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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탐험하는 마음으로

서울 서순라길에 있는 북카페 파이키

by swym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종로에 있는 작은 북카페 '파이키'를 만들고 운영 중인 키퍼 ‘알밤’입니다. 저희 키퍼들은 각자 음식에 자신의 의미를 더한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저는 ‘알밤처럼 작지만 속이 꽉 차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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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이키를 처음 방문했을 때 곳곳에 숨어있는 세심한 디테일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공간을 운영하는 키퍼분들은 어떤 분들 일지 궁금했어요. 알밤님은 이전 어떤 일을 해오셨고,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나요?


학창 시절부터 무언가 기획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중 가장 마음이 갔던 건, 보통의 삶이 이야기를 만나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는데요. 시작은 제 일상 속 사소한 취향들이었어요. 음식을 먹을 때 누가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 물건을 살 때 누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알게 되는 게 재밌더라고요. 여행지를 찾을 때에도 모두가 비슷하게 경험하는 관광지보다, 그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며 특별함을 느끼는 로컬 체험을 좋아했어요. 이처럼 우리의 모든 일상 속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질 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는 걸 느꼈죠.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고유한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거나, 사람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일들이 제 본업은 아니었기에 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삶을 꿈꿨고, 결국 그 꿈을 '파이키'로 이루게 됐어요.





Q. 그렇다면 파이키의 '첫 시작'은 어땠나요? 어떤 모습으로 공간을 운영하셨는지 궁금해요.


파이키가 처음부터 공간의 형태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키퍼 먹맥, 짱모, 알밤 세 명이 모여 ‘책’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일을 해보자며 모였죠. 먹맥과 짱모는 대학 동기로,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닮아 이런저런 활동을 함께 했다고 해요. 학교 독서 모임을 진행하거나, 사람을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청년 커뮤니티 활동을 하던 저(알밤)를 만나 함께 하게 됐어요.


셋의 공통점은 무언가를 알고 싶을 때 책부터 펼친다는 점이었고, ‘아는 만큼 보인다’를 경험으로 깨달은 사람들이었어요. ‘책’을 통해 어떠한 삶, 즉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접하면서 아는 만큼 풍성해지는 일상이 되길 바라며 시작했죠.


그렇게 저희는 독서 모임을 진행하며, '책방 소서'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주제)과 책을 함께 소개하는 SNS 콘텐츠를 만들고, 개개인이 자신 취향의 책을 기록하고 가꾸는 메타버스 책방을 기획하기도 했어요. 다양한 시도 끝에 결국 실재하는 공간이 있어야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음을 깨닫고, 책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파이키’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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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프라인 공간의 형태를 갖춘 파이키는 방문하는 분들께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전하고 싶었나요?


파이키를 ‘도시 속 탐험가들의 베이스캠프’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실제 탐험 현장 속 ‘베이스캠프’의 역할은 지친 몸을 쉬어가기도 하고, 다시 발길을 내딛기 전 재정비하는 곳이기도 한데요.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파이키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거나, 이곳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며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길 바랐어요. 궁극적으로는 일상을 탐험하면서 개인의 세계가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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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 이름을 '파이키(FIKEE)'로 짓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영미 속담 ‘Finders keepers’에서 본따 ‘Fi+kee’, 즉 ‘파이키’라고 지었어요. ‘찾는 사람이 임자’라는 뜻으로, 파이키의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문장인데요. 단조롭게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탐험’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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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말씀 주신 것처럼 파이키는 '탐험가들의 베이스캠프'라는 컨셉 아래 '탐험'과 '발견'을 제안하고 있어요. 손님들은 파이키에 들어설 때 어떤 발견을 할 수 있나요?


파이키에서는 찾는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찾는 사람이 임자’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공간 구석구석의 발견 거리들을 내가 필요한 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얻을 수 있달까요. 키퍼와 파인더들이 책과 주제를 소개하는 ‘베이스캠프’ 박스와 ‘펜팔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는 ‘탐험카드’, 벽면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메모지’ 흔적 등. 손님들이 매 방문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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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키퍼로서 파인더분들이 탐험과 발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먼저 키퍼들 모두 ‘접객’에 신경 쓰고 있어요. 지친 몸을 이끌고 베이스캠프를 찾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내가 환대받고 있다’였으면 좋겠거든요. 험난한 여정 중에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크고 작은 콘텐츠 속에서 ‘탐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공간 속 경험을 신경을 쓰고 있죠. 환대를 받고 공간에 들어와 평안한 시간을 보내던 중 발견하는 콘텐츠, 그리고 그 콘텐츠가 다시 우리의 마음에 탐험심을 불러일으켜 파도가 일렁일 수 있다면 키퍼들이 가장 원하는 경험의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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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책 사이에 꽂혀있는 파인더들의 비밀 쪽지를 발견하거나, 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방명록 중 마음이 동하는 문장을 발견하는 것도 탐험의 한 장면인 것 같아요. 키퍼가 발견한 방명록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인가요?


방명록을 읽다 보면,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메모에 마치 답장 같이 적힌 메모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고민을 적은 손님이 읽게 된다면 큰 힘이 될 말들이더라고요. 누군가의 고민과 힘듦은 세상 한 편의 누군가도 겪은 일이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위로와 용기를 얻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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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인더들의 큐레이팅 책들이 담겨있는 '베이스캠프'도 인상적이에요. 파이키가 운영하고 있는 '데일리 파인드 클럽'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면 베이스캠프를 만들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은데요. 모임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데일리 파인드 클럽’은 파이키의 독서 인증 모임이에요. 2주 동안 매일 책을 읽는 ‘독서탐험’으로 세상을 간접적으로 탐험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어요. 독서가 어려울 때는 내 일상 속에서 직접적으로 발견하는 ‘일상탐험’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데요. 파이키에서 탐험심을 충전한 손님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탐험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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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이키가 돌보는 고양이가 다섯 마리나 돼요. 그래서인지 몇몇은 파이키를 '고양이 카페'라고 부르곤 하더라고요. (웃음) 지금 돌보고 있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파이키 앞에 머무는 고양이들은 모두 서순라길의 길고양이예요. 파이키보다 먼저 서순라길을 지킨 선배들도 많죠. 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고양이들이 파이키 앞 돌담에 모이게 되었는데요. 그중 원조 멤버 6마리의 모습을 스티커로 만들어 사료 값에 보태기도 했어요. 종종 ‘고양이 어디 있나요?’ 하고 물어보시는 파인더 분들이 계시는데, 공간 내부에서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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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순라길이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어요. 예전에는 파이키가 사색을 위해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요즘은 탐험가들의 활기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는데요. 한적한 순간을 애정해 온 고객들에겐 만석으로 북적이는 파이키가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키퍼 입장에서 북적이는 파이키를 볼 때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요.


파이키를 고요하고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활기찬 분위기도 함께 공존하길 바랐기에 오히려 반갑기도 한 변화였어요. 특별한 점이라면, 만석의 상황에서도 파인더들이 각자의 탐험에 빠져 있다 보니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어요.


다만 거리가 유명해지면서 단순히 웨이팅을 하거나 코디 사진을 촬영하는 등 파이키 공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경우도 생겨났어요. 그러나 이 공간의 특성을 모르고 들어온 손님들 또한 파이키를 찾은 ‘파인더’이기에, 모두가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가볍게 생각해 본 방법은 ‘메모지를 적어 벽에 붙이기’ 였어요. 벽면이 메모지로 가득하다 보니 많은 손님들의 모방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처럼 직관적으로, 누군가의 것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을 시작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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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많은 이들의 사랑받는 북카페가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키퍼들의 고충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요즘 파이키가 마주한 고민은 무엇인가요?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고유함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공간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보니 매출에 대한 전략을 고려하거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도 해요. 그 과정에서는 손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이런저런 시도 속에서도, 파이키라는 브랜드를 잃지 않기 위해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될 기준’을 명확히 하려고 해요.


서순라길이 번화하기 시작한 지난 2024년에는 그 변화에 휩쓸리기 바빴던 것 같아요. 올해는 좀 더 일관성을 갖기 위해 기준을 정해보려는 단계에 있는데요. 책 <무인양품은 90%는 구조다> 구절 중, ‘브랜드의 근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바꿔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문장이 있는 것처럼, 저희도 파이키의 근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논의해보려고 해요.





Q. 최근 키퍼가 새롭게 탐험하거나 발견한 장면들 중 파인더들에게 공유해주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제가 가장 쉽게 탐험심을 채우는 방법은 바로 ‘자연 관찰하기’인데요. 겨울 이맘때 관찰하기 좋은 ‘겨울눈’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겨울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아닌, 앙상해 보이는 나뭇가지 끝에 달린 싹이에요. 싹 안에는 봄이 오면 피어날 잎과 꽃이 둘둘 말려 있고요. 매서운 날씨에 멈춘 듯 해보이는 자연의 시간이지만, 다가올 봄을 위해 묵묵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늘 지나는 길에서, 나뭇가지 끝의 겨울눈을 만져보세요. 잔잔한 탐험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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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파이키는 어떤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앞으로 파이키를 어떻게 운영해나가고 싶은지 궁금해요.


파이키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응원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자체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며 의미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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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파이키에서 방문객들은 어떤 방식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나요?


가장 단순하게는 각 자리에 놓인 메모지를 적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벽에 붙이거나, 책 사이에 껴둔 메모지를 보면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두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를 꺼내도록 직접 유도하기도 해요. 파이키에는 자신의 취향을 적어보는 ‘탐험카드’가 있는데, 이 중 흥미로운 취향을 적은 파인더들에게 따로 글을 제안해 독립출판물 <두파이키>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자주 만들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깊고 넓은 인생의 탐험 중에 파이키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늘 기적 같아요. 감사함을 잊지 않으며, 오늘도 내일도 이 공간을 잘 가꾸어두겠습니다. 파이키에서의 시간과 함께, 모두가 탐험하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찾는 사람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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