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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en Feb 26. 2020

Elevator beat

Lobby) 잘 모르고 들어온 사회.

  눈뜨면 잔소리부터 들어온다. 일어나라고 이렇게 매일 늦게 일어나고 한참을 잠만 쳐 자니깐 네가 백수라고. “썅.. 어제 새벽까지 공모전 PT 만든다고 밤샜는데...” PT의 풀네임도 모르는 엄마가 잔소리를 아침마다 한다.(머 떨어졌지만.....) 집에서나 이런 대우를 받지만, 나는 우리 학교의 자랑스러운 취업동아리 IGL의 명예로운 회장이며, 동급생들과 선후배들이 존경하는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축구 게임 Winning eleven 전국대회 준우승자였으며 조기 축구회에서는 16명의 회원들 중에 당당히 팀의 최전방 공격수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남자다.  심지어 이쁘다는 여자 친구도 있다.(내 기준이다.) 쉽게 말해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 단지 월마다 고정되어 있는 수입이 없을 뿐이다. 단지 부모님이 원하던 안정적인 월급 그리고 먹어가는 나이에 맞추어 결혼, 출산, 돈 많이 주는 좀 알아주는 직장에서 나보다 어리거나 회사에서 정한 직함이 낮은 사람에게 지시하며 살아가는 뛰어난 과거 시대의 리더십이 없을 뿐이다. 그게 2009년, 2010년의 나였다. 

 

 그러다...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거기서부터 꼬인 건지...


 지방대 출신인 내가 당시 세계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제약회사에 덜컥 합격해 버렸다. 연봉도 생각도 못할 수준이었다. 학교에서는 연봉 많이 주는 글로벌 회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학교 이름을 빛낸 선배가 되어 버렸다. 어제까지는 훈수 두고 앞으로 어쩔 거냐면서 나의 상황을 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던 나보다 사회생활을 1,2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은 본인보다도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나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합격 문자를 함께 받은 사회생활을 함께 준비하던 나의 취업동아리 부회장 출신 동생과 서울 용산의 망해가는 중고 DVD 판매 가게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잘 모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처음 입사한 회사가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 일이 잘 맞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능력이 좋아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현재 이 업계에서 현재 10년 동안 일해오고 있다. 운 좋게도 진급도 꾸준히 혹은 빠르게 하며 현재 회사에서는 차장이라는 높디높은 직함을 달게 되었고 27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이제 37살의 직장인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소리 지르고 동생과 합격의 기쁨을 소리 지르던 우리는 이제 없다. 사람은 변하지 않을지언정 환경은 변한다. 

 나와 함께 부둥켜안고 소리를 지르던 동생은 지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처음 우리가 함께 입사한 세계 제2위까지 랭크되었던 글로벌 회사에서 입사 때부터 발령받았던 지방 부서에서 아직까지 같은 일을 하고 한 가정의 다정한 아버지를 자청하며 웃는 얼굴로 지내고 있다. 

 나는 최근에 세계 최대의 항암제 제약 회사로 이직에 성공하고 토끼 같은 어린 와이프와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좀 더 하고 싶은 일을 했어야 하는 후회와 왜 이렇게 까지 달려왔냐는 간간한 넋두리를 하며 좀 더 창조적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해야 된다며 매일 같이 다른 멋진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며 살면서도(15분 전에도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다른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보냈다.) 나쁘지 않은 연봉과 성과급에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정받기 위해 참고 겸손하며 세계의 모든 암을 치유해야 하는 공부 정말 잘하셨던 대학병원 교수님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 하니 혹은 너 정도면 괜찮은 거야 등의 말을 할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아니다.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나는 정말 고민이 많고 앞으로의 미래가 걱정된다. 친구들은 나에게 너에게 애가 없어서 그래라고 하는데 개소리하지 말아 달라. 나의 친구들은 아이가 없는 기혼의 37살 인생을 살아 보지 않았다. 그러니깐 너희들은 너희들이 속한 사회생활과 육아에 계속 전념하면 되는 거다. 

 나는 당연히 나의 인생에 좀 더 집중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다. 나의 머리에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인셉션은 하지 말아 달라.(To my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내가 세상에서 토끼 같은 와이프만큼 사랑하는 부산에 사시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남성분 1분, 여성분 1분에게)   


  요즘 인생에 큰 메시지를 주는 영화들을 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을 들고 앞으로의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한 번씩 나에게 하게 된다. (아..... 참고로 나는 많이 보면 영화*를 1주일에 2,3편 정도는 본다. 그러니깐 나는 이 질문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때의 합격 메일은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제대로 꼬여 버렸던 걸까?"    


나는 잘 모르고 사회에 들어왔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그래서 위의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가 없다. 



*요즘 영화를 보면서 "썅...... 왜 나는 저 때 저런 생각을 못했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답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감독들의 평균 출생 연도는 1968년이다. 심지어 가장 존경하는 분은 42년 생이더라. 그러니깐 그분들은 나보다 한참 형님이시거나 어른이시다. 그러니 나 같은 자괴감은 갖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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