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격감성허세남 Oct 02. 2022

두 발 예찬


요즘은 일이 있을 때마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시내 곳곳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참으로 매력적인 수단이다. 좁은 길도 문제없고, 주차 문제도 없고, 전기라서 기름값 걱정도 덜하고 조용하기까지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가을날에는 상쾌함까지 더해진다. 인왕산 자락을 유유히 가고 있노라면 온 몸이 청량감에 흠뻑 젖는 느낌이다. 이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을 텐데. 그럼 아마 오토바이를 보는 시선도 많이 바뀔 텐데.


언제나 네 발보다 두 발이 좋았다. 자전거부터 시작해서 전기 자전거, 수동 킥보드, 전동 킥보드, 50cc 스쿠터, 110cc 스쿠터, 125cc 스쿠터 등등 여러 수단을 거쳤지만 역시 최고는 오토바이다. 그 자유로움과 편리함은 그 어떤 교통수단도 따라올 수 없다. 음식 배달을 시키려다가 배달비가 너무 비싸면 내가 직접 가기도 하니 경제적이기도 하다. 역시 두 발 중에 왕은 오토바이다.


위험하지 않냐, 내 친척 누군가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죽었다, 살짝만 사고 나도 크게 다친다 등등 수없이 많은 말을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듣는다. 자동차 사고가 나서 내 친한 사람이 크게 다쳐도 자동차를 위험해서 못 타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비행기 사고가 나서 수백 명이 죽어도 무서워서 해외여행 못 가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지만, 오토바이는 바로 그런 인식이 박힌다. 이건 이미 논리의 영역이 아니고 감정의 영역이다. 그러려니 한다. 악의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닌 거 아니까. 나는 내가 좋으니까 계속 타는 것뿐이다. 이 매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흔한 배달 오토바이들처럼 위험하게 타는 건 나도 정말 싫다. 오토바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위험하게 타는 습관이나 행동이 위험한 거다. 부아아아아앙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도 진절머리 나게 싫다. 도로에 당신들만 있습니까. 난 그저 어디든 갈 수 있는 오토바이의 그 자유로움이 좋다. 가끔은 이대로 끝없이 달려서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아... 그러면 아마 서울을 나가 얼마 못 가 배터리가 다 돼서 멈춰버리겠지.전기 오토바이의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낭만은 저 멀리.


집에서 충전이나 해야겠다. 충전은 언제나 좀 빨라지려나... 지금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열심히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는 분들 힘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전히 있어줘서 고마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