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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준 May 31. 2018

카페 어니언이 사람을 불러 모으는 방법

성수동 어니언의 두 번째 얼굴, 카페 어니언(Onion) 미아점에 가다.

cafe onion mia

성수동 카페 어니언의 두번째 얼굴


70년대 지어진 오래된 금속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진 성수동 카페 어니언. 신구의 조화가 적절히 이루어진 공간재생의 성공 사례로써, 훌륭한 맛의 커피와 베이커리를 판매하는 카페로써 오픈 이후 지금까지 사랑을 받아왔다.


이런 어니언이 성수점에 이어 새로운 얼굴이 될 공간을 선보였다. 두 번째 지점의 로케이션으로 삼은 곳은 강북 미아. 볼일이 없으면 자주 찾지 않게 되는,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다. 더욱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사실은 카페 공간이 강북우체국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서울강북우체국과 어니언

감성적인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장소


미아 근처 성북구에 사는 나로서도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구석 골목에 사람들이 찾아올까 의문이 드는 순간 강북우체국이 보이고 그 안에 숨어들어있는 어니언을 발견한다.


창 안으로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공간을 채운 사람들을 보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접근성은 그리 중대한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수동이 그렇다. 애당초 오래된 공장지대에 불과했던 성수동은 감성적인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성수동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사람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으며, 그 콘텐츠의 시작과 중심에는 어니언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미술관에 온듯한


비움의 미학


실내로 들어서자 조금은 날것의 느낌이 든다. 조금은 허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이다. 매장 입구에 적혀 있는 현판을 통해 어니언 성수점을 총괄한 Fabrikr(패브리커)와 또 한번 더 협업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이 공간을 구상할 때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을까, 그에 대한 답을 현판의 글귀를 통해 얻을 수 있을까.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빛으로 채우고,
사람들로 하여금 해가 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나무가 숨 쉬는 모습을 관망하게 하려 한다.

이곳이 누군가에게는 사색의 풍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의 영감이 되는
그러한 공간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

_패브리커(fabrikr)

공간을 디자인한 패브리커와 어니언은 공간을 채우기보다 비우기에 집중하고, 그 빈 공간에 다른 무엇인가가 채워지길 바랐다.

원래 이 곳은 강북우체국에서 물류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쓰임새로 역할을 했었을 과거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지금의 어니언이 되기까지 고민을 거듭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상상해본다.

 

가득 채우기보다 잘 비워낸 공간. 비워진 공간을 채우는 사람의 온기. 조용한 흐르는 재즈의 선율. 누군가에게 사색의 풍경이 되고, 새로운 영감이 되는 공간. 어니언 미아점은 그런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Batch Brewer
Coffee Montage / Glitch Coffee


커피를 통한 새로운 시도


이번 2호점에서는 눈에 띄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배치 브루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로스터의 커피를 2,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서브하고 있다. 커피 몽타주, 딥블루레이크, 로우스터프 등 국내 로스터들은 물론, 일본의 글리치 Glitch와 같은 해외 로스터의 커피도 경험할 수 있다.


배치 브루는 대용량의 필터 커피를 추출할 수 있지만, 한 잔씩 추출하는 커피만큼 일관된 맛을 내기 힘들고 향미 보존을 위한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어니언에서는 판매되는 정확한 컵의 수를 예측하여 대응함으로써 서브되는 커피의 품질을 체크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니언에서 마신 커피가 그동안 접해본 필터 커피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배치 브루를 사용하는데 있어 여러 단점과 제약이 존재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어니언이 가장 잘 하는 일


어니언 2호점을 방문하며 목격한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단순히 '맛있는 빵을 파는 멋진 카페'를 넘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어니언'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성수동이라는 콘텐츠의 중심축이 되었듯이, 미아동에서도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누군가는 하찮게 여기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 그렇게 찾은 의미와 사람들의 원하는 바를 조화롭게 엮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 고민한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 이게 어니언이 가장 잘 하는 일이고, 어니언이라는 공간으로 많은 사람을 이끈 힘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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