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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13. 2016

프랑스의 작은 베니스, 콜마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도시, 콜마르에 가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두 시간 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프랑스 알자스주의 소도시 콜마르(Colmar). 이곳은 <꽃보다 할배>에서 방문해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탄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약 64km 떨어져 있다. TER로는 단 40분이면 방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위스 바젤(Basel)에서도 겨우 63km 떨어져 있는 접근성이 좋은 여행지이다.







  콜마르 기차역에서 내려 구시가지를 향해 걸었다. 얼마지 않아 저 멀리서 독일 알자스의 지방색을 띤 콜롱바주(Colombage)형식의 집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콜롱바주는 나무 뼈대 사이에 진흙을 덧발라 집은 짓는 형식을 일컫는데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마을을 구성하는데 가장 큰 몫을 한다. 골목 사이를 향해 디디는 걸음에 설렘이 가득 묻었다.







  골목을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로젤만 분수(Fontaine Roesselmann)였다. 이 분수는 1888년 바르톨디(Bartholdi)에 의해 만들어진 조각상인데, 신부 쟝 로젤만(Jean Roesselmann)을 본떠 만들었다. 고딕 양식으로 디자인되었으며 백석과 청동으로 만들어졌다.







  로젤만 분수를 지나오면 바로 쁘띠 베니스(Petite Venise)를 만날 수 있다. 운하의 아름다움이 이탈리아 베니스에 버금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그 이름만큼이나 운치 있다. 여기 흐르는 운하는 로슈(Lauch) 강인데 과거부터 운송로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이 주변이 다 관광지로 발달해서 운하 주변은 레스토랑과 보트 투어를 위한 선착장만이 남아있다.







  보트 투어를 체험하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작은 골목 사이를 지나야 만 한다. 아담하게 지어진 콜롱바주의 집들은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길을 만들었다.







  선착장에 도착했다. 30분 동안 배를 타고 운하를 둘러보는데 6 유로면 된다. 영어와 불어 가이드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나는 불어를 잘 하지 못해서 영어 가이드를 선택했다. 다음 배가 선착장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가 들어오면 안내에 따라 탑승하면 된다. 작은 나무배인데 그것을 타고 낮은 다리 아래로 노를 저어 들어가면 고요하고 호젓한 운하를 경험할 수 있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잔잔하게 물 흐르는 소리만 남아서 숨소리마저 죽여야 했다.







  콜마르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프랑스보다는 독일의 정취를 많이 느낄 수 있다. 과거 프로이센 · 독일령이었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이다.

  콜마르의 역사는 유구하고 아주 복잡하다. 이곳은 9세기 한 수도사에 의해 처음으로 언급된다. 신성 로마제국의 카롤링거 왕조(Carolingian dynasty)의 통치 시절부터 시작해 13세기에는 신성 로마제국에 속한 자유도시가 되었다. 17세기 신-구교 간 종교전쟁에서는 스웨덴에 점령당하기도 했고, 이후 프랑스 루이 13세에게 양도되어 프랑스령이 되었다가 프로이센-프랑스 간 전쟁에서 승리한 프로이센의 땅으로 편입되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독일령에 머물러 있었다. 콜마르가 다시 프랑스령이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있었던 콜마르 전투 이후인데, 독일군이 연합군에 패하고 알자스 지방이 통째로 프랑스령이 되면서 콜마르 역시 프랑스의 땅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여전히 독일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이곳 콜마르에서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독일의 접경지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와 프라이부르크(freiburg)가 있다.


 





  콜마르의 흔한 거리, 주말이었지만 한적하고 고요한 주택가는 길을 거니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한다. 콜마르는 과거 1706년 대화재가 일어나 거리에 많은 집들이 불에 타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280여 년 후, 이를 완벽히 복원시켰다.







  알자스는 맛 좋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그중에 콜마르는 알자스에서 만든 와인의 운송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쁘띠 베니스의 로슈 강이 바로 그 운송로이다. 콜마르는 16세기 무역 중개가 호황을 이룰 때야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금은 로슈 강의 운하 주변을 두른 펜스마다 화려한 꽃으로 띠를 둘렀다. 운하를 지나는 작은 다리에는 여행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화각 안에 담기 바쁘다. 전성기를 누렸던 그 시절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소박하고 동화 같은 마을은 과거 흥했던 그때보다 훨씬 아름다울지 모른다.




출처 : 위키이미지




  콜마르의 생마르탱 대성당에 들렀다. 1234년에 짓기 시작해서 완공까지만 130년이 걸렸다. 1365년 완성되어 1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 이곳은 초기 신성 로마 제국의 카롤링거 양식과 고딕 양식으로 완공되었다가 이후 13세기에 화재를 겪은 후 르네상스의 양식을 더했다. 성당 내부에 있는 13세기 제작된 스테인 글라스와 17세기 제작된 피에타 조각상, 18세기 들여온 파이프 오르간이 그 오래된 역사의 증거가 되어준다. 고고하게 선 대성당의 모습이 콜마르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생 마르텡 대성당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여행자들이 모여있는 오래된 집이 있다. 메종 피스테르(Maison Pfister)이다. 콜마르에서도 쁘띠 베니스와 나란히 가장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그 분위기가 낯이 익은데 이 집이 바로 지브리의 재패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그곳이다.







  벽화가 그려진 목조 스타일의 집에 첨탑과 함께 16세기에 지어진 이 집은 당시 Lièpvre일대에서 환전 장사로 성공한 모자 제조자 루드윅 셰러(Ludwig Scherer)에 의해 지어졌다. 그러고 보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소피가 모자 가게에서 일했던 것도 여기서 따온 설정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메종 피스테르라는 이름은 1841년부터 1892년까지 이곳을 복원해 살았던 가족의 패밀리 네임을 따 지어졌다.







  상점과 식당이 몰린 구시가지로 나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햇볕이 따가워 걸어 다니는데도 지쳐버린 난 길가에 선 노점상에서 젤라토를 사들었다. 쬐는 불볕에 젤라토는 금세 녹아버렸지만 목을 축이기에는 좋은 선택이었다.

  콜마르는 스트라스부르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잠깐 거쳐가는 여행지 정도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시가지를 다 둘러보는데 두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하기에 좋다.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동화마을, 콜마르. 색이 칠해진 작은 집들이 여행하는 내내 유원지에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무 곳에서나 셔터를 눌러도 차려놓고 찍은 것처럼 이국적이다.

  중세시대를 거친 고딕 양식의 웅장한 교회당, 르네상스의 영광을 물려받은 위대한 궁전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묘미이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것에 지치고 머리를 환기시킬 무언가를 찾는다면 작지만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숨은 매력이 많은 콜마르에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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