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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건희 Feb 25. 2022

70억 개가 모두 다른 각자의 계명을 존중해야

각자의 계명과 소리를 존중해야 할 일이다.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 중 한 곳에 어린이들이 원하는 직업이라는 제목으로 ‘금수저’와 ‘흙수저’라고 표기된 방송영상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금수저라고 표기되어 있는 어린이들은 “아빠가 의사고 부모님이 권장하셔서 저도 의사를 해 보려고 해요.”, “저는 검사가 되고 싶어요. 정확히 말하면 검사장까지 가고 싶은데요. 그 이유는 아빠가 부장검사시고요.”, “특목고 같은 데를 들어가야 대학교도 잘 들어가고 인생이 조금 펴지지 않을까요.”라는 인터뷰 글이다. 


흙수저라고 표기된 어린이들은 “아프면 장기매매 같은 것도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할 수도 있고, 친구는 돈이 있으면 생기죠.”라고 답했다. 어린이들이 원하는 진로는 부모의 직업에 따라 막연한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부모의 직업이 그대로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한다면 슬픈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슬픈 사회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앙심 좋은 아버지는 교회 장로로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다. 아버지는 딸이 이대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해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매일 밤 교회에 가서 딸을 위해 기도했다. 딸이 가장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왜? 이대여야 하고 영어교육학과인지 알지 못한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쉬지 않고 밤마다 교회에 나가서 딸 아이를 위해서 기도하는 아빠. 딸은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만, 성적은 중위권에서 멈추었다. 매일 밤 교회 나가서 한 시간 이상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아빠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아빠는 화도 한번 내지 않고 언제나 인자한 웃음 지으면서 넌 할 수 있다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반드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것이라면서 공부만 하라고 했다. 그럴수록 딸은 더욱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아빠가 사랑하는 것은 알겠는데 자신이 왜 아빠가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가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맹목적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했지만 힘들다. 


결국 딸은 정신과에서 진단을 받고 학교 휴학을 해야 했다.   

  



막내가 언니 생일이라고 생일 축하 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해 주겠다면서 악보를 찾았다. 피아노를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악보 보면서 띄엄띄엄 연주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옆에 서서 노래 따라 부르다가 악보를 보는데 오선지가 갑자기 내 눈에는 사회로 보였다. 



사람들은 오선지 위에서 자기 계이름을 가지고 있다. 음계를 이루는 자리의 이름, 각 음높이의 상대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계이름’이다. 서양음악은 ‘도, 레, 미, 파, 솔, 라, 시’로 국악은 ‘궁, 상, 각, 치, 우’가 해당한다. 내 보기에 사람의 계이름은 사회라는 오선지에 70억 개가 존재한다. 도, 라, 솔, 궁, 상, 각, 치, 우등 지구촌의 70억 개의 다른 계명이 있다. 사람의 진로는 타자와 높낮이도 소리도 그 무엇도 같을 수가 없다. 


오선지(사회) 안에 아이는 ‘솔’인데 자꾸만 높은 음 ‘도’라고 주장하면서 부모가 솔을 도의 자리에 가져다 놓는데 소리가 온전할 리 없다. 그 이유도 아빠가 ‘도’라는 계명이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것은 아빠가 자신은 ‘도’라고 우기지만 정작 아빠의 계명도 ‘도’가 아닌 ‘시’일 수 있다는 것. 서양의 계명도 아닌 나는 국악의 ‘각’인데 자꾸만 ‘미’라면서 환경을 바꾸어 밀어내는 이들도 있다.


 5천만의 사람들은 각자 5천만의 계명이 있을 뿐각 계명이 다양성을 존중받고 차이를 인정받을 때 각자의 소리가 나오고 어우러져 화음을 낼 수 있는 좋은 사회가 된다. 자신의 소리가 아닌데 부모의 소리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화음이 아닌 사회적 소음이 되고 만다. 사람의 계명이 자아이고 이를 내는 소리가 소명이다그들의 계명과 소리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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