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그 글을 읽은 사람이 감명을 받는 그런 과정이 즐거웠다. 좋아한 덕분일까, 초중고 때 있던 백일장이나 감상문 대회에서 상을 거의 매해 받았던 것 같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몇몇 친구들로부터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받아왔다. 그래서 막연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브런치'를 접하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앱을 처음 들은 건 아버지로부터였다. 평소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는 가족들한테 카카오에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라며 브런치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학 입시로 바쁘기도 했고, 정확히 어떤 앱인지 파악도 잘 못했었다. 그냥 핸드폰에 깔아 둔 정도. 보아하니 아버지는 브런치 작가들을 구독하고 열심히 글을 읽는 것 같았다. 이렇게 처음엔 브런치에 별 흥미가 없었던 내가 브런치를 의식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사망 이후였다.
폐암을 앓던 아버지는 스무 살인 나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사망 신고 이후, 전화번호며 카톡 같은 아버지 개인의 연락처와 계정 등이 전부 없어졌다.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어 개인정보도 모두 효력을 잃은 셈이다. 이제 주인을 잃고 전화도 안 되는 아버지의 폰을 보던 중, 브런치 앱을 발견했다. 브런치에 있던 아버지의 정보 또한 없어져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던 중, 아버지가 생전에 건넸던 말이 떠올랐다.
아빠는 네가 글 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남들 보기에는 몰라도 난 네가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네가 글 잘 써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어.
글 쓰는 일...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글을 쓰고 싶어 했었다.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작가를 택하겠다고 종종 말했었다. 작가 신청을 하지는 않은 듯하지만, 브런치는 아버지의 그런 마음을 달래주는 플랫폼이었던 듯싶다. 아버지는 자신이 못 이룬 글쓰기의 욕망을 내가 실현시켜주기를 원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나는 내 폰에 묵혀두던 브런치 앱에 접속했다.
그렇게 접속한 브런치는 화려한 스펙트럼의 플랫폼이었다. 온갖 종류의 글들이 있었고, 재치와 감동이 넘치는 글도 다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글을 이만큼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 인생, 사랑, 고뇌, 사색, 문화 등을 다룬 글들의 향연. 아버지가 이 앱을 권할 만도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듯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 보고 나니, 작가로 신청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었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플랫폼에서 작가로서 글을 쓰고 싶다, 이 같은 마음. 그와 동시에 걱정도 되었다.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작가 신청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여러 번이고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데, 나도 계속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거듭된 걱정을 뒤로하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성된 저장 글 세 개를 가지고 마침내 작가를 신청했다. 자기소개서는 브런치에서 어떤 분이 심사 통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글을 쓰신 것을 보고 참고하여 작성했다. 그렇게 5일 이내에 나온다는 결과를 기다렸다. 3일째 되던 날, 핸드폰을 보던 와중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새로 올라온 글이겠거니 하고 본 순간, 작가가 된 것을 축하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보았다! 기쁘게도 에디터팀이 내 글과 소개서를 좋게 봐준 모양이었다. 엄마한테도 이 기쁨을 전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아버지한테는 이 기쁨을 전할 길이 없었다. 알면 매우 기뻐했을 텐데..
이렇듯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운 좋게 얻었다. 아직 21세의 어린 나이, 변변찮은 글 솜씨.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감명 깊고 유익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아직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망이 있다. 부친의 죽음 등 이제까지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과정에서 이뤄진 사유를 글로 표현하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소망. 좋은 글을 통해서 타인에게 감명을 주고 싶다는 소망. 부족하지만 이와 같은 소망을 내재하여 좋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는 모두에게 좋은 글을 선사할 것을 나지막이 다짐해본다. 헬로,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