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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Dec 18. 2022

나는 11년 전에 이미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바랐다

미디어 프렌들리했던 2011 카타르 아시안컵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2 카타르 월드컵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3위 결정전이 끝나고 크로아티아가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고, 취재를 간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기사와 그들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에 올리는 여러 사진을 보면서 11년 전에 체류하던 일들이 항상 떠올랐다. 11년 전 카타르 도하에서 한 달 가까이 머물면서 보낸 시간과 취재가 내 기억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였다.


11년 전인 2011년 1월의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취재를 위해 25일간 머물렀다. 아시안컵 대회 시작 전부터 대한민국의 대회 마지막 경기였던 3위 결정전까지 지켜보고 돌아왔다. 하루 더 머물렀으면 결승전도 봤을 것이다. 항공권도 결승까지 보고 오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하루를 앞당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더 머물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다.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었기에 3위라는 결과는 더욱더 아쉬웠다


아시안컵 취재를 하면서 마음에 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주위에 얘기하는 것이 미디어를 위한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었다. 그때의 시스템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들었다. 카타르 월드컵 개최에 대해 말들이 많았지만, 아마도 일하러 간 미디어는 개최를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11년 전에 내가 아시안컵을 취재하면서 항상 이 말을 입에 붙이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렇게 편한데 카타르에서 월드컵도 열어야겠다


카타르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아시안컵도 도하에서 열렸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도하 외에 인근 도시에서도 일부 경기가 열렸지만 거의 모든 것이 도하에서 이루어졌다. 월드컵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도하에서 아시안컵이 진행되니 이동 시간이 단축됐다. (2014년에 브라질 월드컵 취재를 하러 갔을 때는 수시로 브라질 국내선 타고 환승하느라 힘이 다 빠졌다) 


게다가 대회 조직위원회는 각 경기장, 훈련장을 찾는 미디어의 편의를 위해 수시로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회 기간 미디어에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해줬다고 한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던 곳


그래서 매일 아침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옆에 있는 아스파이어 체육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메인 미디어 센터가 이곳이어서 취재를 위해서는 항상 아스파이어 체육관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곳 기자실에서 기사 작성을 한다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경기장이나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통상 경기 전날 경기장에서 진행된 양팀 기자회견도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진행됐다. 


뽀시래기 시절의 손흥민도 훈련장 가면 만날 수 있었다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은 걸어갈 수 있어서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다른 나라의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의 미디어 운영 기본 시스템은 이때의 운영을 기반으로 한 셈이다.


근처에는 빌라지오 몰이라는  대형 쇼핑몰도 있었다. 가끔 쇼핑몰을 구경하거나 쇼핑몰 내 까르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도 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점심,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식당 조리사들이 동남아 쪽 분들이어서 중동과 동남아 스타일이 혼합된 식사였지만 입에 맞았다, 생수, 커피 등 음료도 무한정으로 제공해 가방에는 항상 2~3개의 생수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서 농담 삼아 “국왕 폐하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쇼핑몰 안에서 배도 탈 수 있다


경기장에서도 기자 라운지에는 항상 샌드위치 등 핑거 푸드와 여러 음료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식사 타이밍을 놓치고 경기장에 오더라도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일을 하는 일은 없었다. 여러모로 취재 편의를 제공한 대회였다.


혹자는 이를 보고 식사 제공하고 차량 제공하는 것 때문에 그렇게 대단하냐고 물어보거나 깎아내릴 수 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입장에서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있고, 식사를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은 내가 해야 할 일의 능률을 높인다. 당연히 더욱더 알찬 취재 활동을 하고 기사를 작성해서 송고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게 된다.


말이 씨가 된 것인지 이후 카타르는 월드컵을 유치했고 올해 개최했다. 11년 전의 아시안컵은 카타르 월드컵 개최의 리허설이지 않았나 싶다.


카타르-중국 경기를 보러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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