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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Jul 21. 2019

실패는 이웃이라는 걸 인정해

영화 '스파이더맨'과 책 '하드씽'에서 찾은 메시지

어렵다는 걸 인정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해
실패는 이웃이라는 걸 인정해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보고 스스로에게 건넨 말이다.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 스스로 충분히 강하지 않다고,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일은 못한다고 말하는 고등학생 피터가 큰 변함없이 점차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좋았다.  


이웃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


Friendly Neighborhood 피터는 끊임없이 자신은 그렇게 어려운 일을 잘 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Hero 스파이더맨이 되는 건 결국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도, 인정하고도, 자신이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 아닌가.


현실로 돌아와 회사에서도 히어로같이 멋진 사람들은 꽤 오랜 시간을 실패 옆에서, 팀 옆에서 이웃처럼 함께 있지 않는가. 어려움의 이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히어로다. 


(Source: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소니 픽쳐스 스틸컷 이미지) 


영화를 보며 회사 생각이 많이 났다. 


최근에 이직을 하여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적응하며 일을 하고 있다. 다행인 건, 간절히 원하던 '인공지능 + 빅데이터 + 플랫폼' 3단 조합이 갖춰진 스타트업이고 3개월차에 접어든 지금 조직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다. 


다만, 조직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는 한편 이 조직에 속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유능하고 데이터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과 일하며 하루하루가 새롭고, 쉽지 않고, 정신을 빠짝 차려 실수를 온 몸으로 경계하게 된다. 기존에 잘하던 것도 새로운 분야에서는 보통이 되고 아예 처음부터 배워야하는 건 나보다 더 오래 일한 인턴들보다 부족한 상태. 그러던 와중에 직무 변경을 고려해볼 상황이 생겼다. 나쁜 조건도 나쁜 제안도 아니었다. 오히려 채용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채용된 직무와는 밀접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던) 나의 역량을 회사가 발견해줬고 그 쪽을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제안. 오히려 지금 배우고 있는 일보다는 빠르게 적당히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 겁이 났다. 일에 대한 겁이 아닌,

지금 당장 조금 덜 어려운 일 하려고, 실패가 조금 더 적을 일 하려고, 빠르게 갈아타는 내 자신에 대한 겁 (일은 결국 다 어렵고, 작은 실패는 항상 일어나지만!)

 

이직을 결심할 때 내가 일하는 산업 자체가 특수성을 갖길 간절히 원했다. 미래에 발전과 시장의 수요 증대가 예측되는 산업. '인공지능 + 빅데이터 + 플랫폼'을 이직할 회사의 핵심 키워드로 정했을 때 다짐은 처음 시작하더라도 데이터 분석 능력을 업무에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새로 제안받은 직무도 분명 데이터를 다룰 수 있지만 지금 직무에서 만큼 데이터를 활용해야할 부담과 책임감을 갖지는 않는다. 


고민을 가득 안고 퇴근한 날, 스파이더맨 영화를 봤다. 그리고 들었다. 


어렵다는 걸 인정해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해
실패는 이웃이라는 걸 인정해


인정하자. 스파이더맨처럼.

그리고 또 인정하자. 부담스럽고 어렵고 책임감이 많이 부여된 상황에서 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는 걸. 




영화는 판타지니 고민을 이 정도에서 끝낼 순 없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고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보는 책이 있다. 무려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라는 부제를 가졌고, 실리콘 밸리의 스타 경영자에게 존경받는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의 책이니 지금 상황에서 읽으면 밑져야 본전이었다. <하드씽>이다.



그리고 아래 문장을 찾았다. 


p.287

내가 기업가로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잡아야 할 것에 집중하고
내가 잘못했거나 잘못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접어라


바로잡고 싶었던 게 분명 있었는데 새로운 선택지를 쳐다보고 고민하느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에 눈을 잠시 뗐다. 인정. 
해야하는 일에서도 어려움, 실패, 잘못할 지 모르는 어떤 상황에 대한 앞선 걱정을 접고 순간순간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 할 수 있어.


p. 295

방향 감각을 상실할 때 - 신경을 진정시키는 테크닉


친구를 사귀어라

아주 힘든 결정에 도움이 되는 양질의 조언을 듣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할지라도, 유사한 도전적인 결정을 내려야만 했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유용하다. (p.296, 하드씽)


너무 귀동냥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시간과 마음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 시간에 스스로의 고민을 더하고 행동을 해보세요. 이후의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한번도 일어나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이니까요. 그저 당신이 만들어 보세요.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곤 한다. 좀 더 어렸을 때는 주변의 선배, 믿을만한 친구, 교수님, 여러 강연의 메세지에서 조언을 찾곤 했다. 그러다 한 분이 굉장히 엄격하게 위와 같을 하셨다.

"너무 귀농냥하지 마세요."

이후로 확실히 경계한다. 책도 사람도 "-하라"라고 직접 행동을 제시해주는 책보다 그저 나에게 역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좀 더 깊이 구체적으로 평가해보라고 말해주는 상대를 찾는다. 하지만 경계하더라도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친구의 존재가 좋은 선택에 분명 도움이 된다는 건 깊이 동의한다. 게다가 도전적 결정을 앞두고 있는 이에게 도전의 길을 걸어본 도전자의 이야기는 분명 심리적 관점에서 에너지가 된다.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쏟아내라

어떤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나는 내 논리의 이유를 상세하게 글로 적었다. 그 기록의 과정은 나를 내 심리 상태로부터 분리시켰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p.296, 하드씽)


벽이 아닌 도로에 집중하라


경주용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을 배울 때 처음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시속 360km 커브를 돌 때는 벽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로에 집중해야 한다. 벽에 집중하면 벽으로 돌진하게 되고 도로에 집중하면 도로를 따라가게 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수많은 일들이 잘못될 수 있고 회사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잘못된 일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금세 미쳐 버릴 것 같은 지경에 이르게 돌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가 벽에 부딪히듯 회사가 산산조각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피하고 싶은 것보다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에 집중하라. (p.296, 하드씽)


종이에 논리의 이유를 상세하게 글로 적는 과정이 곧 벽이 아닌 도로에 집중하는 순간인 것 같다.

나도 선택을 앞두고 하얀 A4용지를 꺼냈다. 반을 접고 두 가지 선택에 대한 내 논리의 이유를 솔직하게 모조리 적었다. 꺼내고 나니 보인다. 매우 작은 이유에 크게 흔들렸음을. 더 중요한 이유가 살짝 가려져 있었음을. 도로와 벽을 번갈아가며 힐끗힐끗 보고 있었음을.

이 과정은 나를 내 심리 상태로부터 분리시켰고. 결정을 내린 마지막 단계가 되었다. 


p.325

피드백은 대화이지 독백이 아니다.


들어온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회사와 새로운 직무를 논하는 상황이 약간은 부담스러웠지만 회사가 원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도 대화였다. 이 문장을 읽고 우리 회사도 벤 호로비츠의 경험 속 스타트업 못지 않게 좋은 조직이니 믿음이 갔고 잘 대화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쓴 전 주에 선택을 내렸고, 회사와도 잘 이야기했다. 
이제는 3분기 동안 내가 결정한 직무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어려움을 만나고 해결하고 회사에 가치를 가져오고 배우고 성장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벽이 아닌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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