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썹이 Oct 19. 2024

우연히 들었다

04/25/2020 _ 라떼 한 모금 마시는 사이로

짝짝짝,

오늘은 그냥 평범한 평일이다. 특별한 공휴일도, 회사에 안 가는 주말도 아니다. 오늘 하루 병가(뻥이지롱)를 내고서  날 경력 사원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나를 더 좋게 취급해 주려는 회사에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다. 잘했는지 못했는진 모르겠다. 막힘이 없었으니 잘한 듯. 집에 가려는 길에 커피를 한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뜨뜻한 농도 있게 내린 에스프레소에 마구 태운 우유거품을 섞은 라떼 라면 환장하는 나인데, 요즘은 계속 반만 마시고 질려버린다. 왜인지는 정말 나도 속상할 정도로 모르겠지만, 마시기 싫은 마음이 들었던걸. 그래서 우연히 지나가다 절제되어 보이는 그저 순수하게 커피만 내릴 것 같은 카페를 슉하고 들어와 버렸다. 직원들이 자유로워 보였지만 홀에 있는 긴장감을 주기 위해 직접 제작한 듯한 진한 네이비데님에이프런을 입고 있었고 카페 안도 적당히 비어있지 않았았다. 룰루 어디에서 온 무슨 콩을 쓰나, 아- 탄자니아, 뭐 좋아 어디 한번.

"안녕하세요?"

"네, 카페라떼 한잔이요, 거품은 최대한 빼고 우유로 채워주세요."

"알겠습니다. 도장 찍으시겠어요?"

"(또 오려나 싶지만 벌집모양 기하학적 로고가 맘에 드니까 뭐..)아 네, 좋아요."


어디 앉을까 죽 둘러보고 역시 해가 잘 드는 창옆이지 하고 나무테이블에 앉았다. 한때 카페를 혼자 오면 늘 구석만 찾아서 앉곤 했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그럴 필요성을 모르겠고 왜.. 굳이? 내가 앉은 옆엔 두 사람이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주로 한 사람이 거의 얘기하고 다른 한 사람은 듣고 끄덕이고 있는 정도?


"주문하신 카페라떼 나왔습니다."

잠깐 낙서도 하고 싶으니까 다른 용도로 쓰여야 하는 컵홀더를 같이 챙겨 앉았다.

"사람의 눈빛은... 자신의 세계... "

열심히 설명해 주는 사람의 말이 드문 드문 들려왔다.

".. 는 자기가 잼이래요, jam! 빵에 발라주고 싶어 하기도.. peanut butter와 같이..."

문장이 녹음 카세트를 듣듯이 자세히 들리지 않아 정확히 무슨 얘길 하나 싶었지만 대강 알듯 싶었다.

허 근데 저 jam 이야기는 괜히 익숙한 느낌인걸, 가끔 생각날 때 나와 맥주 한잔 마시는 친구가 나에게도 그런 얘기를 해준 듯한데... peanut butter and jelly 가 최고라나.. 외국에서 어느 정도 공부하고 와서 발음이 썩 좋은 녀석인데 혀가 짧은 건지 오랜 외국 생활 때문인지 한국말을 할 때 가끔 발음이 귀엽다. 어쨌든 그 녀석이 한 얘기를 괜히 떠올려 보았다. 솔직히 누가 잼 가지고 저렇게 진지하게 얘기를 하나, 그 녀석이라면 모를까. 지금 간간히 침을 튀기며 얘기하고 있는 저 사람은 자신의 생각하는 걸 설명해 주는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why writ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