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moon society Aug 06. 2019

22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빵과 피자 굽는 냄새

이문동의 피자집 '서울치즈피자'

주황색의 빛바랜 서울치즈피자 간판에서 22년의 세월이 보인다


이문동에서 피자가 먹고 싶을 때 고민 없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서울치즈피자’가 그곳입니다. 

*'서울치즈피자'는 이문러들에게 '서치피'라는 약자로 불립니다. 


간판부터 가게의 내부까지 모두 주황색으로 꾸며져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담배 판매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마크와 간판에서 이문동의 세월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빛바랜 주황색 간판은 자칫하면 그냥‘오래된 가게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학생들로 북적북적한 가게 안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입니다.


가게 오픈 시간 전 내부의 모습. 오래되지만 정갈할 피자집의 느낌이 보인다.


사장님의 장사 철학은 솔직하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빵집을 할 때부터 지켜오시던 장사철학인데요, 빵은 제품 특성상 당일 판매가 가장 좋기 때문에 그날 팔리지 않고 남은 빵은 절대 속여 팔지 않는다고 자부하셨습니다. 남은 빵들은 주변 이웃들이나 학생들에게 나눠주곤 하셨습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보다 지나가면서, 학교에서 수업 듣다가 생각나서 찾는 손님들이 많은 이곳은 사장님의 두 번째 장사철학이 녹아있습니다.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생각나서 찾아왔을 때도 항상 열려있는 피자집입니다. 


서치피의 레드핫치킨피자

이문동에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올해 겨울 방학쯤 이전을 계획하고 계셨습니다. 아무래도 외대 주변으로 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표정에는 벌써 아쉬움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뷰 전반에 걸쳐서 사장님은 이문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학생들을 상대하는 이 장사가 너무 좋다고 하십니다. 사장님이 스스럼없이 학생들에게 반말해도 불편하지 않고 친근한 것은 학생들도 사장님을 어머니같이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들어 격의 없이 학생들을 ‘손님’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하게 된다



사진을 보니 또 피자가 먹고 싶어진다.



이름을 아는 단골 학생들은 졸업 이후에도 찾아오곤 합니다. 옛날에 임용고시를 본다는 학생에게 떡을 챙겨준 것이 있는데, 그 학생은 고시에 합격하고 중랑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다 데리고 와서 피자를 먹고 외대에서 농구를 하는데 그것을 보는 사장님은 너무 반갑기도 하고 괜스레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이 당신의 손님이기에 좋고 같이 젊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서치피의 사장님께서 외대 근처에서 앞으로 10년, 20년 학생들과 젊어지며 장사를 하실 수 있길 외대 학생들과 이문동의 이웃들은 바랄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문동 블루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