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성쌍둥이 영화 #3
한동안 유튜브에서 계속 넷플릭스 광고가 떴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편의 예고편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2018))>와 <시에라 연애 대작전(Sierra Burgess Is a Loser, 2018)>. 재밌어보여서 볼 때마다 예고편을 계속 다 봤는데... 그랬더니 며칠동안 유튜브를 볼 때마다 계속 광고로 떴다. 그런데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 영화들 예고편 광고가 떴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보아... 드라마 영상을 너무 많이 찾아 본 나에게 타겟팅된 광고였나보다.
며칠 전에 <시에라 연애 대작전>을 보았고, 오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모남)>를 보였다. 안면인식을 잘 못하는 편이라 외국 배우들은 봐도 헷갈리는 편인데, <내사모남>의 남자주인공 피터는 보자마자 '어, 이 배우!'했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남자 주인공 제이미와 같은 배우인 노아 센티네오 였던 것이다.
그래서 후기 겸 해서 쓰는 이란성쌍둥이 영화 3편.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분석하고, 그걸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전체적 영화의 스토리구조나 느낌도 닮은 점이 조금씩 있다.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특화된 스토리구조랄까... 좀 더 자세히는 아래에서 보도록 하자.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시에라(샤넌 퍼서)는 과체중으로 외모적 놀림을 받곤 하지만, 외면보다 내면의 성숙을 더욱 중요시하기에 그를 신경쓰지 않는다. 어느 날, 시에라의 전화번호를 다른 이의 번호로 착각한 남학생 제이미(노아 센티네오)에게서 문자를 받는다. 제이미가 착각한 대상은 소위 말하는 '퀸카'로 칭해지는 치어리더 베로니카(크리스틴 프로세스). 그것을 시에라도 알게 되지만,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미 마음이 생겨버린 시에라는 진실을 밝힐 수 없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시에라>의 거짓말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하는 것이라면, <내사모남>의 것은 주인공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라라 진(라라 콘도르)과 피터(노아 센티네오)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 가짜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짜 연인으로 보이기 위해서 계약서도 쓰고 그것을 이행해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거짓과 진실 사이를 오가기 시작한다. 서로가 실제로 진심이 생겼음에도 그것을 감추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것 역시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시에라 연애 대작전>의 시에라는 내면의 성숙만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것을 제이미를 통해 깨달은 시에라는 자신의 감정에 더 솔직해지기 시작한다.
<내사모남>의 라라 진은 넓은 학교에서 자신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나 피터를 만남으로써, 누군가는 자신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단 : 결핍감을 가진 여자 주인공의 일상과, 어느 날 남자주인공과 얽혀서 시작된 거짓말.
전개 : 점점 깊어지는 마음(+썸),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의 여자 주인공의 내적 갈등
위기 : 남자 주인공이 (인기 있는) 서브 여자 주인공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 여자 주인공의 오해와 그로 인한 내적·외적갈등
절정 : 폭발한 갈등과 일시적 결별
결말 : 가족, 친구를 통해 정말 소중한 게 뭔지 깨달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화해, Fall in love... Happy ending.....
아무래도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의 뮤즈인가 보다.
절정 부분에서 좌절을 겪은 시에라와 라라 진의 대응은 다르다. 전여자친구에게 피터가 미련이 남았을 거라 착각한 라라 진은 피터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런데 시에라의 경우는... 제이미가 베로니카에게 입을 맞추는 것을 본 시에라는, 베로니카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털어 베로니카가 남자친구에게 문자로 차인 것을 사진과 함께 만천하에 공개한다.....(;;;;;) 베로니카는 시에라를 인생 절친으로 생각하고 남들에게는 못하는 인생상담도 하고, 시에라를 도와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다가 제이미에게 갑자기 입맞춤을 당한 것이었다는 점, 시에라의 행위가 용서와 도를 넘는, 아무리 여자 주인공이라고 해도 감싸주기 힘든 점이었다는 것에서.... 굉장히 '?!?!?!?!?'스러웠다. (그것 말고도 '??!!! 아니 저러면 안되지!!!!!' 스러운 장면들이...... 있어서 중간 중간 좀 쇼킹했다)
<내사모남>에서는 예전에는 친했지만 지금은 틀어진 사이, <시에라>에서의 시에라와 베로니카는 예전에는 물과 불 같은 사이였는데 점점 인생 절친이 되어 간다. 두 작품 통틀어서 가장 입체적인 베로니카의 캐릭터가 제일 매력적이긴 했다.
둘 중에서 장면 하나하나의 측면에서는 <시에라 연애 대작전>에, 전체적 구성 측면에서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무튼 둘 다 하이틴 로맨스의 정석인 것은 맞다. 보고 나서 '와, 대박 인생영화다'스럽진 않아도, 외국 하이틴 로맨스에서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것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대만족 오보 대만족은 아니어도,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을 거란 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인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