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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Sep 26. 2018

느리게 쌓여온 책들을 만나는 곳

2018 이문동 블루스 2화 - 신고서점





요즘의 거리는 모습을 자주 바꾸곤 합니다.


고작 한 학기 휴학을 하고 돌아왔을 뿐인데 자주 가던 가게가 사라지고 새로운 가게가 생긴 것을 보며 정말 빠른 세상이구나,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주택가들이 사라지고 고개를 꺾어 봐야 하는 높은 아파트가 생기는가 하면, 다정한 사장님이 계시던 빵집이 사라지고 기계로 주문을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문동은 변화의 중심인 20대들이 많은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모습들을 보존한 곳들이 꽤 있습니다.


최근 획일화되고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시대에 질린 사람들이 아날로그, 오프라인, 과거의 것들에 열광하고 있는데요. 0과 1로 이루어진 편리함 대신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과거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클릭 한 번으로 책을 주문하는 온라인 서점 대신 쌓여있는 책들 사이를 하나하나 뒤적이며 읽고 싶은 책을 찾아내는 헌책방으로 떠나보실래요?




조금 기울어진 길 위의 신고서점



좀 근사하게 말하면 자료실쯤 되겠으나 솔직히 말하면 잡동사니실 정도.

그냥 홀랑 팔고 나서는 없었던 듯 눈감기에는 약간 아쉬운 사진이나 정보,
기타 나부랭이 들을 쌓아 두는 공간이라고나 함이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나...


헌 책 사고 팔아요!
빛바랜 책들이 꽂혀 있는 입구 앞 책장



신고서점은 외대를 등지고 정문에 섰을 때 왼편으로 쭉 올라가면 나오는 헌책방입니다. 1985년에 처음 시작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렀던 책방이지요.


책방에 들어서면 천장 높이까지 책이 쌓여 있고, 바닥에는 노끈으로 묶인 책의 무리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어 마치 책이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비교적 최근의 책들부터 빛이 바랜 책들까지 다양한 책들이 있는데요.


이곳에는 총 60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해요.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서점 안에서 책을 고르고 있자면 마치 곧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비밀의 서재로 통하는 나선형 계단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 또 조심!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신고서점의 시간은 더욱더 거꾸로 흘러갑니다. 2층에는 요즘 흔하게 볼 수 없는 LP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한국 가요부터 외국 가요, 클래식까지. 사장님께서 직접 손으로 쓰신 카테고리가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최근 아날로그의 인기로 턴테이블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LP판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LP들을 사고 싶으신 분들, 빈티지 인테리어 소품으로 LP판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들 모두 2층을 꼭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촘촘히 쌓인 LP판들은 그 사이에 쌓였을 시간들과 과연 어떤 사람이 과거에 이 음악을 들으며 무슨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카테고리 별로 나뉘어 있는 LP판들



묻혀 있는 것이 가치를 발굴해서 필요한 분에게 공급해 주는 거예요.



이곳에는 책과 음반만이 아니라 골동품 상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1945년 쓰인 국민당 선언문과 같은 근현대 역사자료부터 88 올림픽 우표 책, 1978-1980년 사이에 필기된 노트, 1950-70년대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영문 행운의 편지와 같이 지금은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함께한 물건들 또한 판매합니다.


또한 고전영화 포스터, 카드 등도 판매하고 있어 영화 덕후들의 눈길을 사로잡네요. 평소 빈티지 마켓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 고전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한자로 적힌 정말 오래된 책들
이름이 젹혀있는 전공책들



살 책을 정하고 가기보다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서점을 둘러보다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의 고전판을 발견하면 하나 구입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최근 출판되는 레트로한 디자인의 책 보다 더 레트로한 책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 절판된 전공 책이 필요하다면 사러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가인 만큼 꽤 많은 수의 전공서적이 구비되어 있어요. 어쩌면 06학번 안젤리나 졸리가 쓰던 책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격은 책의 뒤편에 1, 3, 7과 같은 숫자로 표시되어 있는데요, 1은 만 원이 아니라 천 원을 말하는 것이니 부담 없이 고르실 수 있을 거예요.


새 책 향기, 손이 베일 듯 날카로운 종이의 책들이 각 잡혀 꽂혀있는 큰 서점도 좋지만, 가끔씩은 누군가의 손길에 길들여진 책들이 시간과 함께 느리게 쌓여있는 헌책방 구경도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독서의 계절 가을,
헌책방으로 떠나요!






신고서점 기본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41-1
전화번호 : 02-960-6421
이용시간 : 평일 09:00-22:00, 주말 10:00-21:00, 공휴일 휴무
온라인 홈페이지 : www.singoro.com [재고 확인 가능]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ingoro88






2018 이문동 블루스는 이문 소사이어티와 이문맵스가 함께 가꿉니다.


ⓒ 2018 위다혜 of 이문맵스(Imunmaps) & 이문 소사이어티(E'mo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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