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성쌍둥이 영화 #1
7월 마지막주 수요일,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이 개봉했다. 평소에 지인들한테 '톰 크루즈 나오는 영화는 다 재밌다'하고 말하고 다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실망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며 드문드문 영화 <독전>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 이유는 두 영화가 플롯 상의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바로 다음 두 가지다.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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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주인공은 적과 중개자가 하기로 되어 있던 거래에서, 자신이 한쪽인 척하고 나타나 다른 쪽을 속인다.
2. 처음부터 계속 협력해오던 동료가 사실 주인공이 쫓던 적이었다.
1. 주인공은 적과 중개자가 하기로 되어 있던 거래에서, 자신이 한쪽인 척하고 나타나 다른 쪽을 속인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원래 존 로크와 화이트 위도우가 만나기로 되어 있던 자리에 에단(톰 크루즈)이 자신이 존 로크인 척 속이고 등장한다.
독전에서는 진하림(김주혁)과 박선창(박해준)이 만나기로 되어 있던 자리에서, 원호(조진웅)가 진하림의 앞에는 자신이 박선창인 척, 박선창의 앞에는 자신이 진하림인 척하고 등장한다.
2. 처음부터 계속 협력해오던 동료가 사실 주인공이 쫓던 적이었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주인공 에단(톰 크루즈)의 적인 진짜 존 로크가 바로 작전을 함께 하던 CIA 요원 워커(헨리 카빌)였다.
독전에서는 주인공 원호(조진웅)가 잡고자 혈안이 되어 있던 적인 이선생이 작전을 함께 해 오던 락(류준열)였다.
하지만 같은 플롯이고, 같은 반전을 지녔음에도, 두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사실 아군이 적군이었다는 것이 주인공에게 주는 의미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 워커가 사실 적이라는 걸 알게된 주인공의 반응은 "네가 적이었구나? 하지만 그럴 것 같았어."다. 적이라는 것이 밝혀진 순간에 '반전'으로서 주인공들의 충격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은 거의 있지 않고, 그에 바로 가해지는 주인공들의 반격이 통쾌함만을 남긴다.
독전의 경우, 락이 이선생이었다는 걸 알게 된 주인공 원호의 반응은 "???!!!??!!!".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다. 이선생을 잡겠다는 일념만으로 거의 피눈물을 흘리면서 달려왔는데, 제 가장 큰 조력자가 사실 그 끔찍한 이선생이었다니. 어딘가 안쓰럽고 애정이 가는 동생 같았던 그가 제 가장 원수인 이선생이었다니.
<미션 임파서블>에서 반전이 영화의 흥미를 돋우는 요소인 반면, <독전>은 반전 자체가 스토리나 메시지의 핵심이 된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의 워커가 존 로크라는 사실이 밝혀진 즉시 완전한 적이 된 반면, 이선생으로서의 락은 완전한 적이 되질 못한다.
2. 두 영화의 플롯에서 반전 상황의 위치
<독전>의 경우, 락이 이선생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은 기승전결 중 '결'에 이르러서다. 그들이 찾아헤매던 이선생이 락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선생이 다시 종적을 감추고,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원호와 이선생이 재회하면서 끝난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워커가 존 로크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은 '승'에서 '전'으로 넘어가는 다리 정도다. 반전은 결말이 아니라, 2막의 시작으로서 기능한다. 존 로크로서의 워커를 처단하고, 불가능해보이던 미션을 멋지게 해결하는 것까지가 '결'이다.
그렇다면 왜 <독전>은 반전이 등장하는 것을 '결'에 둘 수밖에 없었나? 바로 반전이 등장한 순간, 주인공은 액션영화의 핵심인 분명한 목표의식과 전투의지를 상실해버리기 때문이다.
<독전>의 주인공 원호와 락(이선생)은 <미션>의 에단과 워커(존 로크) 정도로 일시적인 콤비가 아니라 마음의 유대까지 나누었다. 또한, <미션>에서 주인공에게 존 로크는 대의와 미션을 위해 처단해야 하는 인물인 반면, <독전>에서 이선생은 주인공의 개인적인 숙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락'으로서도, '이선생'으로서도, 적이라는 개인 자체에 더욱 관여도가 높았던 <독전>의 주인공에게는 커다란 허무와 상실감이 찾아온다. 결국 주인공에게는 이선생을 처단한다는 액션영화다운 목표대신 질문을 하고 싶다는 다소 서정적인 목표만이 남는다. 그러한 상태에서 액션영화의 스토리가 지속될 수는 없으므로, 반전은 결말부에 배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 다 <독전>이다.
<독전>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1. 너무 뻔한 반전을 가지고, 2. 그것이 '반전'이라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 연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베일에 싸인 보스와 이상하게도 혼자만 살아남은 의미심장한 청년. 딱 락이 이선생이기 좋은 구조다.
그렇게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기에, 밝혀지고 나서 락이 '누가 나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게 어이가 없다'는, 약간 허세차고 관객들이 보던 락과 '다른' 대사를 보여주는 반전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아니라, 평소의 락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락이 이선생이라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인 게 아니라, 선함과 온순함, 그리고 잔인함이 락이라는 인물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도록.
락과 원호의 세밀한 감정에 집중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감성 느와르와 자극적 감정을 극대화하는 오락영화 사이의 중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듯하여 아쉽다.
그러나 인물간의 다소 복잡한 심리에 더 집중한 '독전'이 더욱 기억에 남는 쪽이기도 하다. <미션>이 빵빵 터지는 시원한 액션과 쫄깃함을 느끼며 순간을 꽉차게 즐기기에 좋다면, <독전>은 매 순간이 꽉차지는 않지만 영화관을 나선 후에 좀 더 생각하게 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