 인파 규모에 놀라는 일이 왕왕 있었다. 예를 들면 세월호 사태가 일어났을 때의 광화문 일대라든가, 가볍게는 코로나 펜데믹이 끝난 후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비롯한 야외 페스티벌 현장들. 대체 이 사람들을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실제로 나와 정말 비슷한 생각을 할까, 그러면 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평소 음악 감상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보니 그런 사회현상에 대해 늘 궁금했고 혼자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 와중에 재미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났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 4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열두 명의 참가자가 나오는 정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더 커뮤니티에서는 마피아 게임의 마피아 같은 '불순분자'라는 역할이 나오는데 불순한 이름과는 다르게 다른 참가자를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사실상 '공생'하는 존재다. 그러나 불순분자의 존재 때문에 참가자들은 알아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분란을 조장하게 되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지금 시대의 가장 핫한 이슈들을 과감하게 수면 위에 올려서 참가자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를 관전하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고 시뮬레이션 돌려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뿜뿜 분출된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8화, 9화, 10화는 정말 압권이었다.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 2번 이상 본 적이 없건만 2일만은 완주한 후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더 커뮤니티를 계속 보면서 여전히 포탈사이트에서 새로운 뉴스나 시청자들의 리뷰를 찾아 읽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 중에 출연자들의 인상이 계속 변하는 경험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은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안 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너무 맞는 말을 하고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곤 했다. 끝에 가서는 이념과 사상을 떠나 모든 출연자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애정이 갔다. 한 사상을 가지고 있어도 주어진 환경에 따라 진형을 옮기는 과정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이 말하고 싶은 것은 역동적으로 변하는 우리 사회가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혹은 왜 그렇게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일테다.  


더 커뮤니티로 인해 웨이브의 신규 회원이 크게 늘어났다고 하는데 대형 플랫폼인 넷플렉스가 아닌 웨이브 오리지널이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지 않나 싶다. 거대한 자본력의 넷플릭스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록 소규모일지언정 번뜩이는 기획력과 미친 열정으로 승부를 낼 수밖에. 아무튼 더 커뮤니티를 너무 재미있게 봤고 제발 시즌2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이건 내 사상검증 테스트 결과인데 왼쪽은 더 커뮤니티 보기 전이고 오른쪽은 보고 난 후 2, 3주쯤 지나서 다시 했더니 나온 결과다.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그닥 차이가 나진 않다. 지금이면 또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PD피셜 점수 1점은 그렇게 영향을 주지 않고 중도에 가깝다고 했으니 그냥 넘어간다치고, 정치와 젠더가 왼쪽으로 상당히 치우쳐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MBTI가 그 사람에 대해 완벽히 설명해주진 않듯 사상검증 테스트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완전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젠더는 왜 3점에서 2점이 나왔나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일단 학창시절 때 얘기부터 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초중고 통틀어서 집단 규모까진 아니지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었다. 그 탓에 줄곧 성격이 몹시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못 어울렸다. 그렇게 살아 오다보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스스로를 소수자로 인식하게 된다. 10대, 20대를 넘기고 30대를 지나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괜찮아졌는데 어느덧 주변 관계들이 정리가 되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대체로 여자 사람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이 살면서 힘들었던 이러저러한 일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남자로서 했던 과거 행동들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꼈고 반성을 했다. 그렇게 소수자 입장에서 그들을 더 이해하고 그들의 편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은 소수자인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는 결국 소수자 남성도 살기 좋은 나라이고 끝에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이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정치는 왜 2점이 나왔을까. 처음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으나 나이를 먹으면서 나만의 삶 패턴이 생겼고 자연스레 개인을 넘어 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찰하고 돌아보게 되었는데... 현 시대를 보면 좋은 방향보단 안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흐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만의 사고력과 포용력을 갖추려면 부끄럽지만 아직도 멀었는데 일단은 지금의 사회가 변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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