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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시 Oct 03. 2018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 :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음주운전 처벌 강화 청원에 보태어.

처음으로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어본 것은 열여덟 살 때였다. 중학생이 되던 해부터 5년 간 서서히 떠나 보낼 준비를 했지만, 막상 닥친 이별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는 멍하니 밖의 달 만을 쳐다보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고, 이것이 현실이 아닌 듯 소소한 장난을 치기까지 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그곳으로 와 절을 올리고, 울면서 나를 껴안았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주 서럽게 펑펑 쏟아졌다.


그 날 이후 며칠 간, 아니 몇 년 간은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부재에 적응한다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낯설었다. 종종 부재의 존재를 잊어버리곤 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음에 같이 먹자고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다음은 없음을 깨닫는 일, 내 생각에 대한 의견을 물어봐야지, 했다가 의견을 물을 사람이 곁에 없음을 깨닫는 일의 반복이었다.


오늘 누군가 올린 청원글을 보았다. 음주운전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학생의 친구가,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청원하는 글이었다. 힘을 보태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쳤다. 순식간에 친구를, 자식을, 형제를 잃은 사람의 마음을, 끔찍한 아픔과 두려움을 느꼈을 누군가의 고통을 생각하니 그랬다. 부재를 겪은 사람들이 지금 너무 슬프고 아플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한 달이 지나도, 몇 년, 몇 십년이 지나도 완전히 적응될 수 없을 것임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매일 준비를 해도 마주하면 너무나 갑작스럽고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 생이별이다. 그런데 억울한 사고로 갑작스럽게 마주한 이별은 오죽할까.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찢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보태는 마음 하나하나가, 아픔에 잠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동의 하나하나가 무게를 가지는 이 청원이, 법이 피해자의 아픔은 고스란히 두고 가해자의 부담만 덜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을 주길 바란다. 


* 청원링크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95955?navigation=pet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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