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버고지언 , 제임스 린지 『어른들의 문답법』를 읽고
한 때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던 주제다. 돌아온 대답은 희망편과 절망편이 공존했는데 그 자리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긴 뭐해서 서로 의견이 맞다고 정답은 없다고 두리뭉실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 책은 고쳐 쓸 수 있다 쪽인 희망 편에 가깝다. 메시지 전달과 대화를 구분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건만 막상 둘러보면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많지만 진정한 대화를 하는 분은 찾기가 어렵다. 베스트셀러에 대화법이란 주제가 한자리 차지하는 걸 보면 진정한 대화를 바라는 게 혼자만의 소원은 아닌가 보다.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진짜 대화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정작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이런 류의 책에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 같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대화에 앞서서 '열린 마음'과 '열린 태도'를 강조한다. 흔히 알려진 내용을 더욱더 정교하게 설명해놓은 점이 특징인데 예를 들자면 대화는 목표지향적이어야 하고 이해라는 개념을 상대방의 추론 파악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혐오스러운 발언조차 그 의도를 나쁘게 바라보지 말고 모든 사람은 본디 선의를 갖고 행동하니 조금은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를 중점으로 바라보라고 마음씨 넓은 관점을 제안한다. 소위 뻘소리하는 대화에서 공통 정체성이란 프레임으로 전환한다던가, 격한 감정에 흔들린다면 아예 자리를 피하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진흙탕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대화에서 어떻게 대처해 심적으로 견뎌내어 살아남을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가 있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질문은 '개소리가 오고 가는 테이블에서 어떻게 대처를 잘할 수 있는가?'다. 저자는 사람의 마음을 쉽사리 바꾸려다가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되니 스스로 깨닫게 하라고 하고 적군으로 인식되지 않게 주의하라고 한다. 실제 날이 선 대화 관계에서는 라뽀를 형성할 만큼 소소한 담소가 가능할까? 그럴 여지 있을까? 대화와 토론은 다르지 않나? 혹한기에 건조해진 상상력과 읽지 않은 장서 효과의 간극으로 생긴 틈을 끝내 메우진 못했다. 토론을 잘하려면 뭔 소리도 들어줘야 하는 부처님 되어야 하나. 만약에 진짜 그렇다면 나는 귀에 캔디를 꼽고 테이블에 가야겠다. 뭔 개소리도 달콤하게 들릴 테니.
한줄평 : 나만 읽어서는 안 되는 대화법, 그럼에도 놓치기 싫은 인연을 이어가려면 읽어볼 만하다. 적어도 개소리 속에서도 살아남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