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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Feb 24. 2024

기자도 때로는 응원단이 된다

일본에 승부차기 패배가 결정되자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축구 기자의 해외 출장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장이 있고 축구대표팀이나 프로팀의 해외 전지훈련이나 원정경기 취재도 있다. 그리고 선수 인터뷰를 위한 출장도 꼽을 수 있다. 각각마다 많은 기억을 남기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축구대표팀의 해외 원정경기 취재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축구대표팀의 해외 원정경기를 여러 차례 동행 취재했다.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 월드컵 등 많은 일정을 함께 다니며 국내에 소식을 전달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나도 축구대표팀의 일원이 되는 느낌이다. 밀착해서 같이 다니기 때문에 ‘원팀(ONE TEAM)’이라는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누구는 축구대표팀 유니폼이나 KOREA가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모자를 쓰고 취재한다. 옛말에 그러지 않았는가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나도 그랬다.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축구대표팀 관련 티셔츠와 재킷을 챙겼다. 훈련 취재를 하거나 경기 때 항상 착용했다. 신속 정확하게 보도해야 할 기자이면서도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한 명의 응원단이 된 것이다.


특히 경기 중에는 그 마음이 더욱더 커진다. 경기를 지켜보고 기사를 쓰면서도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에 몸과 마음이 움찔움찔해진다. 또한 속으로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의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그렇게 승리하면 몸과 마음은 엄청 흥분 상태가 되어 신나게 기사를 썼다.


반대로 멘붕에 왔을 때도 있었다. 특히 한일전으로 열린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이 그랬다.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이 나오면서 승부는 승부차기로 들어갔다. 동점골이 나온 순간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 기자는 기자석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기삿거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반면 일본 기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축구 대표팀은 승부차기에서 연속 실축하며 일본에 패했다. 결승 티켓을 놓쳤고 우승 도전도 사라졌다. 승부차기 패배가 결정된 순간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쑥 빠졌고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기간 얼굴을 익힌 일본 기자가 나를 위로하며 건넨 말이 떠오른다.



This is the game


그러나 그 순간은 어떤 말을 들어도 아쉽고 안타까웠다. 승리를 염원하며 응원했기에 더욱 그렇지 않았나 싶다.


글을 참 오랜만에 올린다. 13년 뒤에 카타르에서 다시 열린 아시안컵에서 축구 대표팀은 4강에서 탈락했다. 아마 13년 전 내가 느꼈던 마음이 이번에 취재를 간 후배들도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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