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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선생 May 03. 2018

2018년 4월의 책

 - 근심하는 4월 

1. 여기저기 봄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책읽기는 봄바람과 함께 계속


2. 매달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일에 조금 더 힘을 쓰기로 했습니다. 읽기와 쓰기가 일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자취에 대한 기록은 필요한 일입니다. 



3. 


 1) 천정은, <당신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응원합니다>, 맘에드림 (★★★☆)

당신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응원합니다학교 혁신을 위한 교사들의 입문서      

출간일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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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진지한 의제로 생각하는사람들에게 (다소 과장하여 표현하자면)최고의 지상과제는 '학교조직'을 학습공동체로 재편하는 문제입니다.  학교를 조직으로 판단하는 것과 공동체로 판단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학교 조직은 관료 시스템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이는 학교를 일종의 행정기관의 별도 기관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로 이어지는 체계는 말 그대로 상명하달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체계에 따르면 학교는 가장 하위에 놓인 행정 실행 기관에 해당합니다. 교육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과정이 하달식이다 보니 학교는 온갖 정책이 다 쌓여있는 실정입니다. 상류의 오염이 하류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대체로 정책의 목적과 방향은 이상적이고 '선'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달되고 시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매우 난감한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특히나 현장의 유동적인 상황과는 상관없는 정책의 무리한 적용은 면피용 문서만 양산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죠. 학교의 관료화는 이런 의미에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학교를 정책 실행 기관으로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눈에 조직 문화는 교육의 '적폐'처럼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승진을 위한 몸부림이나, 교육보다는 정책을 도입하려는 여러 시도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반교육'적입니다. 그래서 혁신의 문화를 학교에 도입하려는사람들이 가장 먼저 신경쓰는 작업이 바로 조직에서 공동체로의 변화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정책 실행자로서의 교사의 역할보다는 변혁적이며 탐구하는 교사로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이죠.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조직의 구성원보다, 능동적인 변화 주체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 매김하려는 것입니다. 

학습 공동체로서의 학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이 없겠죠. 각자의 공동체 상황에 맞는 유동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변적이면서 일반화하기 쉽지 않은 학교 공동체의 특성은 이론화의 큰 걸림돌입니다. 현장 교사들이 직접 글쓰기와 책쓰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이런 저간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사례집을 만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혁신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이것이 교육'학'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천적인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유의미한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도 매우 소박하고 정직합니다. 경험으로서의 교육, 개개인이 공동체를 형성해서 학교의 교육과 문화를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질 교사들에게 참으로 친절하면서 실제적입니다. 이것은 이 책의 장점이자 한계입니다. 대부분의 실천적 교양서가 실용서의 성격을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 실용서라는 범주 안에 묶일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자인, 교사-독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들을 만한 귀한 책입니다. 사례가 모이고, 실용이 모여 하나의 '이론'이 될 것입니다. 





   2) 정여울, <정여울의 문학멘토링>, 메멘토(★★☆)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문학의 비밀을 푸는 20개의 놀라운 열쇠, 개정증보판      

저   자 정여울

출간일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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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읽은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문학 이론서 읽기에 대한 흥미를 다시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신나게 문학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었달까요? 현재 가장 대중적인 문법으로 문학 이야기를하는 정여울 선생의 글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학 교과서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는 않았다.. 정도의 평을 하고 싶습니다. 문학 굑과서가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흔히들 문학 교과서가 굉장히 지루하고 뻔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문학의 흥미를 반감시킨다고는 하지만, 정작 문학교과서를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문학에 입문하기에 이보다 좋은 책이 있을까 싶습니다. 문학의 역사에서 현재 문학의 위상까지 정리하기에는 문학교과서가 낫다는 거죠. 다만, 특유의 편집 구조상 읽기가 짜증나서 웬만하면 추천하지 않긴 합니다. 문학 교과서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종의 문학교과서를 읽은 입장에서 문학교과서를 평가해보자면 그렇단 이야기입니다. 

정여울 선생의 문학 입문 책이 아쉬운 것은 아마도 3월에 읽은 책에서 받은 흥분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문학을 잊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혹은 문학에 대해서 다시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이 책이 재밌다고 하는 주변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제 이야기만 듣고 이 책의 가치를 낮춰 잡는 것은 안됩니다. 글세 3월에 읽은 저 문학이론서가 지나치게 재미있었던 것 뿐입니다. 


   3) 2018 제 9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문학동네(★★★☆)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는 2010년에 젊은작가상을 제정하여 등단 십 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일곱 편을 선정해 시상하고 단행본으로 출간해왔다. 우리 시대의 문학 독자들이 동...http://aladin.kr/p/s14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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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이제 기대감을 가져야겠어요. 잘 읽지 않았던 작가의 매력을 깨닫거나, 이번에는 기존의 소설들과 얼마나 다른 문법의 소설들이 있을까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번 수상작들은 작년도 수상작보다 더 좋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대표작으로 선정된 박민정의 <세실,주희>가 제일 좋았습니다. 임현의 소설도 이번에는 좋았습니다. 오히려 작년 수상작인<고두>보다 이번 소설 <그들의 이해관계>가 더 좋았습니다. 이것은 운명과 애도와 후회와 슬픔에관한 윤리적 성찰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서사입니다. 읽고 난 후,아픔과 슬픔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영수의 소설은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뭔가 아귀가 명확하지는 않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다 읽고 돌아보니 임현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운명에 대한 소설이었습니다. 이 두 소설이 '운명'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 모두가 아는 그리스적 서사입니다만, '운명'을 맞이하는 인물들은 현대적인 윤리의 체계안에서 다시 '운명'을 사유하도록 유도합니다. 좋은 소설이라고 명토박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분명 우리의 삶에 빛이 될 소설들입니다. 저는 김세희의 소설은 그저 그랬습니다만, 이 범주에 묶여도 이상하지 않은 소설인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초연결'의 사회에서 윤리의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예술의 고민이 녹아있다고 할까요?


임성순과 최정나는 재기발랄했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뻔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스타일만으로도 재미가 보장되는 이상한 소설들입니다. 최정나에 대해 평론가들이 발견이라고 극찬한 것은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이런 엉뚱한 이야기가 지나치게 매끄럽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페미니즘과 함께 동성애 이슈는 첨예한 논쟁 거리 입니다. 박상영의 소설은 그 논쟁의 중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성이라는 차원에서 분명 진일보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과 윤이형의 '루카'를 비교해보면 '루카'가 어쩐지 게이를 지나치게 대상화한 소설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게 만듭니다. 그만큼 예리하고, 저돌적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끝맺음하는 소설의 말미는 무의미와 허무주의 라기보다는 다르지 않다로 읽히는데, 이것이야말로 '퀴어소설'로 보이게 만드는 정치적 힘이 있습니다.


이번 수상 작품집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문학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임현, 김세희, 정영서, 박민정의 작품들을 오래 들여다 보게 됩니다


   4) 김민아 외 <자비없네 잡이없어>,서해문집(★★★)

    자비 없네 잡이 없어 - 생존, 그 이상을 꿈꾸는 2030세대 노동 이야기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20~30대 연구자 여덟 명이 참여한 이 책은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무자비한 노동환경을 폭로한다. 나아가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876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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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관련된 여러 책을 애면글면 읽고 있습니다. 좀처럼 눈에 띄는 책이 없어서 애타는 와중에 발견한 재미난 책입니다. 현재 20대가 바라보는 '일'이란 무엇이며, '노동'에 대한 관점은 무엇일까에 대해 대략적으로 감이 좀 잡힙니다.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일에 관한 교육입니다. 교육에 일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도 알아먹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시대가 일에 관해 인식변화를 맞이할 시점에 무작정 부딪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장기적인 취업난과 테크놀로지의 발달 등이 불러온 빠른 사회변화의 문제. 한 편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삶을 원하는 세대의 등장. 이 책을 시작으로 꽤 재미있는 '일'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아마도 5월의 책에서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때 이 책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려구요.


   5) 이명섭 외,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실천편>, 에듀니티(★★★)

[세트]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 실천편 - 전2권      

저   자 이명섭

출간일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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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섭 선생님에 대한 기억 하나. 화성에서 수업나눔을 한다면서 불렀던 연수에서 이명섭 선생님은 젊은 가수들의 영상을 쭉 보여주시면서,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도 요즘 학생들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했었습니다. 전 당연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스럽지만 선생님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맘에 안 들었죠 뭐. 

두번째 기억. 제 수업 중 연극 수업이 있습니다. 연극 수업은 평가와도 상관없고, 기록과도 상관없이 하는 일종의 제 정체성 같은 수업이죠. 기말고사가 끝난 후 약 2주동안 대본을 쓰고, 연기 연습을 하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무작정 공연합니다. 이 무대뽀 같은 기획에 학생들은 속수무책으로, 울며 겨자를 먹습니다. 그렇지만, 이 수업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이 수업은 표현-창의력-공동체 의사소통 능력 등등 뭐 하나 안걸리는 것 없이 즐겁게 성취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수업이라고 자부합니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화성 수업나눔 시간에 이 수업을 짧게 소개하고 오셔서 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겠습니까? 다른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명섭 선생님이 정말 참관하러 오셨습니다. 이날 전 매우 놀랐는데요, 수업의 과정을 정말 열심히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수업 관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장학사같은 근엄한 표정이 아니라, 함께 수업을 계획하고 참여하는 학생같은 표정이 저로서는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놀랍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수업 참관은 이렇게 하는 거야. 속으로 생각했죠. 

수업이 끝나고 해 주신 말씀 또한 정말 좋았습니다. 내가 수업에서 해내려고 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신 거죠. 부족한 부분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수업은 대략 얼렁뚱땅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섭 선생님이 지적해 주신 것은, "말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도중에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웠다. 표현을 해 나가더라. 정말 훌륭하다" 이 정도의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특성화 반 학생들의 수업이라 조금 지쳐있었으니 이 칭찬과 격려는 큰 힘이었습니다. 선입견? 사라졌죠. 

이 책에 이명섭 선생님의 여러 손길이 느껴집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는 선배 교사의 분투. 이 정도면 후배 교사들이 존경심을 표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자신의 수업과 동료들의 수업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기록. 저는 일체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에 약간 치우친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학교와 교실과 수업을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고깝게 보는 일이 열배는 더 힘든 일입니다. 

제가 유보적이라고 말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일반고가 살아날 방법으로 여겨지는 만큼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대한 기록은 사실 기록을 넘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넘어 클러스터나 꿈의 학교를 신청하는 이유가 다른 학생들과는좀 더 차별화된 기록을 위해서라면 이건 분명 뭔가 크게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156쪽


현재의 고등학교 평가 시스템은 입시 종속이라는 말 이외에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학입시에 반영된다는 일상적 감시 시스템 하에서 살게 됩니다. 자발적인 동기 부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 아래서 어떤 평가가 들어와도 학생들의 삶은 걍팍해지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를 모른척 괄호를 쳐 놓는다면, 이 일체화라는 시스템 정비는 과거의 평가 시스템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습니다. 교사별 평가와 과정 평가가 가능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평가 시스템이든 평가자와 교육자는 같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관된 교육이 가능해지죠. 그 과정에서 평가자에 대한 권위 부여는 필수불가결입니다. 그리고 이 권위는 결국 시스템에 의해 완성되어야 합니다. 현재 일체화 시스템은 입시를 괄호친다면 충분히 교육적이며 교사별 평가로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잘 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입시를 괄호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많은 문제가 걸립니다. 어쨌든 현 단계에서 공정성을 운운하며 수능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획일화 교육으로의 역진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 시대상황과는 도저히 맞춰볼 수 없는 일입니다. 당연히 앞으로 나아가는 학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책의 한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신만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주는 온갖 실험과 상상의 플랫폼과 같은 곳이어야 한다. 교사는 삶의 코디네이터로서 학생이 학습능력, 협업 능력, 공감능력, 자율능력과 같은 삶의 기술을 함양할수 있도록 교수 학습을 설계하여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수업을 해야 한다. 92쪽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교사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걸 진정성이라고 부릅니다.



   6) 수잔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이후 (★★★)


해석에 반대한다이후 오퍼스 07      

저   자 수전 손택

출간일 200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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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 여사의 책을 읽어야지 하고 인질처럼 붙잡아 놓은 지가 여러 해입니다. 그래서 이번 만은 반드시 하며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그 유명한 <캠프의 단상>부터 수많은 에세이들이 이 한 권에 들어 있습니다. 이미 <은유로서의 질병>을 무진장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이 책에도 나름 기대가 있었습니다. 60년대 아방가르드 전선에서도 최전선에 잇는 글과 책이 아닐가 생각했는데요, 생각만큼 술술 넘어가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녀의 주장과 신랄한 비판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오네스코에 대한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평들은 뉴욕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같은 독자에게 고역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문학 비평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문화 현상 제반에 대한 비평문으로 읽어야 겠습니다. 특히나 영화 비평이 인상적인데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들 고다르나 브레송 같은... 덕택에 IPTV에서 브레송의 '소매치기'를 찾아 봤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손택은 리얼리즘보다는 형식주의나 모더니즘 미학에 더 관심이 많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나 인신공격에 가까운 루카치에 대한 비판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짝사랑에 대한 이런 사유는 어떤가요? 


사랑이란 고독한 자아가 느기게 되고 그릇되게 외부를 향해 투사된 감정인 까닭에, 사랑하는 대상의 난공불락 같은 자아는 격정적 상상력에 최면술 같은 매혹을 불어넣어 준다. 짝사항의 매력은 파베세가 '완벽한 반응'이라고 부르는 것, 다시 말해서 강력하며 철저히 격리된, 무관심한 자아의 본질에 담겨 있다. 80쪽


짝사랑이 겪는 감정의 모습에서  최면술적 매혹이라니. 이게 짝사랑의 본질이죠. 이어지는 논의에서 현대인의 사랑 숭배에 대해 이는 자기소외적인 감정의 상태라는 진단에서, 수난 숭배, 즉, 기독교 정신의 확장으로 사랑 숭배를 이해하는 독특하면서도 도전적인 손택의 사유는 책 이곳저곳에서 즐거움을 주기도 하죠. 

어쨌거나 아방가르드의 숭배자이자 확고한 옹호자로서의 수잔 손택의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듯 합니다. 


이게 현재적인 관점에서는 어떤가에 대해서는 한 번만 읽어서는 잘 모르겠네요.. 뭐 어차피 살면서 여러번 읽어볼 책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이번 독서에서는 큰 매력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4. 읽기만큼 쓰기도 중요할 텐데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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