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에 있는 빈티지샵 모리스샵
안녕하세요. 중곡동에서 '모리스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재입니다. 주로 빈티지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어요.
저는 음악을 전공했어요.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생 때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생 때 친구 공연을 보고 노래를 시작하게 됐죠. 그래서 예고, 예대를 진학해 음악인의 꿈을 키워나갔어요.
벽을 많이 느꼈어요. 대학에 와서 제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근긴장성발성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고, 재활 치료도 수차례 받아봤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죠. 자격지심은 커지고 몸에 병까지 생기니 결국 노래를 그만둬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옷'이었어요. 예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누군가를 스타일링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으로 빈티지 의류를 판매해 보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게 되었어요.
*근긴장성발성장애: 발음과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근육의 문제로, 발음이 불안정하거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여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
'보이즈 투 맨' 멤버 '와냐 모리스'의 이름을 따왔어요. 보이즈 투 맨은 80~90년대 활동했던 휘트니 휴스턴, 스티브 원더, 마이클 잭슨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매번 1위를 차지했던 전설적인 그룹이었는데요. 특히 메인 보컬인 와냐 모리스의 목소리와 창법을 좋아해서 브랜드명에 그분의 이름을 담게 됐어요.
군자에 4년 동안 살면서 사람 사는 동네 특유의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군자는 주거지가 많아 다양한 연령대 분들이 살고 있지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해요. 그래서 집 근처를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들어와 구경할 수 있는 빈티지샵을 만들고 싶었고, 골목길에 있는 1층 통창 건물을 택했죠.
주로 미국과 일본 제품을 들여오는 편이에요. 아메리칸 캐주얼이나 아메카지 스타일, 특히 80~90년대 미국 구제를 선호하죠.
제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가져오고 있어요. 제 취향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요.
모타운 프로젝트는 60~70년대에 시작된 미국 유명 레이블 '모타운 레코드'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아티스트 분들을 빈티지 의류로 스타일링해주고,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주는 콘텐츠예요. 사실 이 프로젝트는 제 결핍에서 시작된 콘텐츠였어요. 음악의 꿈을 접었다는 좌절감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음악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완벽한 건 없다고 하잖아요. 핸드폰 카메라로 조촐하게 시작한 콘텐츠였지만, 꾸준히 올리다 보니 점점 주변에서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생겼고, 지금은 '모타운 바이 모리스샵'이라는 이름으로 고퀄리티의 영상들을 제작하고 있어요.
각 아이템이 가진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투박한 원단감의 치노팬츠를 입는다면 그 무드와 실루엣의 밸런스를 맞추는 편이죠. 멋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따라 입다 보니 자연스레 저만의 스타일링 방식이 생긴 게 아닐까 싶어요.
없습니다. 그냥 멋지면 입어요. (웃음)
이태원의 너드개러지, 연희동 아워테이스트, 의정부 나인쉽스. 너드개러지는 변태처럼 이상해 보이는 물건부터 '이런 게 한국에 있다고?' 할 정도로 유니크한 제품들이 많아요. 아워테이스트는 차분하고 수더분한 사장님이 맞이해 주는 곳인데, 사람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감도 높은 큐레이션과 제품들로 고객들을 매료시키는 곳이죠. 의정부의 나인쉽스는 리바이스에 미친 게 분명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빈티지샵이에요. 방문하시면 오리지널 빈티지와 시대별 데님 스토리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물건이 낡거나 해지면 버리지만, 저는 낡은 원단이 주는 투박한 분위기가 오히려 고급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게 빈티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고요.
처음엔 낡고 오래된 옷들이 어색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빈티지한 매력이 점점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 꼭 한번 경험해 보세요.
사실 이렇게라도 음악과 관련된 꿈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비록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음악은 여전히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보람을 느껴요. 음악으로 꿈을 이루는 분들을 저만의 방식대로 응원해 드릴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고요.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에요. (웃음) 예전에는 '이 벽만 없었다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날고 기는 사람 중 하나였을 텐데'라고 생각했겠지만, 모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분들의 라이브를 들을 때마다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아, 그만두길 잘했구나.' 그래서 후회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다른 형태로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초여름, 제가 정말 동경하던 가수 빈센트 블루님이 모타운 프로젝트에 함께해 주셨는데요. 그때 소속사 측에서 제 스타일링을 만족해하시며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주셨죠. 그 당시엔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리스샵 온, 오프라인 운영과 모타운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옷과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4년 전, 제가 스물 일곱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요. 어머니께서 자랑스러워하실 만한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매장 곳곳에 비치된 뜨개 장식이나 LP판들도 모두 어머니의 유품이거든요. 항상 보면서 부모님을 떠올리며 누구보다 멋지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지금처럼 음악과 패션을 결합해 문화를 다루는 일을 지속하다보면 분명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전하고자 했던 내용이 잘 전달됐을지 걱정이네요. 모리스샵은 고즈넉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예요. 빈티지는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사장인 저는 수다쟁이죠. 재미있는 경험을 원하신다면 언제든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