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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격감성허세남 Oct 01. 2022

여전히 있어줘서 고마워


'아직 거기 있을까?'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니 문득 궁금해져서 기억 속 카페를 찾아서 가봤다. 2012년이었을 거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처음으로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 곳이 있었다. 당시 회사 본부장님의 추천으로 갔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맛이었다. 커피가 이렇게나 맛있는 거구나! 내가 마시던 커피가 전부가 아니구나! 그때부터 다양한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직접 드립을 해보기도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보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허탕 칠 각오와 함께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갔더니 카페는 여전히 예전 그곳에 있었다. 과연 여기에 카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휑한 주변도 여전했다. 내 돈을 쓰러 왔지만 괜히 고맙고 설레기도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아쉽게도 핸드드립은 오늘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아메리카노 역시 흔한 프랜차이즈나 저렴한 커피숍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맛있었다. 요즘엔 맛있는 카페들이 여기저기 정말 많아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서빙고동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왠지 소중한 맛이랄까? 추억 덕분에 이곳엔 맛을 넘어서는 특별함이 있다.


여전히 있어줘서 고맙고, 언제 다시 올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계속해서 있어줬으면 좋겠다. 가끔 생각날 때 훈훈한 마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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