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자동에 있는 카페 겸 바 짐스하이드어웨이
안녕하세요. 군자동에서 작은 공간을 운영 중인 33살 김민석입니다.
짐스(Jim's)는 배우 '짐 캐리'의 이름을 빌렸고, 하이드어웨이(Hideaway)는 예전 미드에서 본 바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어요. Hideaway는 ‘숨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가 운영하는 공간도 어느 누군가를 편하게 품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에 딱 알맞은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짐 캐리의 연기와 유머를 정말 좋아해서 ‘짐캐리가 숨을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생각하며 이름을 짓게 된거죠. 결국 짐스하이드어웨이는 '방문하는 모두가 안락하게 숨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오픈 초기엔 매장에서 짐 캐리가 좋아하는 노래만 틀었고, 그 당시 판매했던 시그니처 칵테일 이름은 전부 짐 캐리가 출연한 영화 이름을 따와 지었어요.
제가 서른한 살, 2022년 5월에 짐스하이드어웨이를 오픈했어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그땐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3년 전쯤 이모와 이모부께서 저에게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오픈 준비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는 아직 두려운 마음에 준비가 안 되었다고, 조금 더 공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매 년 같은 생각뿐일 거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할 거다.'라고 따끔하게 말씀해 주셨죠. 사실 저에게 시작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짐스하이드어웨이를 오픈할 수 있었으니까요.
어쩌다 보니 방문해 주신 고객 중 몇몇 분들은 미국이 떠오른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저는 가본 적도 없는 파리 어딘가를 상상해 보고 공간을 꾸몄어요. 그때 당시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1920년대 파리 분위기와 문화가 정말 매력적이었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한 시기라서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조금 더 매니아틱 하게 꾸며보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홍콩 음식과 문화를 너무 좋아해서 홍콩 현지 느낌이 나는 초록색 타일이나 테이블을 설치해 볼까 고민도 했었죠. 짐캐리가 홍콩에 갔을 때 들리는 바 느낌으로요. 그런데 어머니와 동생이 첫 사업이니 리스크를 최소화 하자는 의견을 주셔서 저도 동의했고, 지금의 짐스하이드어웨이가 탄생하게 된 거예요.
구분을 명확히 짓지 않았어요. 그저 추상적인 공간에 대해 생각했을 뿐이에요. 누구나 도망쳐 올 수 있는,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 직장인, 예술가, 사회적 약자, 성소수자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짐스하이드어웨이를 카페로도 한정 짓고 싶지 않았어요. 파리 어딘가에 있는 비스트로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죠. 동네에서 편하게 커피도 마시고 가볍게 술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1920년대 ‘막심 드 파리’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헤밍웨이,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예술가들이 많이 모였던 장소였어요. 저는 이곳을 막심 드 파리와 같이 예술가들이 자주 방문하고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는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실제로 예술하시는 분들이 매장에 많이 방문해주고 계세요. 심지어 이곳에서 만나 연을 맺게 된 예술가 분들과 함께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고, 내년 초 새로운 창작극과 애프터 파티도 계획하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요식업계에서 일하셨어요. 일식, 양식, 바 등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셨죠.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요리를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중고등학생부터 식당, 바, 테일러샵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며 홀/주방 관리, 고객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쌓았어요. 사실 음식과 관련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있다고 자부할 순 없지만,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조화로움’은 충분히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쉬는 날엔 요리도 자주 하고 주변 셰프 친구들과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평소 먹는 걸 좋아해, ‘어떻게 해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거든요. 요즘은 마음 맞는 친구와 만나 전통주를 고르고 그 술과 페어링 할만한 퓨전 음식을 떠올려 만들어보고 있어요. 재밌어요. 좋아하는 일이라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시그니처 라테인 '짐스커피'와 '오픈 샌드위치'에요. 짐스커피는 가게 오픈부터 지금까지 2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찾아주시는 단골 고객님들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 메뉴예요.
주로 와인과 페어링 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안주들을 개발하고 있어요. 최근엔 올리브 오일과 로즈마리에 튀기듯 구운 감자와 레몬 크림, 바질 페스토를 곁들인 '알감자 구이'를 출시했어요. 곧 갈릭 엔초비 오일에 구운 알배추와 구운 새우, 그리고 그 위에 그라나 파다노 치즈와 후추를 곁들인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엉성한 바 테이블 아닐까 싶어요. 이곳에서 주문을 받기도, 고객에서 친구로 발전한 사람들이 앉기도 하고, 가끔 낯선 손님과 재미난 대화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해요. 일반 테이블보단 바 테이블이 자연스레 한 마디라도 더 나누게 되니까요.
그런 키워드가 있었다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생각해 보면 조명이나 음악을 신경 썼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계절 혹은 날씨에 따라 조명 밝기를 조절하고, 올드팝이나 재즈, 7080 가요를 틀고 있어요. 그리고 고객분들이 부담 느끼지 않도록 응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 자주 오시던 분께 반갑게 인사드렸는데, 그분이 부담스러웠는지 그 이후로 매장에 방문하지 않으시더라고요. 하하.
주로 매장에 방문한 적 있었던 고객이나 워크인 고객이 공간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대관 요청을 하세요. 생일 파티나 쇼핑몰 촬영, 결혼식 뒤풀이 등 다양한 목적으로 대관하시죠. 필요에 따라 제가 직접 분위기에 맞는 음식을 따로 준비해 드리기도 해요.
하하.. 우선 저희 매장에 핫플이라는 단어는 낯설게 느껴지네요. 쿠난은 핫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서로 오픈 시기가 비슷해 제가 사장님께 먼저 제안을 드렸어요. 각자의 매장에서 결제한 영수증을 지참해 방문해 주시는 고객분들께 간단한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드리는 이벤트였죠. 파트너십이 오랫동안 유지되진 않았지만 쿠난 사장님과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인물화를 주로 그렸는데 꾸준히 그리다 보니 용기 내서 창작도 시작하게 됐죠. 카페에서 필요한 디자인을 직접 한 게 결정적 계기였던 것 같아요. 종종 주변에 그림을 그려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요. 근처에 있는 이자카야 '심야식당 쿠난'이 하이볼 잔을 제작할 때 그곳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그림을 그려줬어요. 아마 지금 가면 볼 수 있을 거예요. (웃음)
저는 종합예술인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요리, 연기, 그림, 각본 등. 예전에는 이것저것 전부 다 해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뭐 하나 진득하게 못한다고요. 그런데 10년 동안 다양한 일에 도전했던 경험들이 이제는 조금씩 하나의 일로 조화되어 멋진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예술가, 셰프, 건축가, 무역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과의 협업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의 도전과 경험들이 헛되진 않았구나 싶죠.
구체적인 건 아직 없어요. 최근 짐스하이드어웨이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니 소중한 것들 투성이더라고요.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들이 전부 소중했어요. 앞으로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까 해요.
삶이 힘들죠.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일일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전부 괜찮아지더라고요. 문제는 언젠가 해결될 거고, 금방 지나갈 거예요. 힘들 때마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어주며 버텨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