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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Oct 17. 2022

마파두부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외국 어디를 가도 중화요리는 정답이다

루스텐버그의 중화요리 식당


대부분 중화요리집에서 주문하는 식사 메뉴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조금 더 다양하게 먹는다면 간짜장, 쟁반짜장, 해물짬뽕, 새우볶음밥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령 마파두부밥 같은 메뉴다.


내가 마파두부밥을 처음 맛본 것은 2010년이었다. 그전까지는 마파두부밥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마파두부밥을 즐기는 데는 남아공의 영향이 컸다. 한동안은 남아공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마파두부밥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남아공 출장 기간 중 식사 문제가 애로사항으로 떠올랐다. 아침 식사는 호텔식으로 가볍게 했지만, 점심, 저녁 식사는 외부에서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보이는 식당들은 대부분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 등을 파는 곳이었다. 하루 이틀이야 맛있게 먹었지만 비슷한 메뉴를 계속 먹다 보니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번은 저녁 식사 시간에 각자 가져온 햇반, 라면, 각종 통조림을 꺼내오고 호텔에 부탁해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베이스캠프였던 루스텐버그 인근의 한 한인 교회에서는 점심 식사를 초대하기도 했다. 동포로서 멀리서 온 이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실제는 월드컵 기간 자신들이 소유한 교회 숙소를 취재기자단의 단체 숙소로 활용하면 식사, 통신 등 각종 편의 시설을 부족함 없이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분들이 내세운 1인당 하루 숙박 비용이 호텔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실제 이용하지는 않았다.


현지식이 입에 물릴 즈음 가이드에게 한식당이 있는지 물어봤다. 잠시 후 가이드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근처에 한식당은 없고, 중식당은 있는데 음식을 사 올까요?

그 말에 모두가 환호했고 이것저것 알아서 사 오도록 했다. 가이드는 다양한 음식을 사 왔는데 그중에는 마파두부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밥에 비벼서 먹었는데 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그래서 허겁지겁 마파두부에 밥을 비벼 한 끼를 뚝딱 해치웠다.


며칠 뒤에는 함께 출장 온 방송기자단과 저녁 식사 내기 족구 시합을 했다. 다행히 이겼고 방송기자단은 중화요리집에서 식사하자고 했다. 가이드가 테이크아웃을 해왔던 그 식당이었다. 가게 안을 들어가니 TV에서는 CCTV가 나오고 있었다. 속으로 “여기까지 CCTV가 송출되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가이드에게 바로 마파두부를 얘기했고 내 앞으로 밥과 함께 마파두부가 나왔다. 이번에도 잘 비벼 내 배 속에 넣었다. 얼큰한 것을 못 먹어서 불편했던 속이 조금이나마 마파두부밥으로 해소가 됐다. 다른 사람들도 흡족하게 식사했다. 중화요리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입맛에 맞나 보다.


즐겁게 식사를 마쳤지만, 그 기분은 금세 사라졌다. 중화요리집 바로 옆에는 술집이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한잔 걸칠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화가 치미는 말을 들었다.


옐로우!


인종 차별 발언이었다. 술에 취한 백인 몇 명이 우리를 힐끔힐끔 보더니 무리 중 한 남자가 소리를 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다들 황당했고 바로 그 남자를 향해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기가 죽었는지 우리를 피해 다른 자리로 향했고, 우리는 그 남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서 술 몇 병을 사갖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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