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지 말고 나 한입 달라.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 그대들 에바에 타지 않겠는가의 개봉에 맞추어 지척의 아이맥스 영화관을 찾았다. 타지 않겠다면 돌아가.
9AM을 조금 넘긴 시간이나 300석이 넘는 상영관은 북적였고 의외로 동년배들이 많이 보였다. 한가하시군요 저처럼.
시간이 오전이긴 하나 사방이 부스럭거린다. 빵 먹고 팝콘 먹고 김밥 먹고 비요뜨 퍼먹고.. 그대들 소풍 왔는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소풍날에 혼자 도시락 안 싸 온 불상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을 뿐.
와중에 어느 좌석에 앉으신 어느 그대는 왜 혼자 케첩 팍팍 뿌려진 소시지빵 처먹는가. 케첩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정도 냄새 풍겼으면 나 한입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영화 감상문
1.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 생각난다. 캄파넬라가 히미인 것 같다. 해당 소설의 은하계 여정에서 보이는 서정적인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진 듯하다.
2. 더 찾아보아야 할 것 같긴 한데-아직 작가가 기억나지 않는다.-명화로 구분되며 유화이다. 우울한 그림인데,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 무더기가 섬 한가운데 가득 자라 있고 하단 부분에 그 섬으로 들어가고 있는 작은 배 한 척이 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사이프러스와 구름 터치가 주인공이 아래쪽 세상에 떨어진 이후의 배경들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진다.
- 이 그림을 찾았다.
3. 다소 우울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대척점에 있던 등장인물도 결국 어깨 위에 올라 함께 돌아오는 엔딩.
4. 아동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면 이 정도 밀도의 스토리여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성장해야 하니까. 번복하긴 했지만 감독의 마지막 은퇴작인 만큼 밀도 높은 서사를 보여준다. 단어로 풀지 않아도 되는 화면들이 매우 좋았다. 비 온 뒤에 바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잖아. 환상과 상상과 현실의 경계와 장면에 담긴 은유, 서사에 담긴 메타포(은유랑 뭐가 다르지?)를 자치하고 간단히 보더라도 거대한 상실을 수년에 걸쳐 힘겹게 받아들이는 어린 인간의 성장기이다.
5. 수년에 걸쳐 거대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겉만 상남자 어린아이의 이야기. 굳어있는 남자아이의 표정이 점점 풍부해질 때, 그럼에도 다시 살아가겠다고 할 때. 엄마의 빵 맛이 난다며 함박웃음 지을 때.
7. 생물에게 있어서 '먹는다'의 의미. 생존은 물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잉꼬와 주인공에게 먹는다의 의미가 다름.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에는 항상 탐스러워 보이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무언가를 먹어야 생명이 유지되는 원초적인 의미와 그 이상, 애정과 사랑의 행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은퇴작이라 이렇게 분명하게 보여주나 싶을 정도로.
8. 인간과 전쟁이 너무 싫은 감독이 느껴진다.
9. 잉꼬가 일본어였다니..
10. 지난 7월 여름방학 어린이와 함께 후쿠오카에 갔을 때 이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안보길 잘했다. 90% 못 알아 들었을 듯 하다.
2. 의 그림을 찾았다. 아르놀트 뵈클린
- 이 그림이 계속 떠올랐다. 저 하늘, 구름의 터치와 색감. 참고 한걸까?
Isle of the Dead (painting)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