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글쓰기
언제나 시도했으나, 항상 실패했던, 하루에 단 10분 투자하여 글쓰기.
왜 실패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이렇게 쓰는 글은 글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당장은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무슨 짓이든 손쉽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가볍게 걷는 일은 상상으로는 배달앱에서 주문하는 것만큼이나 손쉬운 일이지만, 막상 시도해 보려면 지금까지의 생활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당장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부터 큰 벽이다. 매일 새벽 2,3시에 자던 사람이 '오늘부터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할 거야!'라고 호기롭게 말한다고 바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그게 가능해서 정말로 새벽 6시에 일어난다 치더라도, 기나긴 밤 동안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은 덕분에 뜨끈뜨끈해진 방바닥을 벗어나 새벽의 찬 공기 속으로 뛰어드는 일도 녹록지 않다. 입고 나갈 옷, 신발은 무얼 골라야 할지, 스마트폰은 가져갈지 말지, 그런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들을 애써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집 밖을 나가는 것부터 포기하고 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딱 10분만 써야겠다 생각하고 백지 화면을 마주하면,
정작 무얼 써야 할지부터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10분 동안 한 줄 달랑 쓰는 일도 허다하고, 그렇게 첫 한 줄을 썼다 해도 도저히 그 뒤를 이어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문장은 유기당하고, 하루 딱 10분만 글을 쓰겠다는 사소한 포부도 땅에 처박히고 만다.
그럼에도 그 10분을 버틴 결과는 꽤나 달콤하다.
달리기도 처음 10분은 몸도 안 따라 주고 귀찮고 힘들고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그득그득하지만, 그걸 참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집에서는 1km 이상 떨어져 있어서 바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오히려 10분을 넘어 30분, 40분씩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딱 10분만, 정말 딱 10분만 버티자고 눈을 질끈 감고 두뇌를 풀가동해서 글을 쓰다 보면 10분 정도는 우습고,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정말 최선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서 내놓은 결과를 훑으며 발행 버튼을 누를 때의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기분을 다시, 이번엔 매일매일 느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