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행의 여운이 가시질 못했다. 사진을 보며 여행을 추억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으며 그때의 기분을 떠올린다. 꿈을 꾸어도 여행 가는 꿈을 꾸고, 정신이 멀쩡할 때도 어느샌가 나는 싼 비행기표를 또 검색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다녀온 여행이다. 여행을 다녀온 한 달쯤 후, SNS에 여행 사진을 정리해 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가 여행 다녀온 걸 모르는 엄마와 아빠,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 이모와 친척 동생들에게도 사진을 한꺼 번에 전송했다. 당연히 엄마는 깜짝 놀라며 어쩐지 부러운듯한 뉘앙스를 취했다. 아빠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다닌다며 자랑스러워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아직 아기인 내가 혼자 다녀왔다는 사실에 걱정부터 하셨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소소한 서프라이즈가 있기도 했고, 내가 혼자 용기 내어하고 싶은걸 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거 같아서 혼자서 내심 뿌듯했다. 특히 엄마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봤을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 "젊음이 부럽네... 크로아티아." 엄마의 상태 메시지를 읽고 난 후 혹시 혼나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혼자 좋은 걸 보러 간 미안함이 남았다.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차곡차곡 모아 다음에 가고 싶은 곳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가고 싶은 곳은 매일매일 바뀐다. 어느 날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타고 싶고, 또 어떤 날은 몽골 유목 생활을 하고 싶다. 아프리카에 가서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을 때도 있고, 스페인에서 순례길을 걷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것과, 세계 모든 나라에 가본다는 내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 열심히 산다.
여행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평범하게 생각한 오늘, 어제, 또 내일도 난 여행을 하고 있다. 나에게 매일 하루는 다르다. 아무리 똑같은걸 하는 것 같아도 매일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고, 또 다른 행동을 한다. 나는 이제 내 꿈에 한 발자국 딛었을 뿐이다. 유럽의 작은, 발칸바도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라는 발만 살짝 담갔다 뺀 나는, 언젠가 세계라는 웅덩이에 온 몸을 담글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