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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Oct 23. 2017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

6일간의 아이슬란드 로드트립 - 1 여행 준비하기

  아이슬란드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약 육 개월 전부터였다. 지금 와서 내게 왜 그 춥고 험준한 곳을 여행지로 꼽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아마 그 해답은 아이슬란드에 직접 발을 디딘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keflavik) 공항에 도착하면 한쪽 벽면에 이런 글귀를 발견할 수 있다.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Iceland, land of fire and ice).

  얼음의 나라. 그도 그럴 것이 9월 말임에도 여적 여름의 끝자락을 쥐고 있는 한국보다 약 20도가량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니 말이다. 드넓은 아이스필드와 빙하를 품고 있는데다 남서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는 무려 북위 64도에 위치해 있으니 아무리 초가을이라 한들 이미 그 기온은 겨울의 그것과 비슷할 수밖에.

  얼음은 알겠는데 불은 뭘까? <꽃보다 청춘>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챙겨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아이슬란드는 여전히 화산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땅이다. 두 개의 지각판 사이에 위치한 섬나라로 활화산만 무려 삼십 개를 가지고 있다. 2010년 유럽의 항공 대란을 일으켰던 에이야피야틀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 역시 아이슬란드의 것이다.

   얼음과 불, 빙하와 화산. 완전히 상극인 두 물질이 하나의 땅 위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 아이슬란드. 하지만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운전대를 잡고 첫 목적지―그곳이 어디든 간에―로 향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당신은 이곳에 온 것을 올 한 해 결정한 일들 중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지평선 끄트머리까지 펼쳐진 광활한 땅,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바다, 그리고 마주하는 곳마다 놀라움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흔적들이 내 눈 앞 어디서든 펼쳐질 테니까.

  아이슬란드를 향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니만큼 목적지와 숙소, 날씨와 도로 상황 등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싼 물가 덕분에 챙겨야 할 준비물들도 많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에 대한 차선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1. 항공권 구매


  일단 국내에는 아이슬란드까지 직항으로 연결하는 항공사가 없다. 보통 직항이 열려있는 다른 유럽국에 들렀다가 아이슬란드 국적기인 아이슬란드 에어 혹은 와우 에어와 연계해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경유가 가능한 국가는 다양하게 있다. 내가 여행을 떠났던 9월 말은 추석 황금연휴 기간이라 비행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시기였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아이슬란드까지 가는 항공권을 100만 원 초중반대에 구할 수 있다.


    내가 항공권 구매를 위해 자주 이용하는 가격 비교 사이트는 '스카이 스캐너'이다. 목적지를 선택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공항들을 함께 검색할 수 있고, 날짜별로 가장 값싼 비행 편을 확인할 수 있다.


  경유의 유무, 출발 시간대, 총 소요시간까지 조정할 수 있어서 항공권을 찾을 때 하나하나 클릭해보고 다시 검색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가입을 한 뒤 가격 변동 알림 설정을 해 두면 찜 해놓은 항공편 가격이 변동될 때마다 메일로 알림이 온다.

  스마트폰 앱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앱을 받은 뒤 알림을 설정해 놓으면 휴대폰으로도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저장해놓은 여정을 누르면 바로 검색이 가능해서 가격 변동을 살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카이 스캐너 이용 시 여러 차례 같은 여정을 검색할 경우 최초에 검색했을 때보다 조금씩 가격이 올라간다는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있으니 캐시를 삭제하거나 다른 기기를 이용해 예매하는 것도 좋다.

  스카이스캐너 외에 지마켓 항공권도 저렴하게 이용하기 좋은 가격 비교 사이트이다. 스카이 스캐너가 많은 데이터 양으로 승부를 본다면 지마켓 항공권은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눈길을 끈다. 운이 좋으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다. 게다가 국내 사이트라 인터페이스가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2. 여행 루트 정하기


  나는 애초에 아이슬란드의 외곽을 쭉 도는 '링로드 트립'을 계획했다. 아이슬란드의 1번 국도를 타고 여행하는 가장 기본적인 루트인데, 앞서 말했듯 아이슬란드의 예측이 불가능한 날씨 덕에 계획한 그대로를 100% 실행하기가 어렵다. 나 역시 그 부분을 도착하자마자 실감해야 했고, 애당초 계획했던 링로드 트립의 루트를 변경해야 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레이캬비크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쭉 돌아 다시 레이캬비크에 도착하는 여정 도중에 요쿨살론(Jökulsárlón)에서 회픈(Höfn)으로 향하는 도로가 억수처럼 쏟아진 비로 인해 유실된 것이다. 도로 복구는 아이슬란드를 떠나기로 한 날짜의 바로 직전일인 10월 4일 완료될 거라는 보도가 있었고 나는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지 단 하루 만에 이곳의 날씨를 실감하고야 말았다.



  결국 나는 링로드 트립을 포기하고 아이슬란드의 남쪽과 북쪽을 여행하는 것을 택했다. 레이캬비크에서 남쪽인 요쿨살론까지 갔다가 다시 레이캬비크로 돌아와 북쪽인 아쿠레이리(Akureyri)까지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다행히도 아이슬란드의 동부 지역인 회픈부터 아쿠레이리까지는 특별히 꼭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 몰려있지 않아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1일 케플라비크 공항 - 레이캬비크 (운전시간 50분)

2일 디르홀레이 - 레이니스피아랴 - 스카프타펠 - 스비나펠요쿨 - 요쿨살론 (운전시간 8시간 21분)

3일 스코가포스 - 셀야란드포스 - 굴포스 - 게이시르 - 레이캬비크 (운전시간 3시간 45분)

4일 흐베리르 - 블루레이크 - 미바튼 - 아쿠레이리 (운전시간 7시간 24분)

5일 고다포스 - 글라움배르 - 그라브록 - 보르가르네스 (운전시간 5시간 8분)

6일 출국


  추석 연휴를 짬 내 나온 여행이니만큼 길게 시간을 뺄 수 없어 실질적으로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기간은 5일가량밖에는 되지 않는다. 워낙에 힘든 일정이다 보니 운전하는 사람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슬란드는 원체 도로가 험해서 웬만큼 운전을 해보지 않았다면 조수석에 앉아있는 편이 낫다.

  1번 국도를 따라 도는 링로드 트립은 굴포스, 게이시르, 싱벨리르를 묶은 골든 서클과 야외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블루라군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아이슬란드를 전체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루트이다. 약 일주일 간의 링로드 트립을 계획한다면 아래 루트대로 가는 것을 많이들 추천한다.


링로드 루트 | 레이캬비크 - 셀랴란드스포스 - 스코가포스 - 디르홀레이 - 레이니스피야랴 - 비크 - 스카프타펠 - 요쿨살론 - 다이아몬드해변 - 회픈 - 에이일스타디르 - 미바튼 - 그료타기아 - 데티포스 - 고다포스 - 아쿠레이리 - 웨스트피요로드 - 보르가네스 - 레이캬비크


  다만 여름철이야 길이 얼지 않는 데다 낮이 매우 길기 때문에 짧은 일정 내에 링로드 루트를 다 돌 수 있겠지만, 10월부터 시작되는 동절기는 얘기가 다르다. 급변하는 기상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더불어 영하의 날씨에 길이 얼 확률이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이런한 상황들을 대비해 동절기 링로드 트립은 약 2주 정도의 기간을 둬야만 한다. 내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했던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도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빈번했다.

  이 외에도 동, 서, 남, 북부 중 하나를 정해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아이슬란드의 국제공항인 케플라비크 공항이 남서부에 위치해 있어 그곳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때문에 동·북부는 알려진 여행 루트가 많지 않다. 겨울철 동부와 북부는 기상 상황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워 현지인들도 잘 권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의 천연 온천은 보통 서부에 몰려있다. 동부에 약 열 개의 온천이 몰려있다면 서부에는 그에 세 배가 넘는 수의 온천이 위치해 있다. 온천욕을 즐기고 싶다면 역시 아이슬란드의 서부를 여행하기를 추천한다.

  그뿐 아니라 자연의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는 아이슬란드의 폭포들 역시 서부와 남부에 포진해 있다. 동남쪽에 있는 회픈이나 동북쪽에 있는 데티포스가 아니라면 특별히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코스는 아니다.

  일정과 여행 시기, 그 날의 기상 상활을 고려해 여행 루트를 짠다면 안전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3. 숙소 예약하기


  여행 루트를 정했다면 묵을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숙소 역시 기상상황을 고려해 취소가 가능한 곳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다만 취소 가능한 숙소는 숙박비가 조금 비싼데, 기상 악화로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못 받는 상황보다는 나을지 모른다.

  보통 숙소는 에어비앤비, 북킹닷컴, 호텔스닷컴 등을 통해 예약했다. 나는 레이캬비크에서 첫날밤을 보낼 때 한 번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그 이후로는 셀프 체크인이 가능한 코티지 룸과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다. 호텔은 부엌에서 취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일 외식을 하거나 룸서비스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게스트 하우스가 적당하다. 아이슬란드의 높은 물가 때문에 외식보다는 마트에서 장을 봐 숙소에서 해 먹거나 한국에서 챙겨 온 음식들을 데워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캠핑이나 카라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캠핑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동절기 여행이기 때문에 무리라고 판단했다. 만약 하절기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간다면 카라반을 빌리거나 캠핑도구를 대여해 직접 캠핑을 다니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렌터카와 루프탑 텐트, 캠핑 도구 등을 함께 대여받으면 3-4인 기준 하루 약 20만 원 정도에 예약이 가능하다. 캠핑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아이슬란드 내에 위치한 국립공원 세 군데와 개인 사유지 등은 캠핑할 수가 없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캠핑이 어렵기도 하고, 만약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면 숙소보다 많은 불편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앤비는 3-4인 기준 하루 약 15~20만 원 정도면 예약이 가능하다. 물론 숙소의 퀄리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방 한 두 개가 딸린 숙소라면 이 정도 가격에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중개 사이트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나면 메일로 예약 확인서가 날아온다. 체크인하는 방법, 체크인·아웃 시간 등이 적힌 인포메이션은 숙박일로부터 일주일 전 쯤 메일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나는 거의 셀프 체크인을 이용했는데 체크인하는 방법이 서툴러 애를 먹었다. 몇 군데 숙소를 돌아다녀보니 아이슬란드는 마스터 록이라는 제품을 많이 이용하는데, 열쇠를 넣어놓는 작은 락커라고 생각하면 쉽다. 보통 문 옆에 달려있는 이 마스터 록에 메일로 날아온 비밀번호를 맞추고 버튼을 내리면 열쇠를 꺼낼 수 있다.

  앞서 취소 가능한 숙소를 예약하라고 적기는 했지만, 정작 회픈에서 예약한 숙소는 취소가 불가능했다. 나는 회픈으로 가는 도로가 유실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캡처한 뒤 숙소 인포메이션으로 메일을 보냈다. 요쿨살론에서 회픈으로 넘어갈 예정이었고, 유감스럽게도 도로가 유실되어 갈 수가 없다는 내용을 적었다. 사실 반쯤 포기하고 보낸 메일이었는데 친절하게도 숙소는 곧바로 전액 환불해 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취소 불가능한 숙소를 예약했더라도 기상 악화 때문에 가지 못한다면 메일을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차량 렌트하기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으면 이제 차량을 렌트할 차례다. 차를 렌트하기 전, 먼저 아이슬란드의 도로가 얼마나 험악한지 알아야 한다. 게다가 겨울철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더.

  나는 사가(Saga|https://www.sagacarrental.is/)라는 렌터카 업체를 통해 차를 렌트했다. 렌트한 차종은 마츠다 CX 5. 반드시 사륜 구동이 가능한 차량을 택해야 하며, 바퀴는 스노 타이어로 골라야 한다. 영하로 떨어지면 도로 사정이 어떨지 알 수 없고 눈이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렌터카 사이트에 접속했다. 픽업 장소와 반납 장소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해 차를 픽업하고, 돌아갈 때는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반납할 수도 있다. 나는 아이슬란드 출국행 비행기가 워낙 이른 시간에 잡혀서 공항 근처에 위치한 숙소를 잡아야 했고, 렌터카 반납 역시 공항에서 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픽업 날짜와 반납 날짜를 설정한 뒤 자동차 타입을 설정한다. 나는 4륜 구동 자동차를 선택했다. BOOK NOW를 클릭하면 검색 결과와 함께 가격이 뜬다. 5일 기준 약 400유로 정도이다. 원하는 차종을 클릭하면 차량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와이파이, 운전자 추가 등의 옵션이 있고 바람, 모래 보험 등도 설정할 수 있다. 보장 금액까지 함께 뜨기 때문에 잘 고려해 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나는 안전하게 풀 보험을 선택했다. 예약자 인적사항을 적고 예약 규정 등을 살펴본 뒤 Confirm Booking을 클릭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 바로 앞에서 렌터카 업체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예약한 업체의 로고가 붙어있는 역에서 하차해 업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슬란드어와 영어 중 언어를 택한 뒤 번호표를 뽑을 수 있다. 차례가 다가오면 창구에 가서 메일로 온 바우처를 건네고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결제가 끝난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차고지에 가 차량을 확인한다. 렌터카 직원이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해 일러주니 귀 바짝 열고 설명을 들어야 한다. 모든 점검이 끝나면 연락처를 알려준다. 운행 중 특별한 일이 발생할 시 그 편으로 연락을 취하면 된다.




5. 환전하기


  아이슬란드는 유럽연합이 아니다. 일전에 EU국에 가입할 기회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결론적으로 아이슬란드는 2015년 유럽연합 가입 신청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유로존이 아닌 자국의 화폐, 크로나(ISK)를 사용한다.

  아이슬란드의 환율 조회는 익스체인지 레이트(http://ko.exchange-rates.org/currentRates/E/ISK)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화면을 만날 수 있는데 아시아 태평양을 클릭하면 한화로 환율을 확인할 수 있다. 대충 크로나*10으로 계산하면 파악이 쉽다. 오른편에 환율 계산기도 있으니 변환해 확인하는 것도 좋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로나는 국내에서 환전이 불가능하다. 인구 약 34만 명인 북유럽의 작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화폐이다 보니 국내에서 환전이 어려울 만도 하다.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소비 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국내 은행에서 유로나 파운드로 환전해 간 돈을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크로나로 다시 한번 환전하는 것과 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출발 전, 환전하는데 고민을 꽤 해야 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여행자가 환전해야 할 돈만 족히 300만 원은 되었다. 숙소 비용을 계좌이체로 모두 지불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중 환전을 한다면 그만큼 수수료도 이중으로 들 터였다. 나는 먼저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이들의 케이스를 찾아보고 나서 신용카드 한 장을 들고 여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슬란드는 레스토랑이나 마트는 물론이고 작은 구멍가게와 심지어는 화장실까지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아무래도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이들이다 보니 세세한 부분까지도 여행자의 입장을 고려해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금 하나 없이 여행하는 것이 여간 불안하다면 한국에서 소량의 유로를 환전해 가서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해 환전소에서 돈을 바꾸는 것도 좋다. 물론 나는 현금을 단 하나도 가지고 가지 않았으나 전혀 불편함 없이 모든 결제를 카드로 해결할 수 있었다.




6. 오로라 / 날씨 / 도로 상황 예측


  앞서 아이슬란드는 기상 예측이 어려운 나라라고 여러 번 언급했다. 맑고 화창한 날 아침 차를 몰고 출발했다가 갑작스레 내린 비 때문에 길이 얼어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날씨나 도로 상황 등을 확인해야 한다.

  날씨 체크를 위해 이용했던 사이트는 Icelandic Met Office(http://en.vedur.is/)라는 곳이다. 링크를 따라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로딩된다. 바람, 온도, 강수량을 이미지로 확인해볼 수 있고, 아래 바를 드래그하면 요일과 시간에 따른 기상 변동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아래는 레이캬비크, 아큐레이리 등 주요 도시들의 기상 상황이다. 맨 오른편의 Whole country를 누르면 주요 도시 이외의 기상상황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오로라 지수 역시 위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오로라 지수는 따로 페이지가 만들어져 있다. (링크 : http://en.vedur.is/weather/forecasts/aurora)

  아래 화면을 보면 지도 위가 녹색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녹색이 진해질수록 구름이 짙게 꼈다는 의미이다. 구름의 양은 오로라 헌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오로라가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구름이 낀다면 오로라 지수가 아무리 높다 한들 관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구름 상황 역시 아래 바를 드래그하면 시간별로 확인이 가능하다.

  오로라 지수는 오른편에 Aurora forecast 아래 숫자로 표시된다. 현재 오로라 지수 5로 높은 편에 속하는 데다 서편에는 구름의 양이 많지 않으니 레이캬비크에 머물고 있는 이들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오로라 지수 아래에 해가 지는 시각, 해가 없는 시간, 해가 뜨는 시각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 아래에 현재 달의 모양과 달이 뜨는 시각 역시 확인이 가능하다.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용한 곳은 아이슬란드 도로관리청(http://www.road.is/)이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도로 상황은 물론이고 웹 카메라로 실시간 도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로드 인포 뷰어를 클릭하면 포장된 도로와 자갈길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고 도로별 바람의 방향과 풍속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지도 위에 표시된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그 위치에 설치된 웹캠으로 실시간으로 도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로드 컨디션 인 아이슬란드를 누르면 아래 사진과 같은 화면이 뜬다. 목록에서 가고자 하는 지역을 클릭하면 상세한 도로 상황이 지도 위에 로딩된다. 어느 길이 위험하고 어느 길이 안전한지, 공사 중인 곳은 어디인지도 친절히 안내되어 있다. 게다가 오늘 하루 동안 몇 대의 차가 지나다녔고, 최근 10분 내에 몇 대의 차가 지나갔는지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니 이보다 믿음직할 수 없다.




7. 국제면허증 발급


  아이슬란드에서 차를 몰기 위해서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국제 면허증은 국내에서 면허증을 발급받은 모든 운전자들이 경찰서 혹은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신청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을 받급받을 수 있는 국가들은 1949년 협약된 제네바 국제 협약 가입 96개국이다.


  국제 운전면허증은 반드시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 및 경찰서뿐만 아니라 도로교통공단과 협약 중인 지방자치단체 219개소 역시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받으려면 국제면허증과 함께 여권까지 함께 신청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본인 신청 시 여권(사본 가능), 운전면허증, 6개월 내 촬영된 여권용 사진 1매가 필요하며, 대리인 신청 시 여권(사본 가능), 운전면허증, 6개월 내 촬영된 여권용 사진 1매, 대리인 신분증, 위임장이 필요하다. 만약 신청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면 대리인이 출입국 사실증명원과 신분증 사본을 가지고 가야 한다.

  국제 여권의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국내 면허 정지 기간에 국제 운전 면허증을 신청하면 정지 기간 종료 다음날부터 1년간 유효한 국제 면허증이 발급된다.

  수수료는 8,500원이다.

  국제면허증은 분실 시 귀국해 직접 다시 재발급을 받거나 대리인이 신청기관에 가서 대리로 발급받은 뒤 우편으로 부치는 방법밖에는 없으므로 분실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한다. 요즘은 국제면허증 분실 시 신속하게 대리 발급해주는 업체들이 생겼다고는 하는데 짧은 여행 기간 중에 면허증을 분실하는 일이 발생하면 기껏 준비해 온 여행 일정이 틀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8. 준비물


  이제 여행 전 짐을 꾸릴 차례다. 여행 준비물이야 국내 여행이나 해외여행이나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고 큰 도시가 많지 않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위해선 따로 챙겨가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아이슬란드로 향하면서 챙겨간 준비물들이다.


증명서 : 여권, 국제 면허증, 신분증

기기 및 액세서리 : 카메라, 충전기, 보조배터리, 멀티탭, 차량용 거치대, 차량용 충전기

화장품 : 기초화장품, 립밤, 수분크림

 : 우비, 패딩, 여벌 옷, 트래킹화, 속옷, 잠옷

세면도구 : 칫솔, 치약, 폼클렌징, 샴푸, 바디워시

식품 : 김, 김가루, 컵라면, 믹스커피, 콘수프, 3분 요리, 햇반, 고추참치, 튜브형 고추장, 볶음김치, 즉석국, 찜닭 소스

기타 : 상비약, 클립, 아이스팩, 보온병, 종이컵, 일회용 수저, 화장지, 물티슈, 지퍼백


  식품란이 특별히 빼곡하다. 아무것도 없는 긴 도로를 쭉 달려가야 하는 일도 많거니와 큰 마트나 식당도 흔하지 않아서 끼니를 때울만한 것들을 많이 챙겨가는 게 좋다. 거의 매일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웠고 아침에는 햇반을 먹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저녁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만들어먹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마트들이 오후 7시에서 8시가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전날 장을 봐 두거나 아니면 한국에서부터 사 온 것들로 때우는 일도 많았다.

  아이슬란드에도 24시간 영업하는 마트가 있기는 하다. 네토(Nettó)라는 마트인데 보통의 마트들처럼 규모가 꽤 크다. 여기서 연어나 소고기를 사다가 요리를 해 먹어도 좋다. 물론 물가가 저렴하지 않아서 자주 사다 먹기는 부담이 있지만 여행 중 한 두 번씩 해 먹기는 좋다.

  국내 캠핑족들이 늘어나면서 시중에도 잘 만들어진 간편식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있다. 비비고에서 나온 상온 가정간편식들이나 이마트에서 나온 일렉트로맨 시리즈도 많은 여행자들이 챙겨가는 식품 중 하나이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그 날을 고대하며 준비하는 순간들이 더 설레는 법이다. 아이슬란드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한 거친 땅이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리고 완벽하게 짜놓은 계획들을 전부 실행하고 돌아오기도 매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들은 그곳을 더 특별하게 기억할 것이며,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준비를 모두 마쳤다면 아름다운 얼음과 불의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이제 이 팍팍하고 여유 없는 잿빛 도시를 떠나 지구 저편으로 향할 차례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대로를 간직한 황홀한 땅 위를 우주의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 걸어보자. 아이슬란드는 꾸밈 없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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