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일
그림을 그린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이 시점에서 그림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1. 그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의 지난 모습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슬프거나 외로웠던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느낌이 든다.
슬픔을 느끼면 슬픔을 그린다. 외롭고 아쉬움을 느끼면 외롭고 아쉬움을 그린다. 애정을 느끼면 애정을 그린다. 행복을 느끼면 행복을 그린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내게 그림을 그린 다는 건 마치 사람들이 본인의 감정을 담아 노래를 만든다거나, 글과 시를 쓰는 일과 같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나의 감정을 오롯이 꺼내 드러내는 법을 알지도 못했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나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닫지 못했다.
2.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남길 수 없는, 가끔은 너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순간들이 있다. 또는 문득 애틋하게 떠오르는 추억들, 기억들이 있다. 이것들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기억으로만 떠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 결국 사라질 것 들이다. 그것을 붙잡아 그림으로 남기는 일은 재미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