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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Nov 05. 2018

이문동 전기수

2018 이문동 블루스 11화 - 구두 수선집 인광영 사장님





전기수

조선시대 대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문 낭독가


연합뉴스 – 춘천MBC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방송대상 우수상, 2015/ 04/20 송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4/20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powerhrg/221361455205



이문동 전기수란: 동네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술가


옛날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낭독해주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전기수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재치와 개성을 살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전기수들이 오면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전해주는 소설 이야기, 전기수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얻은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모였다고 합니다.


이문동에는 이야기 ‘이문동’이라는 오래된 시간의 앨범을 들려주는 전기수가 계십니다. 이문동의 어제와 오늘을 읽어주는 전기수의 이야기, 들어볼까요?




우연히 만남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곳

: 외대앞 구두 수선집 인광영 사장님



외대앞역과 한국외대 사이, 작지만 든든한 느낌을 주는 구두 수선집이 있습니다. 1984년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이문동에 살았던 친구의 소개로 구두 수선 일을 시작한 인광영 사장님. 1986년부터 지금까지 33년 동안 이문동 사람들의 신발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빠름을 거스르는 사장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 구두 수선되나요?”

“새 구두가 굽이 나갔구나?”

“이거 금방 되죠..?”



빠른 수선을 요청하는 여학생의 부탁을 듣는 사장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십니다. ‘빠름’ ‘광속’ ‘LTE’ ‘10분 완성’ 등이 대세인 시대지만 사장님의 철학은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신발로 두 번 찾아오지 않도록 한다는 신념입니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란다”


한번 사장님의 손을 거친 구두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딱히 누구에게 배웠다고 할 건 없어


사장님은 구두 수선 기술의 비밀은 ‘시간’입니다. 33년 간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신발들 덕분에 내공도 쌓고 추억도 쌓였습니다. 최신형 기계나 새로운 기술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사장님만의 소신과 철학은 이 작고 소박한 구두방을 따뜻하고 믿음직한 장소로 만들어줍니다.




전기수 인광영 사장님이 들려주는 이문동 스토리


“사장님이 기억하시는 이문동은 어떤 곳인가요?”


구두 수선집을 처음 시작한 곳은 외대앞역 인근으로 지금은 사라진 금강 사진관 주변에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이문동에 터를 잡고 살아오신 사장님의 기억 속 이문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야말로 촌 바닥이었지 뭐..


사장님이 기억하는 이문동의 옛 모습은 한마디로 ‘휑한 동네’였습니다. 지금은 8개의 건물로 구성된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도 당시에는 대학원과 구 본관만 있었다고 합니다. 80년대 이문동은 (시대적 상황이 어려워) 학생 시위가 많았습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최루탄, 화염병이 거리에 가득했고, 데모가 있는 날엔 학교 앞 가게들이 문을 닫았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87년도에 박치완 교수가 <밥티 한 알 눈물 한 줌>이라는 시집을 주고 갔었지


사장님 기억 속 이문동의 풍경에는 항상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외대 재학생 시절부터 찾아오다가 교수가 된 지금도 종종 찾아오는 교수님, 시험에 통과해서 취업하고 다시 찾아오는 손님들... 지금은 철학과 교수가 된 박치완 학생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쓴 시집을 들고 와 건네던 그 손님은 인광영 사장님만큼이나 이문동에 오래 살고 있는 동네지기입니다.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할 때마다 사장님은 큰 보람과 감사를 느낍니다. 사장님을 찾아와 이문동과 구두 수선에 얽힌 추억을 나누는 오랜 손님들이 있어 지금의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인광영 사장님.


돈을 벌기 위해 처음 찾은 이문동. 그러나 어느새 그곳에서 만난 무수한 인연 덕분에 이야기를 전하는 전기수가 된 인광영 사장님. 그의 구두방은 오늘도 오래되고 낡은 뒤축을 갈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손님과 빠른 수선을 요청하는 젊은이의 앳된 얼굴이 드나드는 사랑방입니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을 빠르게 사고 버리는 요즘의 소비문화, 색상이나 디자인이 내 발에 꼭 맞는 소중한 신발을 오래오래 신고 싶다면 이문동 전기수를 찾아가 보길 강력 추천합니다.





구두 수선집 기본정보
위치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114 / 이문동 288-10
인광영 사장님






2018 이문동 블루스는 이문 소사이어티와 이문맵스가 함께 가꿉니다.



ⓒ 2018 최수민 of 이문맵스(Imunmaps) & 이문 소사이어티(E'moon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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