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변
지난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만들었다. 이번 달에는 리커버이긴 했으나 포함하여 두 권을 냈다.
쉼 없이 달려오면서 지쳤다는 생각을 못 받았는데, 우선 몸이 많이 피곤한 것은 둘째 치고, 정신이 바닥을 친다. 중간에 외주를 쓰긴 했지만, 어차피 성에 안 차서 교정을 다시 보았고, 덕분에 주말에도 일을 할 때가 많았다.
그제 마감한 보도자료를 써야 하는데, 머리가 전혀 돌아가질 않는다. 마감한 원고가 너무 힘든 원고이기도 했지만, 인쇄 파일 자체를 다시 열기 싫다. 큰일이다. 심호흡을 하고 지난 일 년을 잠시 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일을 하면서 이렇게 집중해서 일한 때가 있었나. 한 권, 한 권 처음부터 끝까지 내 결정으로 진행하는 자리에 있게 되면서, 사장은 아니지만 내 회사인 것처럼 생각하고 만들었다. 내가 잘해야 매출이 생긴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두세 달에 한 권씩 잘 팔리는 책들이 생겼다.
좋아할 여유도, 후속 작업을 할 여유도 없이 또 다른 책을 마감했다. 마감하고 바로 그다음 책 조판 원고를 교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다 보니, 매번 책과 책 일정이 겹쳐서 특히 보도자료를 쓸 여력도 없었다. 오래 고민할 시간이 없어서 짧은 시간 안에 쓴 글로 서점에 등록해 버리기 일쑤.
보도자료를 쓰다가 뜬금없이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다니 우습기도 한데, 이 글을 쓰면서, 번아웃처럼 기운이 빠지는 이유를 알았다. 바로 ‘일 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매출을 생각하고 책을 만들어서’이다.
내가 편집자가 되고자 했던 이유는 책이 주는 역할,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은 반드시 독자에게 의미가 있는 책이어야 하며, 다른 매체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잘 팔리는’ 책을 위해서 기획하고 편집하고 있었으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겠지.
다시 사장 마인드가 아니라 편집자 마인드로 돌아갈 때라고 되뇌인다. 이렇게 마음먹음으로써 두 가지가 절묘하게 섞이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구구절절 지난 시간까지 돌아보며 머리를 굴려 보지만, 여전히 보도자료는 못 쓰겠다. 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